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렬
flowing flower01_magnolia pigment inkjet print, 127cmx96cm, 2008, 개인소장
이흥렬
flowing flower05 pigment inkjet print, 135x90cm, 2008
이흥렬
flowing flower02 pigment inkjet print, 135x90cm, 2009
"비바람이 심하게 불던 몇 년 전 4월 어느 날 대학에서 강의하다가 창밖 화단에서 바람에 마구 흔들리는 목련을 보았다. 강의를 마치자마자 카메라를 가지고 나가 요동치는 꽃을 사진기에 담았다. 바람을 타고 흐르는 꽃을 거의 한 시간 동안 보고 또 보았다. 마침내 그 꽃의 아름다움은 더 이상 정체되지 않고 렌즈를 통하여 내 눈 속으로 그리고 가슴속으로 흘렀다.
그 뒤로 바람에 그리고 시간에 ‘흐르는 꽃’들을 담는다. 지금 보는 이 꽃은 작년의 그 꽃이 아니다. 그 색과 모양 그리고 또 저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아쉬움으로 담는다. 어쩌면 금세 지고 마는 꽃들에 대한 아쉬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에서 ‘살아있다’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움직이지 않을 때 우리는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살아있는 것은 필연적으로 죽음을 예정하고 있다. 흔히들 살아있는 것이 죽어 다시 새로운 생명의 씨앗을 퍼뜨린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그것은 그 때의 그 자신이 아니다. 또 다른 독립적인 개체인 것이다. 우리의 자식들이 우리가 아니듯이. 때문에 우리는 죽은 이의 기일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 사진들은 기본적으로 꽃들의 아름다움을 찍었지만 그것은 젊은 날에 한때 찍었던 기념사진이 아니라 인생에 가장 아름다웠던 청춘의 어느 날에 미리 찍은 영정사진이다. 영정사진이라 할지라도 찍는 자와 찍히는 자는 심각할 필요가 없다. 아직은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진기라는 ‘시간고정장치’를 통해 그 시간을 영원히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난 이제 꽃을 통해 청춘의 아름다움을 사진기에 담는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이것은 꽃의 영정사진인가 나의 영정사진인가.
그리고 또 생각한다. 남자가 무슨 꽃을 그렇게 주워 담을까.
어차피 놔두면 흘러갈 것을..."
Flowing Flower
"These photos were taken for their beauty alone and not as mementos but preview of innocence filled life’s beautiful portrait moments.
Even a portrait does not require seriousness for a person who’s taking and taken the picture. Still remains the time to enjoy.
And can store it thru a camera which is also called 'time fixating instrument'.
Now I’m putting the beauty of youth thru flower. Sudden thought came to mind. Is it my portrait or portrait of flowers?
And think again. What kind of man gathers flowers as such.
It will flow if you let it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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