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연
v01 light jet c-print 5/5, 60x90cm, 2009
박상희
공장안 Acrylic on canvas, Vynil sheet cutting, 80x117cm, 2011
황세진
동상이몽(同床異夢)2 Acrylic on Canvas with Fabric, 116.8x91cm, 2011
강성훈
Wind dolphin copper, 40x100x180cm, 2010
박찬걸
Sliced Images 'Ina Bauer' Stainless steel, power system, H90x100x90cm, 2011
낯선 물질을 탐하는, 재료의 연금술사들
고경옥(이랜드문화재단 큐레이터)
예술 창작에 있어서 재료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회화나 조각 등의 범주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었던 창작방법은 캔버스에 안료를 안착시키거나, 돌 • 나무 • 청동 • 흙 등의 자연물을 이용해 입체감을 주는 몇 가지 방식으로만 제한돼 있었다. 그러나 20세기의 현대미술은 예술창작의 자유와 발상 전환의 성과로, 재료 사용에 있어서도 다양한 물질을 작품 안으로 걸어 들어오게 하였다. 특히나 산업화의 부산물로 쏟아지는 다양한 오브제의 등장은 창작 매체 선택과 활용에 있어서 작가들로 하여금 좀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게 만들었다. 작가들이 자신의 취향에 의해 선택할 수 있는 재료들의 범주가 무궁무진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현대미술은 장르의 다양성을 꾀하는 동시에, 장르간의 경계를 허무는 등, 미술 영역 자체의 확장을 가능하게 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현대미술의 한 흐름인, 미술창작 재료의 다양성이 작품창작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재료의 미학적인 차원에서 논해보고자 기획되었다. 참여작가로는 강성훈(구리선-조각), 구성연(사탕-사진), 박상희(시트지-회화), 박찬걸(스텐레스 판-조각), 황세진(헝겊-회화)이다.
구리선(copper wire)으로 만드는 입체 드로잉-강성훈
강성훈의 조각은 바람을 테마로 동물의 모습을 형상화 한다. 전통적인 조각의 재료가 지니는 무게감이나 부피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펼치는 가볍고 유희적인 드로잉을 통해 금속선의 흐름을 표현한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Wind+동물이름]으로 붙인 작품제목에도 잘 나타난다. 작가는 종이에 연필과 같은 예리한 도구로 드로잉 하듯이, 바람의 가벼운 느낌을 ‘구리선’이라는 얇고 가느다란 재료를 통해 입체 드로잉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때 작가는 구리선의 두께를 다양하게 사용하는데, 반복적인 이어붙임을 통해 생성된 ‘주름’은 작품의 율동성을 더해주며, ‘이어붙이기’라는 반복적인 행위는 노동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사탕으로 연출한 모란도(牡丹圖)-구성연
구성연은 일상적인 오브제들의 낯선 결합으로 연출하는 정물시리즈 사진작업을 보여준다. [사탕]시리즈는 만개한 모란꽃들을 연상시키는 장면을 사탕으로 연출해서 촬영한 작품이다. 모란(牡丹)은 예로부터 부귀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는데, 사군자(四君子)와 조화시키기도 하고, 단독으로 모란만 그리기도 했다. 모란도(牡丹圖)는 그 화려함으로 부귀영화(富貴榮華)와 안락을 염원하는 뜻에서 동양문화권에서 널리 사랑받았다. 작가는 전통 민화에서 착안한 모란도를 현대판 정물화로 재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달콤함으로 가득한 각양각색의 사탕과 모란꽃의 그 화려함 이면에는, 녹아버리고 시들어서 쉽게 사라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성연의 [사탕]시리즈는 찰나적 아름다움을 통해 영원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때 기호식품 사탕은, 전통적인 상징성에 그 화려함을 더해주며 구복적인 의미를 강화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시트지 컷팅(cutting)으로 재현해 낸 도시풍경-박상희
박상희의 회화는 간판의 재료인 시트지를 이용해 도시풍경 속 일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스펙타클한 현대 도시풍경에는 이미지가 넘쳐난다. 이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간판이다. 후기산업사회에서 소비문화는 광고라는 매체를 통해 빠르게 진행되는데, 간판이야말로 광고의 함축적인 기호로써 존재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간판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시트지를 현대 도시풍경의 재현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시트지라는 산업재료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는 작가의 작품은 회화의 전통문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이기도 하다. 또한 작품은 캔버스 위에 시트지를 붙이고, 그 위에 아크릴물감으로 그리며, 다시 칼로 시트지를 오려냄으로써 완성되는데, 이러한 행위는 평면작품에 요철감을 주어 촉각적인 관심을 자아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스텐레스 판으로 쌓여진 건축적 인물조각-박찬걸
스텐레스 판을 겹겹이 쌓아 올려 인물형상을 만들어 내는 박찬걸의 조각은 건축적이다. 작가는 노동집약적인 공정, 그러니까 스텐레스 판을 ‘컷팅-조립-용접’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작품을 만든다. 이때 스텐레스 판과 판 사이에는 틈새공간이 생겨 탑모양처럼 연출되고, 금속성의 조각들은 인체의 피부로 거듭나게 된다. 또한 파워시스템을 가동하여 작품이 움직이기도 하는데, 이는 흥미를 유발하는 지점이다. 박찬걸이 만드는 조각의 이미지는 친숙한 도상이다. 예를 들면 미켈란젤로의 ‘다비스상’이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서부터 핀업걸(pinup girl)의 아이콘인 ‘마를린 몬로’, 피겨퀸으로 불리는 ‘김연아’까지 그 이미지는 다양하다. 널리 알려진 익숙한 이미지를 끌어와 스텐레스 판으로 재구성하는 박찬걸의 조각은 대중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꽃무늬 천으로 가시화된 탐미주의자의 시선-황세진
황세진은 꽃무늬 천을 이용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나 물욕을 시각화 한다. 작가는 현란한 꽃무늬 천을 다양하게 선택해서, 정교하게 붙이고 그 위에 물감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꼴라쥬(collage) 작업이다. 꽃무늬 천 위에 유화물감으로 음영을 가해 완성된 그림은 실제에 가깝게 재현되며,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이때 작가가 그리는 소재는 유명디자이너의 구두, 옷, 가방, 스카프 등으로 소비사회의 상징적 기호가 된 물건들이다. 이러한 물건들은 동시대에 물욕의 대상이자 특정 계급이 향유하는 기호로도 존재한다. 황세진은 ‘꽃’이라는 아이콘을 활용해 인간의 공허한 욕망을 채워줄 물건들을 화면 안에 강박적으로 그려 넣음으로써, 현대인의 맹목적인 소비욕구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본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에 있어서 독특한 매체 활용을 통해 자기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작업군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에는 산업재료, 일상적인 생활용품이나 오브제 사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업에서부터, 전통방식을 고수하지만 그 작업의 개념에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기까지, 서로 다른 매체로 다양한 주제를 담아내고 있다. 5명의 작가는 다양한 재료 사용과 더불어 주제는 다르지만,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반복을 통한 노동력과 많은 시간을 투자한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라는 점이 공통된 지점이다. <재료의 연금술사>展을 통해 현대미술의 상상력과 예술 창작재료의 그 확장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1969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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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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