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연
커다랗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다정한 검은 것 장지에 혼합재료, 130.3x162.2cm, 2011, 개인소장
원주연
익사 판다 장지에 혼합재료, 162.2x130.3cm, 2011, 개인소장
원주연
조용히 좀 해 장지에 혼합재료, 193.9x97cm, 2011, 개인소장
원주연
Life is sudden 4 장지에 혼합재료, 90.9x65.1cm, 2011, 개인소장
Il fait beau는 날씨 좋다, 라는 뜻의 불어다.
여기서 ‘날씨’와 ‘좋다’는 문학적인 의미가 없다. 그저 나그네가 낮은 문턱의 여인숙을 숙박 하고 나오다, 햇살을 느끼며 튀어나오는 말투 정도이다. 작가는 지금 과도기이다. 멍하니 딴청을 피우는 시기이다.
원주연 작가는 보기 드문, 예술 안에 삶이 들어가 있는 슬로우라이프형 작가인거 같다. 여러 내적 사유를 그림으로 풀어낸다. 큰 사조의 무거움이 아닌, 작가의 작품에는 본연의 알레고리가 참으로 솔직히 담겨 있다. 왜 그림을 그리고, 이 그림은 무엇을 표현하는지 묻는 원론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에도, 가장 이상적인 보기와 가능성 있는 답변을 해준다. 전혀 실리적이지 않은, 작가 본연의 내적 이야기 임에도, 뭉뚱그리며 난해를 유도하지 않는다. 구태의연한 도시화된 표현들에 지쳐하며, 스스로를 그런 명분에 집착하는 현재의 작가 상태를 직시한다. 그런 스스로를 바보라 생각하며, 머뭇되고 있는 상황을 놓치지 않고 있다.
작가의 작품에는 표현의 주제에 대한 뚜렷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인가 갈망하며 갈증을 느끼는 게 명백하다. 작품들 중, 작가 스스로를 표현한 초상들 안에서도 작가와 작품에는 묘한 괴리감이 있다. 초상의 시선은 존재하지만 느껴지지 않는다. 동물의 팬시함도 외형적인 무의미로 가두어둔다. 작가의 무의미는 의미가 없음이 아닌 철륜의 사랑과 같은 현존하는 피조물에 대한 거대한 역학관계를 이야기 한다. 무조건적인 무엇인가에 대한 열망... 그것이 무의미로, 죽음으로 밖에 표현될 수밖에 없다. 작가에게 동물은 기대고 싶은 대상이지만 상대적으로 상처역시 내포한다. 이런 반대적 감성들은 오히려 공허함을 던져준다. 작품들내의 미적 공상들은 돌출돼 도드라지는 상상이 아닌 마법적 사실주의로 지극히 현실적이다. 처음 보는 장면들 임에도 거슬리지 않는다. 꽉 찬 화면들, 여러 이야기들, 그러나 하나같이 공허하다. 가장 정직한 표현으로 작가의 상태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전 전시에 대해서는 깨달음이 있었다 할 정도로 사고의 확장에 풍요롭다. 하지만 그런 적도 있었을 뿐 이었다 라 한다. 작가는 지금 자신이 전시를 해도 되는지, 정점이 없는 과정 속 작품들이 전시가 가능한지 여러 번 묻는다. 전시는 삶을 보여주는 것 뿐 만아니라, 작품의 진정성도 동시에 갖춰야 될 덕목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과정의 진솔함은 더욱 작가적 삶의 역량을 투영시킨다. 분명 관객은 작가의 처음과 끝을 가늠하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존재하며 사유하는 동반자로서 궁극의 위로와 설득을 원한다. 어쩜 이런 과정 속 변칙이, 보여주기 위한 센세이션 이상(以上)의 가치를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현재 심리적으로 온유하지 않다. 사회적 동물로서 스스로를 치유하기위해 조용히 노력한다. 지금의 과정이 진정한 유유자적인지, 전투적인 삶의 예술적 과정인지 그 결과가 감히 궁금하다. -유디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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