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우
응집(condensation) Korean stamp, 42x94cm, 2009
이관우
응집(condensation) Korean stamp, 50x132cm, 2009
이관우
응집(condensation) Korean stamp, 52x75cm, 2009
이관우
응집(condensation) Korean stamp, 52x75cm, 2009
이관우
응집(condensation) Korean stamp, 62x143cm, 2009
이관우
응집(condensation) Korean stamp, 63x94cm, 2009
이관우
응집(condensation) Korean stamp, 94x124cm, 2009
이관우
응집(condensation) Korean stamp, 95x125cm, 2009
이관우
응집(condensation) Korean stamp, 100x100cm, 2009
이관우
응집(condensation) Korean stamp, 163x130cm, 2009
사회를 응집시켜 화폭에 담은 작가, 이관우 展에 부친 소고 (小考)
화폭에 내려앉은 각 도장의 기울기나 높낮이·색과 명암을 조정하여 만들어진 어떠한 형상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선다. 이는 품안 가득 홀씨를 안고 바람에 살랑거리는 민들레 같기도, 오랜 시간 융기하고 깎인 바위 같기도, 또는 가장 높이 날고픈 새의 날개짓 같기도 하다. 크고 작은 도장들이 빼곡히 어우러진 모습이 위성지도를 통해 본 도심의 모습과 놀랍도록 흡사하다.
뿔도장이라는 부동의 매체로 흐름을 만들고, 촘촘하게 밀집한 것으로 순환을 말하는 이관우의 '응집(凝集)' 연작들은, 아무개들이 쌓이고 쌓여 최종적으로 맨 위의 사람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 독립적 주체로서의 개인(혹은 단체)의 표상인 도장들의 집합이다. 누군가의 이름 석자·직인·또는 국새로서 작게는 개개인과 그 구획지어진 영역을, 크게는 집단·사회·민족·국가를 대변한다. 유채색 큰 도장처럼 두드러지는 개인이 있는가 하면, 무채색의 작은 도장처럼 드러나진 않으나 사회를 구성함에 있어 많은 역할을 하는 개인이 있다. 도장 하나하나가 품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은, 작품 어느 곳에 김가 혹은 이가의 도장이 오건 작품 전체에 파장을 미치지 않으므로 그리 중요치 않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를 지탱하여 주지 않는다면 이관우 작품 속 세상은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이다. 즉, 서로가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도장들은 찍는 행위를 통해서만 현실에 안착할 수 있다. 바뀌었던 좌우가 그제야 제자리를 찾고 뜻을 가지는 까닭이다. 하지만 도장 자체는 타자(他者)와 구별되는 자신의 유일성을 내보이는 반면, '도장찍기'라는 행위는 나의 분신을 무한 복제하여 그 유일성을 파괴한다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이관우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색'을 제시한다. 우리 뇌리 속에 도식화되어 각인된 빨간 인주는 이관우 작품에선 아주 드물게 강조색으로서만 자리할 뿐, 주조색인 먹색과 청회색의 그것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관우는 작품 속 도장에 계약의 효력 발휘 등에 쓰이는 붉은 주사(朱砂)가 아닌 돌에 새겨진 내용 전체를 그대로 떠내는 탁본(拓本)에서의 먹을 차용함으로서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를 한 화면에 담담히 보여주려는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타인의 작품과 구분짓기 위해 작품 하단에 낙관을 찍거나 사인을 하는데 반해 이관우의 작품은 낙관이 간혹 있더라도 다른 수많은 도장에 묻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화폭 밖 현실세계에 자리한 작가 자신과 자신의 작품이 사회와 동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막대한 영향을 미친 사회 전체-역사·시대·타인과의 관계 등-에 겸손히 경의를 표함일 수 있겠다.
■ 리더스 갤러리 수 큐레이터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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