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래다
2010.01.14 ▶ 2010.01.30
2010.01.14 ▶ 2010.01.30
박종호
Children-Apple Juice 캔버스에 유채, 130x198cm, 2009
오수진
다모클레스노블우먼시리즈1 (Damocles Noble Woman Series1) 캔버스에 유채, 91x91cm, 2009
이효영
200904270831 캔버스에 연필, 112x145cm, 2009
오수진
퍼블릭 매거진 시리즈_지큐(Public Magazine Series_GQ) 캔버스에 유채, 227x182cm, 2009
이효영
Secene_01 캔버스에 연필, 53x53cm, 2009
김진우
QBICT 캔버스에 아크릴릭, 145x112cm, 2009
박정현
미간(The Glabella) installation, 200x120cm, 2009
김진우
HISTOGLYPH_태초의 마침표 캔버스에 아크릴릭, 182x182cm, 2009
박정현
샹들리에(The Chandelier) interactive installation, 1024x768 px, 2009
박종호
Road-우리는 그냥 주저 앉아버렸다 캔버스에 유채, 226x127cm, 2009
오종은
A flying bird charcoal,acrylic on paper, 54x39.2cm, 2009
오종은
In my dream-2 charcoal,acrylic on canvas, 162x130cm, 2009
오종은
Into the forest Acrylic on wood, 219.5x110cm, 2009
이보람
98 피흘리는 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91x73cm, 2009
김진우
신인류의초상 1(Portrait of New Human Beings 1) Steel, Stainless, Aluminum, 150x100x100cm, 2009
김진우
신인류의초상 2(Portrait of New Human Beings 2) Steel, Stainless, Aluminum, 150x100x100cm, 2009
이보람
희생자-body wrapped 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162x112cm, 2009
이보람
희생자-body wrapped 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162x112cm, 2009
‘네오 프라임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
흔히들 현대의 명화를 감상하려면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그곳에 가면 중고등학교 미술시간에 보았음직한 그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 클림트의 <공원>, 마티스의 <댄스>, 모네의 <수련>,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이외에도 샤갈, 몬드리안, 칸딘스키, 말래비치 등의 대표작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록펠러가의 며느리 애비 록펠러의 주도로 설립되었는데 기업이 얼마나 문화에 크게 이바지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실례라고 하겠다. 예술의 성공적인 후원사례로 르네상스 시대에 메디치가(家)가 있었다면, 미국에는 록펠러가(家)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MoMA는 인류의 예술유산을 잘 간수함으로써 미국인들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인류문화의 보고로서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몇 대에 걸쳐 록펠러재단은 예술지원을 계속해오고 있는데 록펠러 3세가 소장한 9점의 아시아미술품에는 한국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우수한 문화재도 포함되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적도 있다.
이 같은 예술지원은 꼭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가능한 이야기이며 언젠가는 실현될 것으로 많은 예술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때마침 프라임문화재단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만들어 작가들에게 마음껏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것은 문화선진국으로 가는 첫발을 내디딘 것 같아 매우 기쁜 일이다. 그것도 금싸라기 같은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 작업실을 제공한다는 것은 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특단의 조치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예술가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였다는 점과 또한 작가들이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작업을 모색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예술창작촌(Artist Village) 또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rtist in Residence)’ 등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서도 2천 년대 와서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작가들에게는 안정된 창작환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작가들 상호간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니고 있어 매우 유용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프라임 문화재단에서 마련한 이번 프로그램은 첫 해인 2009년도에는 ‘토털 아트’ 개념의 미술, 복합매체,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예술경영, 영화 등 5개 분야의 13명이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때마침 국가적 차원에서 문화콘텐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요구되는 시점이어서 시의적절한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박종호의 그림에 등장하는 것은 무리에 뒤섞인 돼지, 혹은 돼지의 서글픈 눈, 공중에 떠있는 돼지, 어디론가 떠내려가는 돼지 등이다. 인간을 돼지에 빗대어 표현하였는데 고단한 삶으로 신음하는 인간 등을 꼬집어내고 있다. 그의 사회비판은 깡통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근래에는 사람을 깡통으로 의인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박종호는 회화와 사진 두 가지 매체로 한 가지 이야기를 하는 작가이다. “자신도 모르게 울타리에 갇혀버린 대중”을 상징하는 돼지를 그린 회화 작품과 “겉포장이 벗겨진 빈 깡통”으로 만든 오브제를 찍은 사진 모두 ‘동시대 한국사회 속의 인간’ 혹은 그 속에서의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시스템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적 엘리트로 성공한 극히 일부의 삶을 기준으로 혹은 (현실적, 세속적) 이상으로 품고 있다는 것은 흥미롭고도 서글픈 주제이다. 자본주의는 밝게 빛나는 스타는 보여주지만 그것의 내부 구조는 은폐한다. 이것은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자유의 영역을 보다 넓히기 위해 상대적으로 타자의 영역을 제한할 것을 열렬히 원하”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성’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가.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삶에 대한 진심어린 애도와 연민을 요청하는 것과 그 구조 속에 함몰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실존적 삶의 방향을 은유적으로 때로는 직유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슬픈 나르시시즘의 상징인 돼지의 모습과 홀로 찌그러졌지만 “꼿꼿이” 서있는 깡통은 바로 주어진 구조 속에 매몰된 인간이 아닌 하나의 실존적 주체로서 살아가는 나약하지만 나약한 것만은 아닌 존재에 대한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자아를 찾는 것은 자유를 획득하는 과정이며, 자유는 의무를 동반하며 가치를 낳는다. 현실 세계에 발 딛고 있는 주체가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은 비극적인 여정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박종호의 작업은 다음의 사르트르(Jean Paul Sartre)의 말을 상기시킨다.
“그 책을 책상 위에 놓아두는 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자유이다. 그러나 당신이 그 책을 펴볼 경우, 그것은 그 책에 대한 의무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는 그 자유로운 주관적 기능을 향유함으로써 경험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성에 의해서 요구되는 창조적인 행위 속에서 경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절대적인 목표가 우리가 가치라고 일컫는 것이다. 예술작품은 일종의 요청이므로 곧 가치이다.”
■ 이선미
오수진은 매가진에 나오는 연예인이나 익명의 사람들을 그림의 주인공으로 차용한다. 대중스타나 유명 인사들이 나오는데 어찌 보면 일반인들로서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이다. 작가는 그들을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화면에 옮긴다. 그런데 이렇게 유명인의 초상화를 그리는 이유는 그들에 대한 열광 때문이 아니라 그들과 어떤 관계도 맺지 않으면서 관계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사실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실질적인 만남을 통한 교류 대신 가상의 만남과 폐쇄적인 소통을 작가는 그림을 통해 지적하고 있다.
오수진의 작업의 주요 화두는 "대중문화"이다. 현대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대중매체를 통해 흔히 접할 수 있는 유명 영화배우, 모델, 가수 등을 대상으로 하는 그녀의 작업은 처음 보는 순간, 정교하고 생동감 있는 묘사에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요즘 작가는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신종 플루"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한다. <데모클라스 노블 우먼 시리즈>는 송혜교, 임수정을 비롯한 유명 모델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은 신종플루의 확산과 더불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지나가는 행인에게 일종의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자신의 권위를 “티아라”를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옛 귀족들의 모습을 떠올리도록 유도하고 있는 작가의 의도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과 마스크에 대한 두려움을 교묘히 겹치게 표현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 이자원
이보람은 전쟁과 테러 희생자들을 등장시킨다. 그들의 울부짖는 표정과 상처 입은 신체, 얼굴에는 선혈이 낭자하다. 테러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반인륜적인 테러로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다. 이보람이 주목하는 것은 테러의 희생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무감각한 시선에 있다. 불타는 도시나 테러의 희생자들을 마치 영화를 보듯이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이미지를 소비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심지어 희생자들 앞에 붓을 그려 넣어 자신조차 희생자들을 향한 미안함이 없지는 않은지 되새겨보고 있다. 비극적 사건을 대하는 시선의 무감각이 희생자들의 불행만큼이나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이보람은 “울부짖는 얼굴과 상처 입은 신체, 흘러내리는 피”를 그린다. 전쟁과 테러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을 보도한 사진에서 얻은 이 이미지들은 우리에게, 혹은 모두에게 요구된 어떤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는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며, 죄책감과 무력감 그리고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자신의 감정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파스칼 뷔르크네르(Pascal Bruckner)가 지적한 것처럼, “‘매번 이동촬영을 할 때마다 도덕적 책임’(장 뤽 고다르)이 따랐던 시대”는 끝이 났으며, 우리는 전생 사진과 영화들의 양적 증가로 인해 “일상적 비극들을 너무 많은 양으로 복용”하고 있다. 이 과잉 복용은 타인의 비극을 무감각하게 혹은 흥미의 대상으로 잠깐 ‘소비’하고 지나치는 행위가 상식처럼 느껴지는 현실을 낳았다. 즉, 비극적인 현실을 “지나치게 노출시켜” 그것을 보는 “포만한 시청자는” 타락하게 되는 것이다. 뷔르크네르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이러한 현상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분노는 그것이 부추겨짐에 따라 무디어지고, 가장 나쁜 것도 일상적이 되며, 무관심은 결코 정보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정보 자체가 우리에게 베일을 벗겨 주는 사건들의 비극성을 완화 시킨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보는 행위에 대한 인식과 책임”에 관한 자신의 감정을 화면에 담고 있다. 성상과 같이 박제화 된 희생자의 모습에서 흘러내리는 피와 화가의 붓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질적으로 서로 다른 고통에 대한 상징이지만, 인류의 책임을 환기하는 공통의 색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육가공 공장의 갈고리와 질서 있게 서있는 손가락들이 “끔찍한 참상을 알코올 대하듯”하는 대중의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그것은 화가로써 캔버스 위에 그리는 지독한 성찰이다.
■ 이선미
이효영의 작품에는 이미지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말탄 아이, 괴물, 손잡은 두 아이, 다투는 사람들, 해골, 침 뱉는 사람, 꽃과 나무, 무어라 이름붙이기 어려운 사물 등이 어지럽게 늘어서 있다. 그림의 구도도, 주제인물도, 원근법이나 명암 같은 것도 구비되지 않은 채로 생각이 나는 대로 이미지를 불러내고 무작위로 배열한다. 그러나 작가는 “내 그림은 곧 나다. 그림에는 내 생각, 내 경험, 내 추억, 내 바람이나 꿈까지 나만이 알 수 있는 형태로 녹아있다”고 말한다. 작품의도를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작품이 이효영의 개인적 삶과 관련이 있음을 밝혀주는 대목이다.
김진우는 가상의 로봇을 등장시킨다. 매 작품마다 로봇의 아이콘이 활개를 친다. 손에는 나팔을 쥐고 어깨에는 날개를 달았으며 허리에서는 총알이 뿜어 나온다. 때로 로봇은 스스로 얼굴을 변신하여 매순간마다 표정을 달리하기도 한다. 보트를 타는 인어로봇이 있는가 하면 나팔을 불며 모터싸이클을 타는 우스꽝스런 싸이클 마니아 로봇, 머리에 화분을 인 친환경적인 로봇도 볼 수 있다. 어릴 적 보고 놀았던 로봇이 여전히 그의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사람들을 동심의 세계로 유인한다.
“만약 당신이 로봇이 되어 이 행성에 산다면, 당신은 실제 생활에서는 결코 해보지 못한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 이를 테면, 하늘 위를 나는 것,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 그리고 살아 숨 쉬는 가구를 갖는 것들이다.” -윌리엄 조이스(William Joyce)
김진우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등장하게 될 신인류, 즉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로봇 혹은 로봇과 같이 만들어진 인간의 출현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수공업적 방식으로 만들어진 기계-조각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대해, 미래의 사회에 등장하게 될 “신인류는 우리가 '인간'이라고 부르는 종족의 보편적 삶의 양식을 거부하며 자신들만의 문화를 창조”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기계문명, 의학의 발전에 따른 초과학적 신인류의 상을 형상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무엇보다도 “친환경적 자연과 생명”이 미래의 신인류에게는 더욱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의도를 담고 있는 김진우의 로봇들을 다시 살펴보면 오히려 덜 기계적인 느낌을 주는 로봇들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인간을 닮거나 신화 속 주인공의 모습을 한 로봇들은, 영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공예품과 같이 작가의 수공을 거쳐 만들어졌다. 작가는 애잔함을 불러일으키는 차가운 체온과 빈 몸통을 가진 로봇에 ‘생명’을 더하고 있는 예술가로, 피그말리온(Pygmalion) 신화를 연상시킨다. 마치 심장을 얻으려 모험을 하는 <오즈의 마법사> 속 깡통로봇이 받은 하트시계가 상징하는 인간성을 김진우는 자신의 작품에 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른의 동화이자 미래의 동화라고 할 수 있다.
■ 이선미
용관은 관측자가 동일한 대상을 시점이 다른 두 지점에서 관찰할 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는 사실에 착안해 다양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시차의 양극성을 포착하였다. 작가에 따르면 시차는 관념, 사물, 사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는데 그것은 육면체의 각각의 면처럼 결코 대면하지 못한다고 한다. 작가는 양자적 관점을 찾아 다양한 측면을 재구성한다.
용관은 과학과 예술을 접목시켜 ‘창작’과 더불어 ‘탐구’하는 작가이다. 자신의 작업을 과학적으로 실험한다. 대표적인 그의 작품으로 한글의 창제원리에 입각하여 설계된 SYLLABRICK을 꼽을 수 있다. 언어 자체에 대한 탐구는 신작 QBICT나 HISTOGLYPH의 조합에서도 드러난다. 시각적인 구조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은 인과와 우연의 결합을 통한 다양한 양상의 구조물이 축적된 결과물로 나타난다. 사회구조적인 관심과 시각적인 디테일에 대한 관심의 연계선상에서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노력하는 용관은 자신의 진지한 고민이 묻어나는 독창적인 작업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 이자원
박정현은 영화와 연극, 무용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주로 인터렉티브 비디오설치작품을 하고 있는데
설치와 영상작업을 통해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고민하고 있는 박정현은 인간의 본성, 사회정치, 인권, 환경문제 등 광범위한 소재를 대상으로 작업한다. 관객의 직접적인 참여를 이끄는 인터렉티브 작품들은 일반인들의 흥미를 유발하여 예술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소수의 특권층만이 누릴 수 있는 예술이 아닌 일반대중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예술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작업하는 박정현은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작품’이 아닌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작품과 ‘대화’하도록 유도한다.
드라이기와 머리카락을 이용한 <미간>은 “관계”에 대한 표현이다. <미간>은 “관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작품을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드라이기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을 타버리게 만드는 설정은 모든 관계가 상대적이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거리가 있음을 인지할 때 이상적인 세상이 창조된다는 작가의 믿음을 보여준다.
박정현은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작업이지만 무조건 적인 비판이 아니라 일종의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러한 작가의 생각은 콘돔으로 만든 <샹들리에>에서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 “낙태”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 아닌 모두의 관심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참신하다. 예술을 단지 눈으로 즐기는 감상의 대상으로서만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준다.
■ 이자원
오종은은 꿈과 인간의 욕망, 일상을 포착한다. 그의 작품에는 분명한 이미지 대신 신기루와 같은 허구의 세계가 존재한다. 이런 꿈꾸는 듯 한 세상이 그의 예술을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작가에 따르면 “꿈은 우리를 숨 쉬게 해주는 정신의 탈출구”이다. 그의 작품에서도 그러한 환상이 반영된다. 어디론가 속절없이 흘러가고 부단히 움직이며 그러다가 조용히 잠적한다.
오종은의 작품에서는 “인간”과 “꿈”을 발견할 수 있다. 그녀는 “기이한 미”를 추구하며 “꿈에서 본 세계”를 표현한다. “약간의 기형, 언밸런스가 아닌 것은 무감각해 보인다. 불규칙함, 다시 말해 예기치 못한 것, 뜻밖의 요소, 놀라움이 미의 특성인 것이다.”라는 보들레르의 말에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는 이를 자신의 작품에 충실히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다양한 작업들 가운데 "꿈"과 연결된 작품들이 핵심이다. 대학원 졸업 이후 지속적으로 자신의 꿈을 드로잉 해온 작가는 이 이미지들을 모아 현재 화폭으로 옮기고 있다.
작가의 꿈 속 세계는 어떠할까? 작가는 스스로 “꿈은 우리를 숨 쉬게 해주는 정신의 탈출구이자 또 다른 세계와의 조우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꿈을 어둡다고 표현한다. 단순히 허황된 세계가 아닌 자신과 주변의 미래를 예견해주기도 하는 꿈을 꾸는 작가는 꿈속에 등장하는 어두운 이미지를 형상화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표출한다.
■ 이자원
이외에도 ‘네오 프라임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는 전시기획가 두 명이 참여하였다. 이자원, 이선미는 지난 한 해 동안 전시기획과 서문, 리뷰 등 전시와 관련된 활동을 펴왔다. 미술이란 작가를 포함하여 큐레이터, 비평 등이 합쳐져서 움직이는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큐레이터와 비평의 선택과 검증을 거치면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작가가 부단한 훈련을 거쳐 일정한 단계에 오르듯 큐레이터와 비평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큐레이팅과 비평을 실제로 배우고 훈련할 수 있는 무대가 현실적으로 필요한데 이런 것을 터득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프라임문화재단의 발족은 예술지원의 좋은 예가 되고 있다. 시민을 위한 예술복지프로그램인 ‘아트차려드림’, 소외계층 및 장애인 지원사업, 그리고 작년부터 실시한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 후원 등이 그것이다.
프라임 문화재단은 그간 창출한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예술이 창의력이 요구되는 미래산업의 동력이 된다는 판단 하에 예술가들을 돕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창의성과 열정이 넘치는 다양한 분야의 젊은 작가들이 한 공간에 모여 상호 소통과 교류를 통해 각각의 역량을 끌어내고 있어 예술에도 큰 활력이 되고 있다.
작은 관심과 애정이 뜻밖의 결실을 맺을 때가 있다. 인류의 삶에 이바지할 수 있는 좋은 예술을 경작하기 위해서 비지땀을 흘리는 젊은 작가들을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때 이 땅의 예술은 더 견고해질 뿐만 아니라 무럭무럭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들이 향후 작가로서 자기세계를 확립함과 동시에 세계무대로 뻗어나가 한국문화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창의성의 가치’를 높이 사주신 프라임문화재단의 백종헌 이사장님을 비롯하여 관계자 여러분께 미술인의 한사람으로 감사를 드린다. 프라임문화재단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에 힘입어 이 땅의 문화예술이 발전하고 우리 생활 가운데 풍요로운 문화가 깊이 뿌리내리기를 기대해본다.
■ 서성록(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1969년 출생
1982년 출생
1973년 출생
1980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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