이문주
Cruise 캔버스에 유채, 195x360cm, 2009
이문주
휴식(Break) 캔버스에 유채, 185x270cm, 2009
이문주
이사(moving out) 캔버스에 유채, 130x310cm, 2009
이문주
산책(Walk) 캔버스에 유채, 200x150cm, 2009
이문주
Refuse 캔버스에 유채, 200x180cm, 2008
이문주
슈프리강(Spree) 캔버스에 유채, 175x190cm, 2008
이문주
진관내동 mixed media on canvas, 144x174cm, 2008
만료된 건축물과 장소, 그리고 도시에 관한 회화 시리즈
작품의 독창성과 뛰어난 표현기법, 투철한 작가정신을 가진 작가를 선정하여 전시를 개최해온 갤러리로얄은 2009년 12월 작가 이문주의 개인전을 마련한다. 이번 전시에서 이문주는 2007년, 2005년, 1995년 서울에서, 그리고 작년에 베를린에서 찍은 사진들을 바탕으로 구성한 회화를 선보인다. 이문주는 도시개발정책에 의해 주거공간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현상을 여러 도시에서 반복적으로 목격하면서, 사라지는 것들이 남긴 흔적과 자취를 다루게 되었다. 이번 작업 역시 사회적 용도성이 폐기되어 철거되는 건축물, 주택, 시대적 기념비의 풍경을 대상으로 삼아 개발의 논리 이면에 있는 디스토피아를 묘사한다.
Ⅰ. 무너져가는 집, 모두가 떠나버린 빌딩, 제 수명을 다한 건축물. 이 모든 주거 공간의 운명은 자연의 순환과 마찬가지로 문화의 순환 안에서 태어나고 죽는 것에 의해 지배된다. 한편, 주거가 가능하거나 온전한 건물 역시 어느 날 이 땅에서 사라져 버릴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자연재해나 심각한 구조결함이 아니라, 단지 경제적 관점에서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땅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문주는 한국에서 이와 같이 주거공간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것을 가까이서 목격한 후 사라지는 것들이 남긴 흔적과 자취를 다루게 되었으며, 무너져 내린 담벼락, 쓸모 없는 쓰레기, 산같이 쌓여있는 폐허 더미를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Ⅱ. 작가는 작품에서 인간의 주거공간이 해체된 후 남긴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예전에 살았던 사람이라던가 철거 인부와 같이 이 곳에 ‘있을법한 행위자들이’ 작품 속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림 속의 광경은 인간이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책, 이불, 가구, 신발, 그 무엇이든 거기 남겨진 것들 가운데서 그 곳에 인간이 살았다는 것이 수많은 형상으로 드러난다. 마치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가 휩쓸고 지나가며 모든 것을 황폐하게 만들고, 방금 전까지 쓸 수 있었던 물건을 무용지물 더미로 망가뜨려버린 듯한 인상을 준다.
Ⅲ. 이문주의 작품은 사진과 회화가 섞인 콜라쥬로 제작되었거나, 두세 폭의 서로 크기가 다른 화면으로 이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그의 작품에는 기록적인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성향은 작가가 찾아갔던 실제 장소를 순간 포착하여 예술적인 작업을 통해 화면 위에 옮겨놓은 듯한 첫인상을 주지만, 조금만 더 작품을 보고 있으면 곧 이런 첫인상이 틀렸다는 깨닫게 된다.
Ⅳ. 작가는 단일적인 공간을 보여주기 보다는, 마치 입체파와 같은 방식으로 여러 시점에서 구성된 공간을 보여준다. 이 공간들은 서로 정확하게 맞물리는 퍼즐과는 달리 서로 겹쳐 있기도 하고, 한 공간이 끝나는 데서 다른 시작되기도 한다. 담벼락의 잔해는 비닐로 덮여 폭포수 같이 보이는 건축 폐기물 더미에 맞닿아 있고, 아직 온전한 작은 채소밭은 공사장에 둘러싸여 있으며, 다른 한 곳에는 빨래가 널린 빨랫줄이 대문 아치 사이의 허공 속에 걸려있다.
Ⅴ. 작가는 여러 다른 시간의 층에서 집이 무너지고 철거되고 버려지는 모습을 하나의 그림 안에 복합적으로 담아냄으로써, 실제 작품의 소재가 되는 건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점진적인 노화과정을, 대신 작품 속의 폐허에서 표현하고 있다. 그는 여러 번 철거 지역을 찾아가서 현장조사를 하고, 변화된 모습을 기록하며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카메라에 담았으며 그의 작품은 이런 기초자료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일시적 변화를 하나의 그림 안에 조합하여 압축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Zeitbilder(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겠다.
Ⅵ. 서울 근교의 도시를 찾아 다니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문주는 이 후 보스턴과 디트로이트로 유학하였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곳에서도 작가는 이윤을 앞세운 개발조치와 이에 수반된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건축적인 면에서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재개발 지역을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그는 황량하고 폐허가 된, 완전히 파괴된 장면에서 얻은 감정적 인상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지만, 때로 이 장면을 새로이 생겨난 구조물의 모습과 화면 위에 대비시킴으로써, 이런 신구의 대립으로부터 사회적 물음을 던진다. 소위 인간의 제 3의 피부라 할 수 있는 집이 하나의 소비재로, 즉 그 곳에 거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땅소유주가 그 집의 사용여부를 결정하는 폐기처분 가능한 물건이 되어 버린다면, 이는 인간 사회의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건축적인 면에서 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버려지는 것과 새로운 주거상실의 개념을 표현한 그의 그림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Ⅶ. 2007년 가을부터 이문주는 스튜디오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베를린에서 활동하였으며, 특히 이곳에서 구동독 공화국 궁전의 철거작업이나 O2-아레나 건설에서 흥미로운 모티브를 찾았다. 두 건물이 합쳐진 이 그림에서, 동독 건축물의 특수한 철거 공법 때문에 약간 모순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그 건물은 해체되고 있지만 완전히 철거되지는 않아서, 계속 건물을 짓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마치 일반적인 건축 공사가 진행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다른 한 켠에서는 시간이 지나 폐허더미 위에 풀이 자라는 모습을 통하여 황폐화 되어가는 과정이 더욱 미묘하게 표현되고 있다.
1972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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