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의 승리 (The Triumph in Daily Life)
2012.03.22 ▶ 2012.04.29
2012.03.22 ▶ 2012.04.29
김한나
내 통장 캔버스에 유채, 193.9x130.3cm, 2011
김한나
게으름바라보기 FRP, 아크릴릭, 나무사다리, 가변크기, 2012
김한나
일등이 될 거야 캔버스에 유채, 162.2x130.3cm, 2012
김한나
도토루에 보낸 편지1,2 캔버스에 유채, 각 90.9x72.7cm, 2011
김한나
바람에 걸리다1,2 캔버스에 유채, 각 53x33.4cm, 2011
김한나
잘 자라 캔버스에 유채, 130x97cm, 2011
김한나
구름에 맞닿은 날 캔버스에 유채, 80.3x100cm, 2011
한나와 토끼
김한나에게 토끼는 단순한 작업의 소재가 아닌 절친한 친구이자 작가의 내면을 지탱해주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작가의 작업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함께 지내는 김한나 자신과 토끼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의 이전 작업들은 토끼와의 첫 만남과 의도치 않은 헤어짐 이후에 서로를 그리워하며 찾아 헤매는 여정을 그린 것이었다. 짧은 첫 만남 이후 둘은 원인 모를 강렬함을 느껴 서로를 갈구하며 찾아 다닌다. 위험으로부터 도망치거나, 위장술을 사용해 숨기도 하는 등 여러 고비의 여정들을 거친 후 둘은 끝내 재회하게 된다. 어렵게 만난 한나와 토끼는 뻐꾸기 시계 안에 둘만의 평온한 보금자리를 만들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한나와 토끼는 불안정하기에 서로를 갈구하며 둘이 함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는 관계이다. 작가는 한나의 시점과 토끼의 시점 두 가지를 동시에 드러내어 관람객들에게 그들이 느꼈던 두려움과 불안감 또는 서로가 함께일 때의 안정감 등을 공감하게 만든다. 또한 관람객의 손에 의해 움직이는 장난감 카메라는 토끼와 한나를 지켜보는 3인칭의 시점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그들에게 동화되었다가 이내 전지적 시점의 관찰자가 되기도 하면서 현실과 상상 사이의 경계를 드나들게 된다. 단편적인 내러티브를 다양한 시점으로 능숙하게 제시하며 공감을 이끌어 내었던 작가가 이번 개인전에서는 다시 만난 한나와 토끼가 일상 생활을 영위하면서 생기는 단편들을 보여준다.
일상으로 돌아온 한나와 토끼의 ‘승리’
이번 전시는 어느 날 동네 할머니의 안부를 묻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그 후로도 계속되는 동네 주민들의 안부 (오로지 학교 졸업과 취업 여부만을 묻는) 들은 한나와 토끼가 느낀 하루의 소소한 성취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들을 실패한 청춘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주민들의 안부는 이내 위로로 바뀐다. 좋은 학교의 졸업과 대기업의 취업, 연애와 결혼 등 모두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삶의 모습이 아닌 것은 가차없이 인생의 경로에서 뒤쳐진 것 마냥 건네는 위로 한마디 한마디가 한나와 토끼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한나와 토끼는 조금씩 저축을 하고, 조금 더 자고 싶지만 일어나 운동을 하는 등 일상의 삶 속에서 작은 일들을 하나씩 그리고 함께 해나가고 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크고 좁은 목표들만을 꿈꾸기 보다는 어제 그리고 오늘도 삶 속에서 주어진 작은 일들을 해나가며 지금을 충실히 보내는 것이야말로 일상생활에서의 진정한 승리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한나와 토끼가 보낸 일상의 단편들은 다채로운 파스텔 톤의 색채와 인물 중심의 독특한 구성이 어우러지면서 마치 동화와 같은 장면을 연출하지만 일명 ‘88만원 세대’라는 현 시대의 청춘상을 꼬집어 읽어낼 수 있다. 담담하게 읊조리는 듯한 한나와 토끼의 독백조의 작품들은 열심히 현실을 살고 있지만 턱없이 높은 취업의 문턱을 통과하기 위해 쉴새 없이 내달리고 있는 현 세대의 청춘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이전 작업들에 비해 풍부해진 색채감과 깊이감 있는 작품들은 페인팅 28점 외에도 비디오, 드로잉, 조각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면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상상력을 극대화 시킨다.
1981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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