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문현 · 공학박사
심성운 작가는 그가 구상하고 있는 인간진화에 관한 연작들로서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개인이 착용할 수 있는 기계적 비행체에서 시작되는 작업들은 뇌와 신경에 연결된 비행체, 그리고 몸에서 생체로 생성되는 비행체 그리고 궁극에는 날 수 있는 신인류의 탄생으로 연결되는 연작을 조형물로 표현해서 스스로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비행하는 상상을 보여줄 것이다. 이번 전시는 기계적 형태의 비행체들의 심장격인 구동체(Power Unit)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첫 시리즈의 예고적 성격을 띠고 있다.
작가는 'CLoud Labs'라는 연구소를 상정해서 인간과 기계를 융합하여 진화하는 연구를 하고 ‘CLoud Industry'라는 가상의 공장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전시를 꾸미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구상하고 있는 진화연작의 일부로서 전작에서 육체를 확장하는 거대한 인간형의 로봇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비행하는 능력에 대해 다룬다. 이처럼 작가는 'CLoud Labs'가 인간 능력의 확장, 진화를 연구하는 곳으로 상정하고 인간의 각 능력들 - 걷는 것, 나는 것, 지각하는 것, 사고하는 것 등 - 에 대한 것들을 연작으로 다루려한다. 작가는 작품에 제품 일련번호와 유사한 제목을 붙이고 있는데, 이는 작품에 인간의 창조물이자 공산품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하려는 것이다.
본 작가의 이번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역점을 두고 관전하면 좋을 것이다.
첫 째, 그가 작업을 하게 된 동기적 측면이다.
작가는 전체 작업의 방향성을 인간의 진화에 대한 것으로 설명한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1)'에서 생명은 자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생존이 더 이상 진화압이 아니게 된 청동기 시대 이후부터 인간은 이미 자연의 선택지를 거부하고 있다. 인간의 다음 모습은 H. G. 웰즈2)가 상상하던 소녀 같은 연약한 모습도 아니고, 불과 반세기 전에 상상하던, 머리가 크고 버튼을 누르기 위해 손가락만 발달한 외계인과 같은 모습도 아닐 것이라고 감히 단언 할 수 있다.
‘인간의 다음 세대는 우리 스스로가 원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다음세대의 인간은 만화에 흔히 나오는 육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계와 결합된 사이보그와 같은 모습일 수도 있고, 워쇼스키 남매가 보여준 매트릭스 속의 네트워크와 결합된 형태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실용적인 측면에서 원하는 능력을 확장하는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작가는 인간과 기계가 융합하여 진화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지금까지 인간은 스스로 형태를 생존에 맞추어 바꾸어 왔지만, 다음 세대는 스스로가 바라는 모습으로 변화되리라는 설명과 함께, 그것의 프로토 타입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비행체에 대한 상상을 선보이고 있다.
두 번째로 조형물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다.
기계·전자 공학과 기술로 만들어져 수많은 배관과 전선으로 얽힌 자동차 엔진의 복잡한 형태를 보고 있노라면 그 것의 ‘공학적 디자인’이 마치 유기체의 그것과 닮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이런 독특한 느낌으로 부터 유기체와 기계의 융합을 작품으로 표현하려 시도하고 있다.
그가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미적 감흥은 정교하고 복잡한 기계 그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과 그것의 사용 목적과 능력에서 자연스럽게 상상되는 그 무엇이다. 그의 전작인 'Dark CLoud9'에서는 거대하고 복잡한 형상과, 기계적 형태에서 압도적인 힘을 이미지로 보여주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사이보그와 같은 형태로 결합된 날개로 부터 원하는 대로 하늘을 나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가 작품을 구현하기까지의 과정이다.
마치 실제 제품과 같은 느낌을 부여하기 위해 작가는 작품의 구현 과정에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보여주기 위해 초기 아이디어에 대한 스케치와 설계도, 그리고 실제 조형물들로 그 구현 과정을 보여준다. 만화와도 같은 단순한 공상으로 시작한 초기 스케치로부터 작업이 진행되면서 점점 형태를 명확히 하고, 실제 기능하기 위한 구조적인 설계를 뽑아낸다. 실제 작품은 처음의 상상했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기계적인 강성뿐만 아니라 동역학과 항공역학을 포함한 디자인으로 수정해서 최종적으로는 실제로 날 수 있도록 만들려 한다. 작가는 관객에게 스케치와 설계도면, 모델링, 조형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간접적으로 보여 줌으로서 작품을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마치 실제 하는 그 무엇으로 느껴지도록 하려한다.
인간은 기술의 발달을 통해 물리적·정신적·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의 지성이 개발한 것들과 점점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한 진보이며, 인간 종 전체로 봐서는 진화라고도 볼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은 기술의 진보를 통해 인간의 진화를 바라보는 시점을 제공한다.
작가는 그가 가지고 있는 인간의 진화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기반으로 마치 실제 제품을 만드는 듯 일련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서 그의 상상을 관객에게 전달하려 한다.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3)’나 윌리엄 깁슨의 ‘뉴로멘서’4)가 문학으로 그들의 사이버펑크적인 공상을 표현했던 것처럼 본 작가는 입체적인 조형물을 사용해서 그것을 드러내려 한다. 하지만 굳이 그런 현학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그의 작품들은 공학적 디자인을 사용해서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비록 그의 작품이 아직은 실제로 하늘을 날 수 없지만, 언젠가는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1)Charles Robert Darwin, 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1859
2)Herbert George Wells, The Time Machine, 1895
3)Philip Kindred Dick,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1968,
4)William Gibson, Neuromancer,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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