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맨드라미 Oil on linen, 228x182cm, 2008
남경민
사유의 풍경으로 걸어가다 Oil on linen, 162x260.6cm, 2008
이광호
Cactus No.38 Oil on canvas, 227.3x181.8cm, 2009
이동재
Icon Acrylic, rice on canvas, 116.7x91cm, 2005
박지현
23rd Street 향으로 태운 한지 배접, 207x142cm, 2010
도윤희
밤은 낮을 지운다 Oil on pencil with varnish on canvas, 122x549cm, 2007
박진아
사다리 Oil on canvas, 230x170cm, 2010
신미경
Translation vase Soap, pigment, 19.8x19.5x24.5cm, 2011
이동기
Marx Acrylic on canvas, 112.1x145.5cm, 2010
이이남
노트르담 성당과 산수도 LED TV, 6min 30sec, 2011
기억을 좇는 사람들展
먼 과거의 공룡뿐 아니라, 아득한 미래의 ET를 동시에 우리들에게 안겨주는 전자•정보 미디어의 급속한 발전은 모든 시•공간의 거리를 제거함으로써 우리의 생활방식뿐 아니라 감각까지도 바꾸고 있다. 무한히 확대되기도 혹은 좁혀지기도 하는 오늘날의 ‘현재’는 ‘과거’의 흔적과 ‘미래’를 향한 기대감 사이에서 더욱더 그 경계를 잃어가고 있다. 이제 역행할 수도 없고 반복될 수도 없었던 과거의 모든 시•공간적 경험들과 기억은 지속적인 가능성과 변화를 지닌 실재가 되었다. ‘기억’이란 단순히 지나간 과거를 떠올리는 과정이나 행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억은 매 순간이 과거가 되어버리는 끝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의식을 재구성해내는 방식과 이를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을 좇는 사람들>展은 주관의 세계, 내면의 세계와 같은 사적인 지점으로부터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대중과 예술이 만나는 다양한 접점을 보여주고자 하는 전시이다. 이는 마들렌을 홍차에 찍어 먹다가 불현듯 그 맛에 의해 연상된 추억의 환영들이 하나하나 드러나는 것처럼, 명명되지 않는 개인의 삶의 이야기들이 작가들의 섬세한 감성으로 재구성되어 ‘지금 여기에’, 그리고 ‘미래의 어느 한 순간’에 살아있는 기억으로 존재하게 될 작품들을 만나는 자리이다.
도윤희는 드로잉과 채색, 바니쉬(vanish)의 레이어(layer)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박지현은 향으로 일일이 종이를 태우면서 만들어진 구멍들 사이로 시간을 초월한 듯한 신비한 느낌을 강조하며 자연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들의 작업방식과 결과물이 곧 기억과 시간의 흐름의 축적을 보여준다면, 박진아는 특유의 빠른 붓놀림을 통해 마치 우연히 포착된 듯한 일상의 한 단면과 불현듯 그 일상이 낯선 느낌으로 환기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사실 기억은 개인마다 선별되어 있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편집되기도 한다. 그 편집된 기억 가운데, 때론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은 주체의 욕망이 드러나기도 한다. 김지원은 맨드라미의 생동하는 꿈틀거림을 통해 생의 극적이며 상징적인 순간을 은유한다. 이광호는 선인장을 극사실적이면서 기념비적으로 확대, 묘사하면서 대상의 강렬한 생존 본능과 함께 특유의 남근적 아우라를 발산시킨다. 반면 남경민은 인간 내면의 심리적인 요소들을 실내 공간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이렇게 현실적 필요에 따라 재구성되는 개인의 기억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반복과 수정을 통해, 문화적 차원에서의 기억을 형성해가게 되는데, 신미경은 비누를 재료로 과거 유물을 정교하게 복제하는 작업을 통해, 하나의 대상이 긴 역사적 시간과 문화적 문맥을 통해 예술작품으로 재해석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와 비슷하게 이이남은 옛 명화를 현대 최첨단의 미디어 기술로 새롭게 재현시킴으로써, 문화적 창조물로서의 시간과 동서양의 구분을 넘어서는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편 이동기, 이동재, 홍경택은 오늘날 대중 매체를 통해 무수히 재생되며 대중의 의식 속에 끊임없이 각인되는 소비사회에서의 이미지 기억에 대해서 다룬다. 이동기는 추억의 오락문화에서 경험했던 여러 가지 아이콘들로 가득한 화면을 만들어내며, 이동재는 시대의 아이콘을 디지털 픽셀과도 같은 구성으로 새롭게 제시한다. 반면 홍경택은 언뜻 보기에 찍어낸 듯 좌우대칭이거나 또는 패턴화된 이미지를 통해 실제의 이미지를 기호화하고 단순화하는 매스미디어의 이미지 생산방식을 환기시킨다. 이들 작가는 예술과 상업의 영역으로부터 친숙한 소재를 함께 차용함으로써, 예술사 속에 내재된 모방의 역사를 현재의 형식으로 읽어내는 것에만 머물지 않으며, 상업의 영역에 포섭된 고급 미술의 영역과, 이 양자 간의 관계를 마치 모자이크처럼 재구성하는 대중문화의 시각적 영향력과 그것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킨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서 기억은 단지 흘러가 버리는 것, 사라져버리는 것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된 흔적을 통해 잊혀진 모습을 의식 밖으로 되살리는 것이며, 바로 이러한 기억을 환기시키는 것이 예술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기억의 미래를 좇는 사람들>展은 예술의 감흥이란 단순히 지나간 옛 이야기를 복원하는 상상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현재의 파편들로부터 미래로의 소통방식을 열어나가기 위한 작가들의 열정 가운데 있는 것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1961년 경기도 과천출생
1969년 출생
1961년 출생
1974년 출생
1967년 출생
1967년 서울출생
1968년 서울출생
1969년 전라남도 담양출생
1967년 청주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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