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
중천건(重天乾) 한지에 먹, 33x24cm, 1974,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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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지곤(重地坤) 한지에 먹, 33x24cm, 1974,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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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뢰둔(水雷屯) 한지에 먹, 33x24cm, 1974,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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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수(水天需) 한지에 먹, 33x24cm, 1974,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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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송(天水訟) 한지에 먹, 33x24cm, 1974,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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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비(水地比) 한지에 먹, 33x24cm, 1974,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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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천소축(風天小畜) 한지에 먹, 33x24cm, 1974,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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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태(地天泰) 한지에 먹, 33x24cm, 1974,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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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동인(天火同人) 한지에 먹, 33x24cm, 1974,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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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火天大有) 한지에 먹, 33x24cm, 1974,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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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택림(地澤臨) 한지에 먹, 33x24cm, 1974,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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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관(風地觀) 한지에 먹, 33x24cm, 1974,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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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비(山火費) 한지에 먹, 33x24cm, 1974,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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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복(地雷復) 한지에 먹, 33x24cm, 1974, 이응노미술관
고암은 쇠멸해가는 한국 근대기에 태어나서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한국전쟁, 분단된 조국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격변기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어떤 흔들림도 없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신념과 실천적 태도로 일궈냈다. 어려서 유학자의 가풍답게 부친으로부터 한자와 붓글씨를 배우고 17세 때 송태회에게 사군자를 배우며 전통적인 정서를 체득하는 성장기를 보내며,청년기에이르러서는 상경하여 당대 최고의 서화가이었던 해강 김규진에게 사사하여 제3회 조선미전 사군자부에 청죽을 출품하여 입선하게 된다. 이후 빠르게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을 인지하고 새로운 국제적 화단의 감각에 동참하고자 도일(渡日:1935년~1938년)의 길을 단행한다. 그 과정을 통해 근대적인 교육제도를 접하고 서양의 새로운 조형화법을 수용하는 시기를 갖고, 이후 홍익대학 주임교수와 경주 서라벌예술대학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55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국제적인 화단에 도전하기 위한 도불(渡佛:1958년)을 결심하여 낯선 이국땅에서 동·서를 아우르는 새로운 자신만의 예술의 길을 제시했다는 뜨거운 평가를 받게 된다.
고암서체의 특성
“ 1945년 고암은 손재형, 김기승, 이기우, 김영기 등과 함께 조선서화동연회를 만든다. 도불하기 전까지 고암은 서예가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가운데 서체의 변화를 가져온다. 특히 청년시절에 익힌 행서, 초서 위주에서 중년에 이르러서는 전서, 예서에 치중하여 크게 득력(得力)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50년대 사의적 반추상 작품들에서 유감없이 나타나고 있다. 1958년 도불전 작품 “비원”은 중봉(中鋒)의 전서 획과 속도감 있는 원필(圓篳)의 초서 획선 으로 이루어져있다. 당시 고암이 손수 디자인하여 제작한 고암이응노화백도불전(顧菴李應魯畵伯渡佛展) 포스터는 1950년대 고암서예의 결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특이한 것은 “顧菴李應魯畵伯”까지의 7자 모두 자간을 좁힌 가운데 상단으로 올라갈수록 자형이 점점 좁아지는 독특한 장법(章法)을 써서 안정감과 중후한 필묵미를 자아내고 있다. 전서와 예서의 획을 섞어 쓴 단 10자의 서체는 고암의 당당한 서풍과 당시 서단의 영향관계를 증명하고 있다. 또한 붓으로 쓴 다양한 서체의 영어알파벳은 서구인들이 말하는 캘리그래피로서도 손색이 없으며, 장차 파리시대의 서체추상을 예고하고 있는 듯하다“. ― 고암서예 詩·書·畵전 2005년(손병철 평문 pp99~100)
도불이후 고암의 작품세계는 60년대의 추상시대, 70년대의 문자화시대, 80년대 군상화의 시대로 대별되는 가운데, 시대와 장르를 초월하는 동양적인 전통화법의 원리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암의 예술세계는 어느 시대적 조류나 하나의 양식론으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시대를 관통하면서 동·서의 사상과 조형적 세계를 오가면서 형성된다. 고암의 화법은 초기 전통서예와 문인화의 영역에서 출발하지만, 일본유학시절 사실주의적 화법을 수용하고, 50년대에는 전통적 화법을 초월하고 있다. 60년대 이후 서구에서의 왕성한 활동은 동과서가 서로 만나 고암만의 새로운 예술세계로 돌입한다. 자신이 처한 시대적 현실과 입장에서 모든 것은 그림의 소재로 재료로 변환시켜 전혀 새로운 작품세계로 발전하게 하는 그의 예술적 힘의 원천은 周易의 근본적 사상과 일치하고 있다.
고암과 周易
『周易』사상을 단 세 마디로 요약하면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이다. 즉 궁극에 달하면 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질적인 변화는 곧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통(通)의 의미를 가지는데, 부단히 새로워진다(進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周易의 원리는 곧 고암의 예술관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공자가 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씩이나 끊어질 정도로 많이 읽었다는『周易』은 예로부터 점치는 책이나 점쳤던 결과를 기록해 둔 책으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周易만큼 동양인의 사유적 패턴을 이해하는 데 요긴한 자료도 없다. 한마디로 계사전에서 요약하고 있는『周易』사상의 핵심은 "변화"에 있다. 즉, 반복적인 삶에 대한 경험을 총괄하여 패턴 화하고 조직화하여, 사전에 변화를 읽어내고자 하는 동양의 축적된 지혜는 더 나아가서는 적극적으로 현실적 고난에 대처하고자 하는 피고취락(避苦取樂)의 현실적 목적을 수반하기도 한다.
결코 개념론 자나 관념론자가 아니었던 고암이 삶에 대한 자세나 혹은 예술가로서의 태도는 시대와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해서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히 자신이 처해진 입장을 통해 새로운 상황으로 극복해 가는 데 얻어내는 생명성에 그 특징이 있다. 따라서 고암의 작품을 이해하는 핵심적 사상은 한마디로 “변화”에 있다. 변화를 이해하고 삶의 모습으로 조율해 가는 동양적 지혜의 원천은 周易의 사상이며 고암 예술적 힘의 동력이다.
『周易』은 사물의 변화를 해명하는 철학이며 또한 사물과 사건과 사태에 대한 동양인의 인식적 틀이다. 변화의 철학을 담고 있는 周易이 지향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목적과 고암이 자신의 조형세계를 통해 거듭 표현하고자 했던 세계가 결국은 인간적인 삶의 문제에서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고암의 진행형 인간이미지와 周易의 마지막 괘인 미제괘(未濟卦)가 제시하는 의미는 일치한다고 보아진다. 항상 고암의 화면에는 움직이는 진행형의 인간상이 나온다. 어느 순간도 정지하지 않고 계속 움직이며·변화의 과정 속에 있는 인간상은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진행형이다. 주역64괘 모두를 고암은 진행형의 인간 상(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周易의 마지막 卦는 완성의 卦가 아닌 미완성의 卦이어서 더욱 의미심장함을 제시하고 있다. 변화 가운데 있는 고암의 군상이나 未濟의 卦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과연 “모든 변화와 모든 운동의 완성이란 무엇이고,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스스로의 물음을 하게 된다. 또 실패로 끝나는 미완성과 실패가 없는 완성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보편적 상황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우리는 “고암에게는 실패한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는 말을 떠 올리게 된다. 고암과 주역이 들려주는 가르침은, 실패가 있는 미완성은 반성이며, 새로운 출발이며, 가능성이며, 희망이라는 것이다. 미완성이 보편적 상황이라면 완성은 관념에 불과하다. 완성이나 목표가 관념적인 것이라면 남는 것은 결국 과정이며 과정의 연속일 뿐이라는 것이다.
결어
중국 최초의 황제 복희씨가 만들었다고 하는 周易은 오랜 경험의 축적을 바탕으로 구성된 총괄적 지혜이며, 미래를 판단하는 기준적 틀이다. 동양적 사고의 원형, 유구한 삶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는 周易은 어려움에 처하여 판단이 어려울 때, 결정이 어려울 때 삶의 지혜를 구하는 지침서였다.
고암과 周易사이에서 나누었던 대화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희망은 현실을 직시하는 바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을 까? 아님, 여러가지 사정을 배려하는 가운데, 周易의 한자 한자를 미완의 진행형 인간상으로 채워가는 가운데 이미 고암은 절제와 겸손이라는 관계론의 가장 높은 미덕을 스스로 얻어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전시를 통해 한국의 전통적 작가로 출발하였지만 渡佛 이후 동양적 감수성을 소개하며 국제적으로 그의 화력을 인정받아 국제적 작가반열에 오른 고암의 예술세계를 보다 종합적으로 진지하게 살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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