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
계급의구조 acrylic on canvas, 330x218cm, 2010
한효석
Unmasked exposing what lies beneath11 Oil on canvas, 250x178cm, 2008
캉용펑
Viewing No.43 oil on canvas, 150x200cm, 2009
이문호
Distortion(studio) still cut, video, 2010
한 개인의 정체성은 그 개인이 자라난 사회적 환경이 토대가 된다. 그 사회적 토대에서 사회적 문맥이라는 주제를 얼마나 가치 있게 예술적 국면으로 전화시키는가가 동시대 예술가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예술사의 역사적 전통 또한 과거부터 현재, 즉 기존까지 펼쳐졌던 비전과 방법론, 세계관, 문제의식에서부터 현재와 더불어 예견되는 이후까지의 시대정신을 주입시켜 혁신적 예술형식과 내용을 전개시켜왔다.
거칠게 구분해서 신화 예술, 기독교 예술, 아카데미즘, 모더니즘, 반 모더니즘(anti-modernism),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발전 도식은 역시 “회색에 회색을 덧칠하며” 얻어낸 결과였다. 그러나 현재, 예술현장에서는 담론이나 방향, 운동(movement), 집약된 가치의 구심점이 퇴락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대신하여 환락이나 쾌락, 강박주의나 자포자기의 냉소, 자기 분열, 탈속(脫俗) 등 사회 양상을 도외시하면서 자기 맹목의 파국으로 가거나 혹은 달콤한 상혼으로 편승하는 표피주의적 예술에 경도되는 기현상을 목격되곤 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유령이란 그 실체가 묘연하지만 우리의 의식을 사로잡는 무엇이다. 21세기 전반기에 나타나는 예술의 덕목이 즐거움(pleasure), 새로운 형식의 구축, 선단 국가가 지향하는 형식을 따르라는 자기 종용(慫慂), 전략주의 등의 방향성을 가지고 전개되었다고 본다면,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일곱 명의 작가는 분명히 위에서 정의한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노력하는 작가들이다. 즐거움을 구축해내는데 동시에 자기 실존에서 벗어나지 않는 미덕을 겸비할 수 있는 즉, 동시대 예술가로써의 노련함을 드러나는 것이다. 타인이나 타 문화로부터 차용되지 않은 자기 형식의 구축자들이라고도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전반에 화단에 등장하여 호수나 산하 등 한국적 풍경을 재현했다. 그 재현의 방법론은 무수한 점들의 많고 적음, 분산과 집약이라는 이원적 극점을 통해 일루전을 확립하는 것이었다. 점들의 많고 적음으로 확립된 방법론은 자기 고집적 수양과도 같았다. 이후 자기 가족사를 다뤘는데 특히 친할머니의 초상에 천착했다. 무수한 점들의 병치를 통해 시간의 퇴적을 암시한 이 그림은 당대에 많은 지지를 받았다. 2007년 윤종석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상을 작업으로 변모시켰다. 밀리터리 기호, 월드컵, 청소년기를 즐겁게 해준 추억, 동물의 왕국 등이 그것인데 윤종석의 작품은 자기의 지난날을 생생한 현재로 되살려 현재의 즐거움으로 상승시킨 특별함이 있다.
한효석의 도륙한 얼굴 시리즈는 역사의 속성에 관한 것이다. 한효석은 독특한 정세에 처한 한국의 역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년기를 주한미군 부지에서 자란 그는 부조리한 한국 정세에서 필요악인 미군부대의 힘을 체험한다. 역사의 순방향의 진행에 있어서 간혹 개입되는 폭력은 역방향의 퇴보가 아니라 역사 발전의 비약을 위한 필요악이라는 깨우침을 한효석은 비교적 어린 날 느꼈다고 한다. 한효석의 정교한 도륙의 얼굴은 세대에서 세대로 유전되는 인간사의 잔혹한 필연성을 역설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아픈 절규의 진실을 오히려 미적 체험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일차적으로 만든 미니어쳐를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해 만든 환영은 언뜻 듣기에 모순적이다. 사진은 즉각적이며 정확한 재현을 목표로 만든 것이다. 작은 미니어쳐가 사진으로 재현될 때, 그것은 실재의 크기나 혹은 더 현실을 넘는 크기의 광대함으로 뒤바뀐다. 또한 이문호의 작품은 사용(use)을 위해 만들어지는 건축이 그 존재론적 범주를 이탈한다. 단지 형식적 아름다움을 위해 재건된 건축의 메타포를 획득한다. 환영, 형식미를 위해 만들어진 인위는 따라서 유령의 속성처럼 묘연하기만 하며 이를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사유하도록 만드는 힘을 지닌다.
이후 아시아 전체 각국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는 그가 창출한 새로운 회화 기법에서 기인한다. 히로시의 기법은 테이핑으로 윤곽을 남기고 전체 주제를 묘사한 후 드리핑, 즉 물감을 떨어뜨려 펴내는 방법이다. 이렇듯 사진 작품을 방불케 하는 독특한 환영주의를 가리켜 ‘층위적 환영주의(layered illusionism)’이라고 한다. 그는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예술작품을 가리켜 맹목이라고 하며, 완숙한 형식미 없는 예술을 가리켜 공허의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히로시는 주위에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적 대상을 깊이 있는 풍부한 환영으로 변모시키는 바, 현실 자체에서 지극히 깊은 미의 원리를 찾아낸다. 즉 그는 현실의 진부함(banal thing) 속에 곧 유령과 같은 마법이 내재한다고 말한다.
그가 묘사하려는 것은 첨단, 선망의 대상, 자본의 꽃, 지위체계를 구분해주는 부의 상징, 편의 등의 낱말을 상기시키는 자동차의 허무함이다. 종국에 산업의 폐기물이 될 이 물품에 모든 현대인이 집착한다. 결국 일시적이며 허무하게 사라질 이 망령에 사로잡히고 마는 우리의 삶을 다룬다.
다빈치의 기계 설계 스케치를 연상시키는 그의 작업은 삼각형, 원, 바퀴 모양 등 최소한의 기하학적 형태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굳건하게 고착된 느낌을 준다. 그런데 광섬유 가닥이 내부에 설치되어 빛을 발한다. 그 빛들이 은유하려는 내용은 단순한 반짝거림이 아니라 공간을 부유하는 가벼움이다. 굳건한 구조와 가볍게 부유하는 빛, 굳건한 물질과 가벼운 현상이 동시에 조화를 이룬 그 이미지는 중력이 지배하는 이 공간을 초탈한다.
그는 해리포터 세대이며, 반지의 제왕에 열광한 시절을 보냈다. 사실주의적 기법이지만 응당 몽환적이다. 사과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공간 위로 솟구친다든지, 현실에서 사용하지 않는 복장을 입고 연극도 아니고 일상의 생활도 아닌 모호한 행위를 반복하는 인물군상이라든지, 허공에 고정되어있는 과일들이라든지, 션팡정의 회화공간은 실체인 즉 가상이며 가상인즉 현실 개연성이 충분히 있을 법한 세계다. 현실과 꿈을 구분 짓지 않으려는, 또 그럴 필요도 없는 젊은이의 시각이라 하겠다.
1970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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