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
눈부신 햇살 아래서 Acrylic on Canvas, 65x91cm, 2010
김덕기
가족-해 아래서 Acrylic on Canvas, 91x73cm, 2010
김덕기
나의 태양 Acrylic on Canvas, 65x91cm, 2010
김덕기
노래 중의 노래 Acrylic on Canvas, 65x91cm, 2010
김덕기
봄의 노래 Oil and Acrylic on Canvas, 80x117cm, 2009
김덕기
시소와 그네타기 Oil and Acrylic on Canvas, 80x200cm, 2009
김덕기
아름다운 풍경 Oil and Acrylic on Canvas, 112x162cm, 2009
김덕기
울긋불긋 꽃 대궐 Oil and Acrylic on Canvas, 80x117cm, 2009
김덕기
일곱 마리 물고기와 분수가 보이는 풍경 Oil and Acrylic on Canvas, 80x200cm, 2009
김덕기
정원 가꾸기 Oil and Acrylic on Canvas, 80x117cm, 2009
김덕기
즐거운 하루 Oil and Acrylic on Canvas, 80x117cm, 2009
김덕기
해피(Happy) 세라믹, 36.5x18x33cm, 2010
김덕기, 가족이 만들어가는 행복 이야기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가족그림’ 명화 중에 한 점을 꼽는다면, 필자는 주저 없이 <목공소에 있는 거룩한 가족>(1645)을 들 것이다. 렘브란트가 완숙기 때 제작한 이 그림은 바로크 회화의 특징인 키아로스쿠로가 뚜렷할 뿐만 아니라 현란한 솜씨로 등장인물을 재현하였다. 이 그림은 평강과 기쁨이 넘쳐흐르는 거룩한 가족의 복된 모습을 표현하여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마리아는 성경을 읽다 말고 나뭇가지로 엮은 요람에서 잠자는 아기예수를 돌보는데 여느 어머니처럼 아이에게 불빛이 들지 않도록 모포로 얼굴을 살며시 가려준다. 뒤편의 요셉은 허리를 숙여 목공작업에 열심이다. 목수인 요셉은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성실한 가장이라는 인상을 준다. 게다가 렘브란트는 천사들을 아기 예수와 같은 또래로 설정하여 그림 분위기를 한층 정겹고 사랑스럽게 만들어주고 있다. 구도상으로는 왼편의 천사로부터 시작하여 요셉, 마리아를 거쳐 예수까지 이어지는 호형구도를 통해 감상자의 시선이 아기예수에게 맞추어지도록 의도하였다. ‘가족그림’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중섭, 장욱진, 이만익 등 몇몇 화가들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이중섭은 가족과 헤어진 뒤 그들과의 행복했던 시절과 이별, 그리움을 화면에 담았다. 남다른 가족애가 이중섭만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그만의 독보적인 은지화를 탄생시켰다.
그 점에서는 장욱진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이중섭의 그림이 가족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짙게 배어 나온다면, 장욱진의 그림은 소박파의 그림을 방불케 한다. 가족은 오두막과 초가집, 원두막, 정자와 함께 등장하고 주위에는 나무와 강아지, 둥근 달, 까치가 이웃하여 한층 따듯함을 더한다. 웃음소리가 들리는 행복한 가족의 단면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골동네를 들여다보는 듯 정겹고 소박한 느낌을 준다. 이만익 역시 주된 작품으로 가족그림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가족 주몽>, <여인>, <가족도―고향>, <가족도―꽃밭에서>, <가족도―동백섬>, <가족도―여름날>, <가족도―달꽃>, <들길에 앉아> 등. 사진을 찍듯이 포즈를 취한 양식화된 그림에서부터 엄마와 아기가 소를 타고 귀가하는 풍경, 아이들이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과실수에 올라 함박웃음을 짓는 활기찬 모습의 그림도 있다. 이만익은 진한 윤곽선으로 형태를 두르고 오방색으로 토속적인 분위기를 살려내고 있다. 가족그림에 꼭 낙천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비극으로 인한 슬픈 가족사의 그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동표는 북녘에 두고 온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황유엽과 홍종명 역시 가족에 대한 애끓는 마음을, 황용엽 또한 이산가족의 애환을 표현하고 있다. 북녘에서 자유를 찾아 남하한 이들 화가들은 가족의 이별과 그 슬픔을 단순한 관찰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에서 기록하고 있다. ‘물감’으로 그렸다기보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로 그렸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깊은 애환이 스며든 이들의 그림을 보면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된다. 가족이란 직장처럼 일터도 아니고 소정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모인 집단이 아니다. 그것은 혈연으로 묶인, 끈끈한 사랑의 띠로 연결된 결사체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가족이란 그 가치가 바래지 않을 것이며 가족그림 또한 마찬가지로 그 의미가 강조되면 되었지 결코 축소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보금자리
이런 소중한 가족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또 한명의 화가가 있다. 그가 바로 이 글의 주인공인 김덕기이다. 그는 화단에 등단한 뒤 지금까지 줄곧 가족이란 울타리를 떠나본 적이 없다. 결혼과 더불어 시작한 가족그림이 그의 작품세계를 대변하는 것으로 확실히 자리를 굳혔다. 가족은 그림을 그리는 이유이자 활력의 발원지이다. 사실 평범하고 가까운 것을 우리는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가족의 존재가 그러한데 가족의 개념은 너무 실제적이어서 우리 피부에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도 가족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누군가의 사랑과 축복을 받아야 하는 연약한 존재 또는 외롭고 고달픈 인생길을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나무에겐 뿌리가 있듯이 인간에겐 누구나 조상이 있다. 부모가 있고 그 위로는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가 있게 마련이다. 부모는 우리의 출발점이자 둥지인 셈이며, 부모 곁을 떠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죽을 때까지 가족과 평생을 함께 한다. 가족은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 함께 슬퍼하며, 힘들고 지칠 때 ‘따듯한 위로’와 ‘넓은 가슴’을 제공해준다. 그런 까닭에 ‘집’이 보금자리가 아니라 ‘가정’이 진정한 보금자리요 안식처가 되는 셈이다.
‘가족의 행복을 전달하는 화가.’ 필자는 김덕기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그의 그림을 보면 정말 우리가 원하는 행복을 소망하고 있고, 또한 그 기쁨을 전달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행복은 아득히 먼 훗날 성취할 꿈이 아닌, 어디까지나 현재진행형의 드라마로 제시된다. 10년 전 흑백의 수묵으로 제작한 <부부>(1999)는 두 꽃병에 꽂힌 꽃을 부부의 사랑으로 의인화하였고, <인생의 기쁨>(1999) 역시 두 개의 찻잔과 가운데에 작은 찻잔을 배열하여 가족애를 상징하였으며, <사랑-부부>(1999)는 한 쌍의 비둘기가 서로의 눈빛을 마주하는 정겨운 장면을, <아버지와 아들>(1999)은 아버지가 아들을 등에 태우고 장난치는 모습을, <무거운 눈꺼풀>(2000)은 잠자는 아이들을 안고 있는 장면을, <여행>(2002)은 가족의 여행 추억을 담담한 수묵으로 표현하였다. 작가는 대학을 졸업한 무렵부터 지금까지 가족을 레퍼토리로 삼아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이렇듯 그에게 가족은 삶의 중심을 이룰 뿐만 아니라 회화의 원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작은 집이지만 가꿀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이 있어 만족하다./ 부유하지 않지만 나를 믿어주는 아내와/ 아빠와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이 있어 감사하다/ 딱딱하고 차가운 외부의 도전들이 조간신문처럼 찾아오지만/ 꽃피우고 떨어지는 사이에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훨씬 작아진다./ 오늘도 파란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그가 선택한 모티브는 가족과 가족의 생활이다. 어찌 보면 특별한 게 없는 일상적인 줄거리이다. 아빠 품에서 곤히 잠든 아이, 물장구치는 아이, 교회 가기, 연못가의 가족, 시소놀이, 달콤한 꿈, 공원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비둘기, 나들이, 시골길, 휴일의 즐거움 등이 화면을 화창하고 발랄하게 물들인다. 우리는 그의 그림에 발걸음을 멈추고 훈훈한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그는 행복한 삶의 정경에 시선을 고정하며, 이것을 작가는 은은한 감동으로 실어낸다. 그의 그림에는 ‘응달’이 없다. 흡사 눈이 부신 아름다운 아침의 햇살이 영롱하게 빛나듯이 반짝인다. 수만 개의 섬광을 가진 햇빛을 받아 수면 위에 움직이는 호수의 수정조각처럼 그의 그림은 기쁨과 생명으로 충만하다. 계절의 엇갈림 속에서도 가족의 화목을 묘사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이상 2006)을 비롯하여 <즐거운 저녁>, <나무 아래서>, <함께 춤을 추어요>, <무지개>, <정원 가꾸기>, <봄봄>, <어느 풍성한 가을날>, <스위트홈> 등이 있는데 모두 웃음꽃이 피는 가족의 행복한 순간을 담고 있다.
김덕기의 그림 중에서 특별히 기억되는 작품은 바로 <보름―본향을 생각하는 나그네>(2001)란 채색화이다. 수박처럼 둥그런 달이 지붕 위에 어슴푸레 빛나고 있으며 주위는 정적과 어둠에 휩싸여 언제 올지 모르는 아침을 기다린다. 이 작품은 그가 시련의 골짜기에 낙오되어 곤경에 처했을 때 제작한 그림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난관에 봉착했던 시절 은혜의 손길을 간절히 기대하면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김덕기는 단란한 가족과 함께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늘 오늘과 같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고등학교와 대학시절 독학을 하며 어렵게 지냈다. 성경의 시편 기자가 고백했듯이 그는 한때 ‘광야의 올빼미’요 ‘지붕 위의 외로운 참새’와 같은 나날을 보냈지만 고난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감사의 깊이도 더욱 깊어진다는 사실을 배웠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뒤에 만나는 광명한 햇살은 그래서 한층 고마운 것이다. 그를 힘겹게 했던 난관이 눈 녹듯이 녹아버린 뒤 가슴속에 잠자고 있던 기억을 작가는 끄집어냈다. 작가는 그 시절을 다음과 같이 아름답게 묘사한 바 있다.
“어느 날 당신은 봄날의 비처럼 내게 찾아와 간지럽게 날 깨웠지/어느 날 당신은 여름의 태양처럼 내게 찾아와 뜨겁게 날 안았어/ 어느 날 당신은 가을의 바람처럼 내게 찾아와 급하게 날 사랑했지/어느 날 당신은 겨울의 눈처럼 내게 날아와 강하게 날 덮어주었어/웃음소리 가득한 생의 한가운데를 당신과 함께했지…” 그가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위의 시에서 보듯이 저항할 수 없는 ‘봄날의 비’ 같은 촉촉한 사랑, ‘가을의 바람’ 같은 감미로운 체험이 있었기 때문이며, 이러한 체험은 작가가 꿋꿋하게 앞날을 헤쳐 가는 데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다. “내가 영원한 사랑으로 너를 사랑하기에 인자함으로 너를 이끌었다”(렘 31:3)는 사랑의 메시지는 큰 충격으로 다가와 그의 마음판에 깊이 새겨졌다. 이런 신적인 사랑을 깨달은 뒤로 그에게 신앙과 예술은 금슬 좋기로 소문난 한 쌍의 원앙새처럼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1969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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