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정 - 야반도주(Shoot the Moon)
2012.04.25 ▶ 2012.05.31
초대일시ㅣ 2012-04-25 18pm
2012.04.25 ▶ 2012.05.31
초대일시ㅣ 2012-04-25 18pm
최수정
최수정_위아래양옆 캔버스에 혼합재료, 181.8x181.8cm, 2012
최수정
위아래양옆 캔버스에 혼합재료, 181.8x181.8cm, 2012
최수정
에덴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혼합재료, 100x100cm, 2012
최수정
플라밍고 캔버스에 혼합재료, 181.8x227.3cm, 2012
최수정
플라밍고 캔버스에 혼합재료, 181.8x227.3cm, 2012
최수정
묵시 시멘트, 7x200cm(each 23x23cm), 2012
끝나지 않는 엔딩, 야반도주
다양한 사물들이 무질서하게 화면을 채우고 있는 최수정의 회화는 산만하고, 소란스러우며, 파편적 인상으로 가득하다. 각기 흩어져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소재들이 의미하는 바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풍경으로 접근해본다면, 화면 안을 조직하는 놀라운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가 에스키스로 핀, 실 등의 재료를 사용해 만든 구조드로잉에서는 그가 회화에 접근하는 초기의 경로를 엿보게 한다. 핀 뭉치, 실 뭉치 등 이 작고 사소한 뭉치들은 각기 산발적인 혼란 속에서 구축된 작은 소세계이다. 그의 회화는 마치 먼지 뭉치와 같이 공간 즉, 세계의 곳곳에서 수집된 파편들이 혼란과 모순 속에서도 구축을 모색하는 치밀한 조직체로 접근해야 한다.
이번 ‘야반도주’전에 등장하는 회화의 소재들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의식이 그가 처한 시공간에의 맥락으로부터 수집된 것이다.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건물 7층에서 작업하는 작가는, 창밖으로 보이는 이 거대한 콘트리트 세계로부터 야반도주 해볼 계획을 본 전시에서 감행한다. 야밤에 시선을 피해 후다닥 도주하여, 이상향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전체적인 바탕이 된 회색 색감은 콘크리트의 질료적 특징에서 비롯한 것으로, 현실에 대한 멜랑꼴리한 심상을 대변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화면 위에서 발광하듯 역동적인 색과 질서로 구성된 소재들은 이곳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탈주에의 욕망을 살피게 한다. 하지만 작업실의 창문에서 바라본 바깥의 풍경이 육중한 콘크리트로 가득했듯이, 탈주를 욕망하는 시선이 처한 모순적 상황은 회화의 화면에서 돔 건축의 천장 구조로 드러난다. 창문의 형상이지만 내부 구조인 돔은 결코 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시선의 구조를 공간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화면의 중심된 구조로부터 개별적 사물들이 배치되는 작업적 특징으로부터 이번 전시를 전체적으로 조망해본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각각의 화폭을 아우르고 있는 원형의 질서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원형 구조는 화면의 정가운데를 소실점으로 두고 우주의 빅뱅처럼 폭발과 동시에 이를 다시 수렴하여 생성해내는 반복을 지속한다. 마치 모든 것이 뒤섞인 거대한 연못과 같은 구조는 이전의 베타니엔 개인전 'No Man's Land'(2011)에서 극명히 드러났던 것이다. 전 작업이 거대한 핵이 폭발하듯 파편화된 개체들이 화면 위를 부유하면서 일종의 우주적 공간을 형성한다면, 이번 작업은 구획된 공간이 기본 모듈이 되어 공간을 방사의 형상으로 점유하면서, 안팎으로 확산시키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때 산만하게 배치된 사물들의 배열 방식은 탈주 불가능한 공간의 경계를 애매하게 흩트려 두거나, 고정된 경계들을 교란시키게 된다. 그리하여 야반도주의 공간적 구조는 경계와 경계 사이의 틈에까지 빼곡히 사물이 관여함으로써, 공간이 처한 경계적 상황을 넘어선다. 개인적 파토스(pathos)로 수집된 소소한 소재들이 고정불변한 로고스(logos)의 영역을 재조직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이성의 영역에서 좌절된 탈주를 다층화 된 화면의 레이어를 통해 끊임없이 시도하는 구조이다. 작가가 참고로 했던 영화 ‘빠삐용’에서 죄수가 감옥으로부터 반복하여 불가능한 탈주를 감행하듯 말이다.
야반도주의 공간적 구성을 시간적 흐름과 더불어 살핀다면, 전시의 맥락에 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 전시의 내용적 구성에 대해 ‘야반도주하여 도망가다가 숲을 바쁘게 지나쳐(위아래양옆), 마침내 왕국을 연상시키는 돔을 발견하나(플라밍고) 그 안에서 보니 밖에 달이 떠 있더라.’고 언급한 작가의 말은, 공간의 흐름이 안에서 밖(숲)으로 갔다가, 밖에서 다시 안(돔)으로 들어왔음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시간상의 구성은 밤(현재)에서 낮(미래)으로, 낮에서 다시 밤(이전의 과거)으로 회귀하는 과정으로 설정 돼 있다. 시공간상 상황이 모두 초기의 설정과 조건으로 돌아가고만 것이다. 결국 야반도주로 꿈꾸었던 탈주의 욕망은 좌절된 채 다시 원점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것도 은폐된 고대의 낡고 화석화된 돔이라니!
그렇다고 이 야반도주가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볼 순 없다. 카오스적인 사물들의 배치는 색과 형태의 연관 관계만으로도 야반도주의 현장을 충분히 유희한다. ‘플라밍고’에서 황폐화된 돔의 창마다 자리한 플라밍고의 색은 불꽃의 정염과 같이 타오르며, 이들이 춤추는 포즈는 역동적이며, 열정적인 리듬감으로 넘친다. 또한 ‘위아래양옆’에서의 반짝이는 미러볼 주위를 둘러싼 과한 색감의 선들과 불꽃에 타들어가는 사물들은 극단적인 광란과 광기를 일으키며 리비도적 충동과 무의식적 황홀감을 준다. 황폐화된 문명의 잿빛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불꽃과 야생 동물 등의 자연 요소들이 발산하는 무아지경의 이미지는 마치 세상의 경계들을 해방시키는 디오니소스적 축제와 같다. 이 숲 속의 축제는 앞으로 닥칠 문명에 담긴 위기의 목소리를 반어적으로 전달하며 미래로 향하는 통로처럼 보인다. 숲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소멸하는 가운데서도 사라질 그리고 망각될 미래의 존재와 순간을 발광하듯 밝히어 낼 것이다. 또한 야반도주 도중 도달한 어느 오래된 과거로부터 갑자기 뜨거운 용암이 솟구쳐, 이 모든 과정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심소미 (갤러리 스케이프 큐레이터)
1977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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