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윤희
월척 한지에 아크릴채색, 160x160cm, 2014
변윤희
거차마을 장지에 혼합재료, 72.7x116.8cm, 2014
변윤희
탄천수중보 한지에 아크릴채색, 130.3x97cm, 2014
변윤희
행군 한지에 아크릴채색, 116.8x80.3cm, 2014
갤러리 담에서 2014년을 마무리하면서 변윤희작가의 월척 전시를 마련하였다. 월척이라 함은 낚시에서 나오는 말로 한 자가 넘는 커다란 물고기를 낚은 것을 말한다. 막연한 기다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월척을 낚는다는 것은 요즈음 현실에 비춰서 볼 때 대박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은 조금 남루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무언가를 기다리고 꿈꾸며 살아간다. 어쩌면 이러한 삶의 방식은 낚시라는 행위와 비슷한 맥락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과 먹고 먹히는 관계들, 어둠 속에서 비장함을 품고 어디론가 향하는 장면들과 같이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있는 그 지점들을 회화로 형상화하고 있다.
변윤희는 덕성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으며 이번이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월척>, < 탄천수중보>,<거차마을>등 10여점이 출품될 예정이다.
작업노트
또 다시 분주하게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숱한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았으며 그 중 상당수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이렇듯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개인적으로는 조용히 나와 타자의 페이소스를 열거하는 소소한 기록을 다시금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은 우연히 접하게 된 ‘낚시’라는 행위에 빗대어 구체적 형상으로 보여 지게 된다. 사실 낚시에 대한 관심은 전적으로 ‘타인의 취향’에서 비롯되었지만 ‘심심한 위로’ 전시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2년이라는 물리적 시간과 더불어 개인적 상황, 심리적 상태가 적극 반영된 결과라 할 수도 있다.
최근 ‘사막에서 연어낚시’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혀 가능하지 않을 법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인물이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삶에 대한 방식, 태도 그리고 사랑이 다소 나이브하게 구성된 영화였다.
낚시를 인생에 비유하면서도 행위자체가 이루어지는 장소성과 다소 정적인 형태의 동작 때문인지 낚시를 소재로 다루는 영화들의 결말은 언제나 훈훈함과 함께 삶의 긍정적 비전을 제시한다. 하지만 영화 속 환상은 실제의 삶에 적용하기에는 어쩐지 괴리가 있어 보인다. 광활한 푸른빛이 감도는 바다가 아닌 잿빛 도심 속에서의 혼잡스러움과 치열함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중무장으로 만들게 하니까..
작품 ‘월척’에 나오는 거대 물고기는 낚시꾼들에 의해 외형은 손상되었으나 물고기 또한 온전한 희생양이라고 볼 수는 없다. 물고기 주둥이와 뜯어진 뱃속에서는 먹잇감이었던 작은 물고기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마치 먹이사슬에 빗대어 사회적 구조 속에서 먹고 먹히는 관계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너무도 크고 화려한 비늘을 가진 거대 물고기.. 사실 눈을 멀게 하는 화려한 것일수록 뒤는 더 구리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목격하지 않았던가.
지난 2008년 원초적 욕구의 작업을 시작으로 이후 관혼상제를 거쳐 어느덧 자연스럽게 낚시연작까지 왔다. 이전의 직설적이고 적나라했던 접근 방법은 부감법을 이용한 낚시연작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난 현장들을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형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인물의 표현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집단초상’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집단초상’은 말 그대로 개인의 인물들이 하나의 집단의 관습적 양식(비슷한 형태의 옷차림, 반복적 행위 등)을 취하는데, 각기 다른 얼굴로 비슷한 듯,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군상은 ‘과잉’, ‘과밀’된 이미지로 회색조 배경 위에 그려진다. 이러한 군상들은 일상의 억압과 그것의 일탈행위가 공존하는 ‘마당’의 질펀함을 보여준다.
우리의 삶은 때로는 작품 ‘행군’에 보이듯이 마치 전장에 나가는 군인처럼 비장함을 품어야 할 때가 있다. 또 한 작품 ‘빨간 등대’처럼 어둠속에서 하염없이 오지 않을 그 무언가를 기다리기도 해야 한다.
실제의 삶이 비록 너절하고 참담할지언정 내가 저 멀리 바다 위에 떠있는 색색의 방갈로를 무지개로 보았을 때처럼 우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신기루와 같은 장면을 보며 찰나의 희망을 품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환영일지라도 아름다운 순간을 기다리며 살아간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우리 모두는 낚시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984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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