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마이어슨
A Single Journey Can Change the Course of a Life Oil on Canvas, 65x92cm, 2013
진 마이어슨
Arcosanti Oil and Acrylic on Canvas, 188x287cm, 2013
진 마이어슨
Before the Invention of Death, 2009-2010, Oil on Canvas, 200x600cm Oil on Canvas, 200x600cm, 2010
진 마이어슨
Broadacre Oil and Acrylic on Canvas, 188x410cm, 2013
무더기로 쌓인 화면과 캔버스의 레이어들:
그래픽소프트웨어의 편재 이후 사회적 활동과 이미지 구성으로서의 회화
로빈 페컴(Robin Peckham)
1972년 인천에서 태어난 진 마이어슨은 뉴욕, 파리, 서울에서 작업을 해왔으며 현재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작가이다. 마이어슨은 1995년 미니애폴리스 컬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에서 학부를, 1997년 펜실베니아 아카데미 오브 더 파인아트에서 석사를 마쳤다. 구상주의 회화의 부흥에 크게 이바지를 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런던 사치갤러리의 ‘회화의 승리’ 전시부터 블라디미르 로아펠트(Vladimir Roitfeld)가 기획한 전시인 ‘비난의 소리’까지 주요 전시에 참여해왔다. 그의 작품은 미디어에 의해 그려진 이미지를 왜곡시키고 다시 채색하고, 늘리고, 줄이며, 혹은 회화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추상회화의 맥을 잇고 있다.
우리가 ‘포스트-인터넷 문화(포스트모더니즘처럼 넘어서거나 초월하는 의미가 아닌 상용화되고 일반화되었다는 의미의 용어로 사용)’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이해가 지난 2년간 비평가들 사이에서 그리고 일반적인 인식에서도 실질적으로 상당히 유효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의 예술은 네트워크화 된 재생산과 분배의 메커니즘을 통한 것만큼이나 더욱 전통적으로 확립된 현대예술의 경로를 통해 생산, 순환, 그리고 수용된다는 것이다. 이 역사적 시기에 논의 되었던 가장 유익한 논쟁 중 하나는 회화의 디지털 유사성에 관한 것이었다: 회화의 존재론적 상태가 사진이나 그래픽 이미지의 상태와 가까워지면서(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것에 기반하여) 얼마나 디지털 소프트웨어가 유사해졌는지 혹은 어떻게 회화에 재현되었는지에 관한 물음이 연구적으로 주목 받게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은 더 흥미롭게도 두 가지의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스튜디오 작업으로서의 회화는 가능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려낼 수 있는 광범위한 장치들과 이미지 테크닉들을 결합함으로써 그 명성이 나타내는 것보다 방법적으로 그리고 접근법에 있어서도 더욱 다양해졌다.
명백하게 스튜디오 회화 작업의 범위 내에서 활동하는 진 마이어슨은 이와 같은 최근의 문화적 진화의 역사에 비정통적인 창을 제시한다. 그는 스케치와 실루엣, 텍스처에 수평적으로 작업하는 것으로부터 수직적으로 표면의 세세한 디테일을 교정하는 마지막 과정까지 모두 숙련된 어시스턴트들과 함께 작업하는 소위 전통적인 아티스트 스튜디오라 불릴만한 곳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러한 스튜디오 작업 각각의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일상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기술적 환경이다. 뒤섞인 조형의 구성으로써 다른 이미지들과 함께 콜라주를 만들어내는 원본 이미지들은 일차적으로 온라인 이미지 검색의 과정을 통해 찾아진다. 작가의 2013년 작 ‘평원(Broadacre, 2013)’과 ‘아르코산티(Arcosanti, 2013)’ 두 작품에는 ‘생명의 나무’ 라는 명백한 고전의 시각적 주제가 나뭇잎과 건축이라는 한 쌍의 카테고리로 자리하고 있다. 많은 회화작가들이 디지털 이미지의 아이디어로 작업하는 것과는 다르게 마이어슨의 이미지 선정 과정은 구조화 측면에 있어서 무작위적이거나 특별히 계획적이지 않다: 그의 이미지 선정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전통 회화 방식인 ‘작가의 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로 하여금 이미지를 둘러싼 시각적으로 화려한 현실을 거의 포괄적으로 형성하는 것을 가능케 하고, 작업에 상당한 자유를 부여한다.
대도시인 홍콩에서 제작된 이러한 작업은 도시생태학에 관한 중요한 질문을 오래된 나무와 빽빽이 들어선 빌딩들의 사이를 통해 명백히 나타내고 있으며, 어느 정도는 수작업 회화에서의 디지털 기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잠재적으로 더 광범위한 신화적 내연보다는 구성과 이미지의 탐구를 위한 '장치로서의 구조'에 더욱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와이드스크린 구도의 비율에 가까운 작품 ‘평원’에는 날카로운 직사각형의 빈 공간 주위를 둘러싼 썩어가는 뱀의 모습과 같은 거친 나뭇가지들이 전형적인 홍콩 거리의 빽빽한 빌딩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영화와 같은 구성을 기본으로 때로는 놀랍고, 때로는 불길해 보이는 예감의 서술이 지배하고 있는 이 작업은 하나의 이미지와 그 다음 이미지 사이 공간의 층을 형성하는 감각의 깊이를 명백하게 다루고 있다. 무엇이 회화로부터 기원하였는지, 무엇이 사진으로부터, 무엇이 디지털드로잉으로부터 기원하였는지는 작가가 이러한 다양한 구조를 재해석하고 하나의 평면 위에 끌어들이는 것을 거부함에 따라 여기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 대신, 그의 붓 놀림과 채색 기술이 일부의 공간을 끝 없어 보이는 심연 속으로 밀어 넣음과 동시에 다른 요소들이 표면 위를 마구 떠돌아다니게 하며, ‘숭고의 단계’를 재창조한다.
구성과 실행의 과정을 통해 연출과 전개의 역할에 관한 개념을 옹호하고 있는 마이어슨의 작업은 단순히 이미지를 선정하고 그것을 회화로 생산해내는 직선적 서술과정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스케치를 기초로 하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원화가 가진 요소들은 재채색과 재편성과 같은 이행을 자주 결합하기 때문에, 작품의 구성은 완성되어가는 과정에서 매우 급격히 변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작가가 최소 수십 개의 레이어들을 구상하는데 있어 각각의 작업을 실용적으로, 개념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사용되는 특정용어들이 포토샵이나 다른 그래픽 디자인 전문용어를 생각나게 한다면 그건 당연한 것이다. 마이어슨은 이러한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를 철저히 이용해 온 초기 작가들 중 한 명이며 2001년부터 2005년까지 포토샵 조작 기술을 이용하여 집중적으로 작업을 해왔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은 작가가 디지털 공예를 회화로 만들어내기 전에, 작가가 디지털로 원본 이미지와 스케치를 편집하여 주로 소용돌이와 물결효과가 반영되어 있다. 2005년 이후 이름 있는 소프트웨어에 내장된 도구들로부터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 마이어슨은 그의 스케치를 손수 처리함으로써 더 광범위한 효과를 주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스케치를 스캐너 화면 위에서 끌거나 빠르게 돌리며 프린트하는 것인데 이때 포토샵과 유사한 비틀기 효과를 얻지만 디지털 시뮬레이션보다는 좀 더 퍼포먼스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의 서사작 '죽음의 발명 앞에(Before the Invention of Death, 2009-2010)'에는 도시 형태가 거의 무작위적으로 보일 정도로 한데 뭉개져 있다. 그러나, 만약 우리의 눈이 기계처럼 볼 수 있다면, 비록 원래의 이미지를 정확히 알아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미지의 가장자리와 선들을 명확히 구분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디지털 사진이 수작업 회화의 구성을 만나는 틈새로부터 새어 나오는 두 가지의 카테고리에서 분리되어 새로운 이미지를 완벽히 재창조하는 추상의 형태이다.
스캐너의 사용은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여러 겹의 레이어들을 일시적으로 평면화시키고 손으로 흐트려 놓은 이후 재표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예를 들어 마이어슨의 스케치는 포토샵으로 적절한 사진과 작업실에서 만들어 낸 디지털드로잉과 같은 요소를 포함하여 여러 개의 레이어들로 구성을 시작한다. 이 스캔 된 이미지 혹은 그 이미지의 특정 부분은 스케치에 다시 사용되고 포토샵에서 레이어링하는 데 다시 사용된다: 이 레이어들은 캔버스에 그려지는 동안 굳이 개별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없다. 실재 작품은 디자이너가 소프트웨어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적 시점을 통해 개별화된 각각의 레이어의 구조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결과적으로 두 개의 전혀 다른 층이 적용된 세트를 완성된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이 두개의 이미지와 테크닉의 ‘무더기’가 바로 이 작품의 '현대 장르로서의 회화의 수명'을 구성하는 요소인 것이다. 유명 뉴미디어 이론가이자 얼마 전 ‘소프트웨어가 총괄한다(Software Takes Command)’라는 저서를 출판한 레브 마노비치(Lev Manovich)는 어떻게 마이어슨의 회화가 포토샵의 개념적 공간에서 만들어졌는지 그 층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소프트웨어 연구의 새로운 이론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지지해 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가에게는 작업실에서의 전통을 유지하며 작업하는 것만큼, 컴퓨터 기술이 제공한 혁신적 가능성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것 역시 아직 모호하다. 대응관계에 있는 두 작품 중 '아르코산티'는 '평원'에 비해 좀 더 텔레비전 화면 비율을 따른다. 그리고 실제로 컬러 팔레트도 텔레비전 비율과 가깝다. '아르코산티'의 경우 나무의 유기적 형태와 건축물에서 그려지는 직선들 사이의 대비를 '평원'과 마찬가지로 비슷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작품 속 나무의 몸통을 순수한 어지럽힘의 끈처럼 휘감기 위해 앞서 언급한 작가의 스캐너 기술도 사용한다. 의학기술이나 법으로 분석하는 것과 같이 이미지를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이 작품은 펀치 조명의 형광등의 흰 빛과 나란히 배치된 자외선 조직이 다시 계산되어 효과적으로 그려지고 비어있는 수직적 공간을 찔러 결국 발상지로 이끄는 것처럼 보인다.
작품이 직접 캔버스에 그려지고 재채색되는 단계에서 작품은 구성 상태를 넘어선다. 대신 들숨과 날숨의 흐름에 따라 유기적 완전체의 삶의 과정에서 작품은 전시될 것이고, 시장에 나오고, 결국 컬렉터에게 소장되면서 궁극적으로 회화의 명성을 갖추고 끝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적절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작품은 촬영된 이 후 온라인에 게재될 수도 있고, 다양한 액정 화면과 장치에서 볼 수 있게 되고, 출판되어 그 인쇄물로도 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순환의 가속화와 작업실에서의 작업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마이클 산체스(Michael Sanchez)와 진 맥휴(Gene McHugh)와 같은 미술 비평가들에게 아주 중요한 주제이다: 마이어슨은 이러한 비평 논의가 그의 작업에 실제적이건 잠재적이건 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요소를 작업에 재현할 때, 그 질문에 관한 것을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지었다(이와는 반대로 산체스는 이 주제에 관심 있는 많은 작가들이 흑백회화나 모노크롬 회화로 작업을 하는 경향이 있음을 관찰했다). 그 대신, 그는 그의 작업 자체가 잘 나타내주는 매체적 본능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스케치로 함께 콜라주되고 압축되어 나타난 사진과 디지털 그래픽 이미지는 작가가 직접 하나씩 걸러낼수록 작업의 정확도가 불분명해진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의 팔레트는 다양한 색채의 정보(포토샵에서 추출된 색을 포함하여)와 잉크 톤들(인쇄물과 심지어 드로잉 원본 위에 스캔물이 층층이 겹쳐있으므로)을 더욱 가시적으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을 돕는다. 마이어슨의 회화는 스튜디오의 잉크젯 프린터부터 디지털 카메라를 거쳐 전시 도록을 생산해내는 오프셋 인쇄(도록에 사용되는 이미지는 디지털 이미지 자료나 사진이 아닌, 회화 전통의 방식에 따라 작품의 색으로 보정되어 있다.)에 이르기까지 전체 기술의 아상블라주(assemblage)를 대변하는 것이 요구되기에, 여기서 무더기의 형태가 다시 나타난다.
구조적면과 순환적인 면에서 회화를 둘러싼 비평적인 논쟁의 시급함이 디지털 영역으로 점차적으로 이동함에 따라, 마이어슨은 현재의 구체화된 논의에서와는 달리, ‘회화가 추상화된 흔적과 전략 외에 구성적인 면과 소재적인 면에서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제시한다. 작가는 '스튜디오에서의 작업'이라는 특정 전통을 고집함으로써(이것이 가진 특정 한계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를 선정하고 이를 화면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말함) 회화의 사회적 측면을 새로운 개념 영역과 매체의 진화로 결합시킬 수 있다. 이 때의 장르는 단지 색, 선, 질감, 소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영향의 형성과 요소들을 둘러싼 논쟁에도 근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해관계는 분명하다: 회화가 매체와 이미지에 관해 사고하는 역할을 진실되게 하기 위해서는, 그 것의 사회적 본성은 존중되어야만 한다.
1972년 인천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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