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순
Gordian knot 2 캔버스에 젯소, 목탄, 먹, 170x220cm, 2011
배상순
Broken knot 사진 프린트 3, 50x40cm, 2013
배상순
무제 벨벳에 젯소드로잉, 60x60cm, 2013
갤러리 담에서는 우리나라는 물론 영국,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활발한 작업을 하고 있는 젊은 작가 배상순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모든 삶이 관계에서 비롯되었듯이 작가는 이 관계를 매듭이라는 소재를 빌어와 작업하고 있다.
무채색의 목탄과 먹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작가는 관계 맺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하고 있다. 관계를 매듭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하고 있는 배상순의 작업에서 단순한 먹빛에서 깊고 따스한 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대형로프를 먹물로 물들인 후 작품을 바닥 일부분을 덮어가며 매듭형상과 잘려지고 묶여진 로프로 만든 설치작품과 실크스크린, 사진, 회화작품을 선보일 예정. 작품 수 미정이나 대략 15 점 정도 출품될 예정이다.
사이의 미학
배상순 작가는 한국의 미술대학 졸업 후 일본의 무사시노 미술대학원과 교토시립예술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교토를 거점으로 한국, 영국 등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청먹과 흰색의 젯소를 바른 바탕화면에 먹선과 목탄으로 그려나간 검은 선과 덩어리 형태의 작업과, 검은 벨벳 위에 얇은 세필로 젯소를 묻혀 그려 섬세한 선의 중복에 의한 두 가지 유형의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원래 인체 데생으로 출발해 추상화한 선들로 몸의 윤곽선에 기초하면서 유기적인 선의 운율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신을 알기 위해 인간을 그리기 시작한 작가는 신체의 움직임과 신체 사이의 거리에 흥미를 갖고 사람과 삶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모델을 통해 발견하려 한다. 단독의 모델들과 2인의 여성들, 남성들, 그리고 남녀라는 모델들의 신체 접촉으로 인해 생겨나는 공간과 거리의 변화에 촛점을 맞추어가면서 작업을 해 오면서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즉 몸과 몸의 사이에 작용하는 에너지의 흐름의 구조가 항상 변해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라는 형태의 아우라를 찾아 그려나가는 배상순의 중요한 컨셉이 여기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녀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선들은 면을 가르는 선과는 다르게 양면으로부터 안과 밖의 세계가 뒤섞이는, 마치 먹물의 흔적처럼 주변 세계로 스며 나와 바깥 세계를 의식하게 한다. 현재의 작품으로 이어지는 <흑과 백의 사이에 생기는 경계>, <흑백이 역전하는 이미지>는 이같은 안과 밖에서 뒤섞이는 선의 의미에 연장선상이라 볼 수 있다. 특히 강렬하고 힘찬 생명감이 넘치는 선, 정서를 배제한 흑과 백의 금욕적인 단색, 그리고 한 가닥 선으로부터 전 화면을 이끌어내는 그녀의 작품은 감각적인 색의 느낌과 작법의 다양함에 의존하는 근년의 회화동향과는 정반대의 근원적인 표현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배상순의 절제된 표현으로부터 우러나는 회화의 생명력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기 쉬운 현대사회 속에서 삶의 본질을 관계 안에서 찾고자 하는 배상순의 작품이 우리들에게는 회화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주고 앞으로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과 진화를 가져올 것이라 보여진다.
平木惠美子Hiraki Emiko (art director)
작가의 글
관계의 은유로서의 매듭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모체와의 분리로부터 오는 고립감의 충격이 얼마나 클까?
그리고 그 충격으로 인해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누군가와 관계 맺기를 지속하는 것일까?
결국 관계 맺기는 인간의 생물학적인 분리의 극복을 위한 본능적인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작품은 그러한 관계 맺기의 유형들을 어떤 형식으로 표현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봉투에 매어진 매듭이 두 사람의 "관계의 시작"과 축하를 의미하고, 지인의 장례식의 봉투에 사용된 매듭은 그 사람과의 "관계의 끝"과 슬픔을 의미하는 메타포로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한 매듭들의 형태와 의미가 나의 작품 속에 들어와 회화로 재구성되고, 그리고 고립감의 탈출구로서 타인과의 관계의 모습을 매듭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고 있다. 결국 내 작업은‘관계 맺기’ 될 것이다. 라는 추상적인 언어가 회화적 형식을 통해 표상화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메타포로서의 매듭
고르디아스의 매듭, 우리 안에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매듭처럼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이해되지 않은 삶의 관계들이라든지, 모순적 가치를 내세우며 조화를 추구하는 것들이라든지......
이번 작업의 테마는 우리 안에 잠재된 문제들을 고르디아스의 매듭처럼 끊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자유와 창조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작가적 책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리고 조심스러우면서도 강렬하게 새로운 매듭을 엮어 나가고 싶다. 나를 통해 창조된 것들이 공기처럼, 누군가에는 스며들기 바라며 그리고 그 영향은 길고 강렬하게 남았으면 한다..
1971년 전라남도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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