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화
나무비가 내리다 인테르나무, 224x60x1.5cm, 2009
차경화
나무바람이불다 인테르 버려진나무, 224x30x2.5cm, 2008
차경화
별거아닌배려 2008
차경화
생각-나무 나무조각, 20x20x15cm, 2008
차경화
별거아닌 배려 인테르 나무, 가변설치, 2008
차경화
나무의 초상화를 걸다 버려진 나무, 36x36x10cmx30개 , 2007
차경화
나무-묵상 버려진나무, 90x60x4cm, 2009
차경화
나무눈이 쌓이다 버려진 나무, 150x70x12cm, 2008
버려진 조각 - 기억의 편린
“새댁 이 나무 조각 주워서는 돈 안 된다오. 저기 골프장 근처에 떨어진 골프공이 좀 낫지...”
차경화 작가와 대화하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주변에 버려진 오브제들을 가지고 작업(junk art)해 오고 있는 차경화는 우리에게 쓸모를 잃고 버려진 사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별거 아닌 배려展>에서 작가는 버려진 나무와의 소통을 통해 나무를 익숙하듯 또는 생소하게, 여러 모양새로 제작, 설치함으로써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한, 깨닫지 못한 나무의 소중한 모습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소멸되어가는 시간과도 같은 버려진 나무들을 수집하고, 시간의 소멸로 자연스럽게 바뀌어가는 나무 조각들의 색을 선택하고, 이들 하나하나를 공들여 다듬는다. 작가는 단순하지만 인내를 요구하는 수작업을 감내하고, 거기에 철저하게 몰입하며, 자신의 즐거움을 찾는다. 자기 자신과의 ‘즐거움의 소통(communication-pleasure)’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다.
버려진 나무 조각의 편린들은 여러 이미지로 조합, 변형, 확대되어 모종의 새로운 의미를 지닌 도상으로 새롭게 조합된다. 나무 조각의 편린들은 수직형과 수평형, 사각형과 원형 안에 이어 지고 끊기고, 높고 낮게, 빽빽하고 느슨한 상태로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통합된 이미지로 다시 형성된다. 이제 조각의 편린들, 즉 개별적인 세계는 개체로 자존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연기적으로 결부되어 하나로 이어진 통합의 세계를 이루게 된다. 작가는 조각의 편린들을 통해 자신은 물론 관람자에게 기억의 편린들을 새삼스럽게 떠오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그녀의 모아진 조각들은 부분과 전체, 나와 자연, 나와 너, 나와 우리라는 상호 공존의 유기적 관계의 삶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무심코 발에 걸리는 나무 조각들! 다소 황당하기도 하찮기도 한 것들은 치밀함과 우연성과 조합된다. 나무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차경화는 조각의 시각적 요소와 촉각적 요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녀 작품의 표면은 나무 자체의 거친 면과 전기 그라인더와 사포질로 치밀하게 연마된 면의 혼성, 즉 자연스러운 것과 인공적인 것이 공존한다. 이러한 혼성은 균형과 조화, 질서 있는 기계적 구성의 아름다움과 함께 파괴된 나무 조각들의 우연한 형태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멸되어간 시간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자연의 본성을 발견하고 그것에 대한 공감을 새로운 이미지 언어로 환원시킨 것이다.
‘시간의 소멸 (버려진 나무)’은 작가가 뜯고, 태우고, 자르고, 조각 하나하나를 연마하여 ‘영원한 생명’으로 봉인된 것이다. 그녀의 부동의 사물들은 단순히 물질적 결과로 만들어진 조각이 아닌, 물질과 함께 정신성과 시간성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관람자 역시 나무 조각의 편린들을 기억과 추억의 편린들로 떠올리며, 차경화가 자연과 즐거운 소통을 나눈 것처럼 그녀의 작품들과 고통의 소통(communication-pain)이 아닌 즐거움의 소통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윤인복(미술사 박사)
1975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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