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숙
Fa1-2 190x205mm , 2009
한연호
눈부신조화 캔버스에 유채, 1235x925mm, 2009
조영숙
Ma1 300x220mm, 2009
한연호
무한한 움직임 캔버스에 유채, 1000x1290mm, 2009
조영숙
G4-S5-1 80x330mm, 2009
한연호
바다에 비내리고 캔버스에 유채, 650x590mm, 2009
존재-그 무한한 움직임
“기쁠 때는 네 마음속을 들여다보라. 그러면 너에게 슬픔을 주었던 것이 기쁨도 준다는 것을 볼 것이다. 슬플 때도 마음속을 들여다보라. 그러면 너에게 기쁨을 가져다준 바로 그것 때문에 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칼릴 지브란
살아있다는 건 물결처럼 바람처럼 끊임없는 움직임이며, 또 살아간다는 건 만들고 흩어버리는, 그래서 채우고 또 비워야만 하는 역설적인 행위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기쁨은 무엇이고 슬픔은 무엇일까요?
고뇌의 시대에 맞이한 예술인의 삶은 표현하려는 시도조차도 사치처럼 느껴졌고, 그저 묵묵히 자기가 가진 사회적 능력을 존재 이유로만 생각하며 살아온 시간들이 모여서 가을이 되었고, 눈부신 가을 햇살에 몸을 맡겨 지친 마음을 다독여봅니다. 참 많은 생각들이 우리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우리의 노력과 헌신을 가치없게 느끼게 합니다. 세월이 주는 사회와의 괴리가 더 이상은 우리의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 우리의 헌신으로 변화된 사회에서 밀쳐진 느낌, 그 두려움으로 시들어갑니다.
시대가 주는 자유를 만끽하기엔 너무 준비를 못한 듯도 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우리의 자유를- 우리를 일깨워 모든 관념의 벽을 허물고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을- 찾는 자유의 시간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미뤄놓은 것을 하기에 주저할 필요가 없는, 마치 선물 같고, 우연 같은, 필연의 시간에 밀쳐놓았던 우리의 과제를 해나갑니다.
“나는 나니까” 라고, 그리고 그 자각이 다시 예술인으로서의 시각으로 생활을 정리 합니다.
이제 계획하기에 적당한 시간이고 남아 있는 시간은 마무리하기에 적당한 시간입니다. 기쁨과 슬픔의 무한한 움직임으로 작업을 합니다. 가슴속에 스며있던 그 기억을 작품에 하나하나 담아서 채우고 또 비우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작은 건드림만으로도 바람결에 가진 향기를 보내버리는 귀퉁이 베란다의 가을햇살담은 로즈마리 화분들처럼 받아들임에 인색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전시에 담았습니다.
-한연호
예술이 할 일은 살아있는 순간에 맺어지는 인간과 주위 세계의 관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인간은 항상 옛 관계의 그물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으므로 예술은 항상 ‘시대’에 앞서 있으며 이 시대는 또한 살아 있는 순간보다 훨씬 뒤쳐져 있다.
< D.H 로렌스 "Art and Morality", Phoenix >
벽면이 온통 그림으로 채워져 있는 공간에서 등 뒤로 비춰지는 오후 햇살을 받으며 저마다 하얀 종이 위에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순수한 열정과 소박한 행복을 보았다. 80년대 초, 문화적으로 열악한 사회적 현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은 내게 아름다운 감동을 주었다. 함께 공유하는 미술공간으로 변화시키며 시간을 보낸 지 10년 ,나의 개인적 작업은 그들을 위한 공간의 변화와 예술 체험을 위한 계획으로 점점 미루어졌고, 주어진 공간의 한계는 변화된 그들의 자유로운 감성의 움직임과 무한한 발상의 표출을 방해하였다. 답답하였다.
서로 상호관계 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우리를 살아있게 만든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모든 장르의 예술 행위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들은 선택적 체험을 통해 자유로운 감성의 움직임을 가질 것이고, 나도 나의 작업을 통해 그들과 함께 그것들을 향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공간에 대해 탐구해야 했다. 꿈꾸었던 새로운 예술 공간들이 2000년 초 우리들 곁에 만들어지는 것들을 보았다. 그 속에 나의 작업공간은 주어지지 않았지만, 예술 공간의 확산이 계속되어지길 바란다. 이제 20여년 미루어두었던 나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살아있는 연속체를 이루는 것. 이것이 순수함 혹은 순진함의 상태” 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분주하게 바삐 돌아다녔던 나의 일상은 관계의 그물 속에서 존재의 무한한 움직임을 보았다. 하지만 우리들 내면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순수함과 순진함을 그리워하며 감추어두었던 감성과 처음 아이들을 통해 다가온 “순수한 열정”의 감동을 되살리며, 내 안의 창작 혼을 다시 불러들이는 작업이 녹녹치만은 않았다.
나의 작업은 흙과의 대화로 다시 시작되었다. 컴퓨터 대신 물레가 나의 작업 친구가 되었다.
기존의 재료· 형식·기능을 기본으로 재료의 결합을 시도하여 변화된 “스타일” 을 중시하는 작업 속에서 그들끼리 스며들고, 드러내는 연속성의 자연스런 조화는 흙이 갖는 가소성으로 형식상의 자유를 위한 확장된 오브제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나에게 흙은 단순하게 형태를 만들기 위한 재료나 질료의 차원을 넘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유기체, 혹은 하나의 주체적인 존재로 인식되었다. 흙의 개체적 특성들이 서로 다른 관계맺음을 통하여 표현되는 무한한 움직임이 내 작업에 활기를 준다 . 빛깔의 조화로움, 기하학적인 형태, 표면에의 관심, 등은 내 작업의 기초가 되고 있다. 오브제는 다시 유약과 불과의 만남을 통해 결합된 흙의 표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다. 흙은 내가 형태를 부여하는 동안 또 다른 그들의 언어로 강하게 다가왔고. 더욱이 흙의 내면적 자연의 빛과 연결시킨 시각적 효과는 동적인 생동감으로 분출되어 고도의 완벽함을 보여주며 나를 이끌었다. 존재의 본질적 순수함과 순결함으로 시공간적 삶(space-time-life)의 살아있는 연속체들과 새로운 관계맺음이 흙을 통해 무한한 다양성으로 생성되기를 갈구한다.
흙과의 대화로 시작된 나의 작업은 흙이 나에게 보여주는 그 생동감을 수집하기에 바빠 기술적으로 해결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흙에서 느낀 순수한 열정을 기쁨으로 나누고 싶고 또 다른 관계맺음으로 자극받으며 충실히 이끌어가고 싶어 한발 내딛는 마음으로 전시합니다.
주저하는 걸음을 배려와 격려로 지켜봐 주신 여러분께 전시를 통해 감사 드립니다.
-조영숙
예술가들의 흔적들이 나를 매료시켰다. 색 한 조각 연필선 하나 심지어 글자 하나라도 그 내용 속에서 나타나는 느낌들을 깊이 받아들여 그 속에서 머물렀다. 책 속에서 본 너무도 많은 화가들과 또 개성이 다른 작품들을 보며 나도 그리고 싶은데, 표현하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그림책을 만들고 친구와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어린아이들의 그림 속에서 느껴지는 맑고 경쾌함이 경직되고 갑갑한 느낌으로 바뀌는 고학년들의 그림은 즐기는 것과 표현하는 것의 차이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아동화에서 보는 화려하고 찬란한 색깔들이 현실 속에서는 조악하게 나타나고, 칙칙한 느낌으로 세상을 보기엔 그 생명력을 무시하는 것 같아 표현이 되지 않았다.
호주에서 그림을 그렸다. 현실 속에서 자연이 그 색깔을 다 보여주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물감을 그대로 칠해도 어색하지 않고, 다양한 색깔들이 춤추는 것 같았다. 내가 그렸는데도 내 그림이 아니었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어색하고 마치 베낀 것 같았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색깔들이 존재하는 것을 체험하니, 색깔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수채화의 맑음과 파스텔화의 따뜻함. 동양화의 여백, 유화의 선명함에서 받은 느낌으로 내가 꼭 그려보고 싶었던 것을 그려보자고 작정했다. 캔버스 천을 종이처럼 펼치고 나이프를 연필 대신 사용하고, 유화물감으로 바다와 나무들과 하늘과 꽃들을 그렸다.
수채화 같은 유화가 내 그림이 되었다.
도반
친구는 작가정신이 투철하며 적극적이다. 나의 오랜 관망과 아집을 바라보며 그래도 동행해준다. 이번 전시를 같이 해주는 친구에게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이제 나는 그림을 그리고, 친구는 도자기를 만든다. 같이 또 따로 만들어가는 길, 서로를 자극하며 격려하며 우리는 오래오래 그렇게 갈 것이다.
-한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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