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열
Null copper wire, 60x200x60cm, 2011
류호열
Baum HD, 1920x1080pixels, 2011
류호열
Meer HD, 1920x1080pixels, 2011
류호열
Mensch digital print, 100x150cm, 2011
아이에게 주위의 모든 것은 새롭고 신기하다. 앉는 용도의 의자도 어깨에 메면 책가방이 될 수 있고, 십자가도 비행기가 될 수 있다. 아이에게 모든 사물은 그것만의 목적, 용도가 없는 열린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자는 의자가 아닌 가방이 될 수 있고 아이들은 그것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니체가 말한 데로 “아이는 순진무구함이며 망각이고, 새로운 출발, 놀이, 스스로 도는 수레바퀴, 최초의 움직임”이기에 이런 순수한 창조의 즐거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 류호열의 작업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작업은 하나의 매체에 갇혀있지 않다. 사진, 영상, 조각 등 사용 가능한 모든 매체를 사용한다. 그 모든 작업의 기본은 컴퓨터로 이루어진다. 그는 그것을 이용하여 의자, 자동차, 비행기를 비롯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사물을 3D로 만들어낸다. 그가 만든 3D의 하얀 사물들은 아이가 바라 보는 고정된 의미를 갖지 않는 사물들과 닮아 있다. 그 의자와 자동차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의자, 자동차와 모양과 형태는 같으나 그 쓰임이 사뭇 다르다. 그는 그것들을 무작위로 쌓아 올려 언덕(Huegel, 2011)과 사람(Mensch, 2011)의 형상을 만든다. 언덕의 작품 안에 그 사물들은 더 이상 그 고유의 성질을 갖지 않는다. 그것은 언덕을 형성하기 위한 하나의 부분이 된다. 즉,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앉을 수 있는 의자, 탈것으로서의 자동차가 아닌 것이다.
같은 선상에 그의 비디오 조각이 있다. 비디오작품은 흔히 모니터 안의 영상만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의 비디오 조각은 영상뿐만 아니라 영상을 구동하는 장치 역시 중요하다. 그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도 창조하는 것이다. 그의 비디오 조각은 아크릴판 위에 작은 모니터, 스피커, 메인보드 그리고 그것을 구동하는 회로들이 노출되어 있다. 그에게 스피커와 회로들은 영상을 구동하는 하나의 부품이 아니다. 그것들 자체가 작품을 이루는 하나의 의미가 된다. 즉, 그에게 모든 작업은 하나의 의미를 지우는 과정임과 동시에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의 일련의 작업들은 기존의 것을 버리고 새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보통의 혁명처럼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또한 우리에게 새롭게 만들어진 의미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그는 우리에게 그의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 작가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 세계에 가두는 것이 아닌 그 속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 내기 바라는 것이다. 그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작가와 함께 끊임없는 창조를 유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빛 갤러리 큐레이터 추선정
1971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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