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l Landscape
2010.02.20 ▶ 2010.03.06
초대일시ㅣ 2010-02-23 18pm
2010.02.20 ▶ 2010.03.06
초대일시ㅣ 2010-02-23 18pm
배성희
Urban Park mixed-media installation, 134x188cm, 2010
배성희
Urban Park 2010
배성희
Urban Park site-specific installation, 2010
배성희
Urban Park 2010
반복과 대칭의 고요한 울림 배성희의 전시 Ideal Landscape에 관하여
하얀 화면에 나무와 울타리들이 질서 정연하게 그려 져 있다, 아니 대칭구도를 이루며 펼쳐진 화면을 자세히 보면 이것은 그려진 것이 아니다. 찍혀서 표현된 것, 즉 복제된 것이고 대칭의 구도는 중심을 기준으로 좌우를 찍어서 만들어진 흔적일 뿐이다. 하얀 화면 역시 하얗게 그려진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색종이 그 자체의 모습이다. 점차 작아지며 종이 가장자리에 의해 잘려진 구도는 아련한 화면에 깊이를 더하며 그 복제된 이미지의 무한한 반복을 암시한다. 배성희가 판화의 매체적 특성을 매우 적절하고도 영리하게 운용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 밖에도 디지털 세대의 감성인 것일까? 구체적인 작업방법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복제와 반복의 모듈을 떠올린다.
백색의 화면 위의 반복되는 물체는 반복성 자체로 이미 unit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작가가 그 단위 유닛을 마치 도장처럼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바로 픽셀을 단위로 점차 확장된 유닛으로 조합되는 컴퓨터 그래픽 작업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이 점은 배성희의 최근작이 판화에 그 뿌리를 두고서 실재공간에 펼쳐지고 있는 양상을 보면 더욱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가로등과 나무, 울타리가 마치 백색 장기의 말처럼 개체화되어 제작되었다. 감상자는 화면이었던 백지를 이제 바닥에 깔고 놀이하듯 그 위치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작가가 판화를 제작하는 과정의 재현이자 확장이다. 도장처럼 화면 위에서 찍히고 배열되던 대상이 그 모양 자체의 개체가 되어 밖으로 빠져 나온 것이다. 판화작업이 2D로 작업된 컴퓨터 이미지라면 배성희의 조형물은 이를 3D로 구현한 것이자 판화작업에 대한 일종의 주석으로 볼 수 있다. 특징적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물이 시적 반복과 호흡을 자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인물이 없는 하얀 바탕은 고요하고, 반복된 나무와 울타리의 이미지는 감상의 과정에서 운율을 자아낸다. 이러한 운율은 입체로 제작됨으로 하여 가변적이 되었다. 유난히도 눈이 많이 온 이번 겨울 배성희의 전시에서 겨울 순백의 종이 위, 장식없이 기술된 시를 감상하고 또 읊을 수 있는 시간이 기대된다. ■ 스페이스 집 갤러리 큐레이터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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