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기
Luxury stone-마천루 자연석, 철망, 700x300x280,8EA 가변설치, 2012, 개인소장
양문기
Luxury Stone-레드카펫(부분) 2012, 개인소장
양문기
Luxury Stone-레드카펙 자연석,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2, 개인소장
양문기
1Luxury Stone- Structure 2012, 개인소장
양문기
Story of LUXURY STONE 전시전경 2012
양문기
Story of LUXURY STONE 전시 2012
도립 전라남도 옥과미술관에서는 2012년 9월 15일 토요일부터 11월 22일 목요일까지 조각가 양문기가 개인전 「Story of LUXURY STONE」을 갖는다. 작가 양문기는 물건으로서 가방의 의미와 상징성, 돌의 물성, 이 두 소재로 동시대 인간들이 갖는 욕망에 주목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 차원의 욕망뿐만 아니라 그것의 사회적 구조와 조건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작업 45점을 선보인다.
작가 양문기는 현실 속에서 공감하는 일반적 사회적 현상을 작품의 개념과 형식간의 균형을 맞추면서 독자적 작품세계를 이뤄가고 있다. 그는 2006년 이후 작업부터는 현대인들이 지니고 있는 욕망을 명품(名品)이라는 단어로 축약한 후 오히려 더욱 노골적이고 구체화한 이미지로 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욕망과 에너지’에 관한 그의 첫 전시(1999년)에서 들끓어 오르던 ‘욕망’의 분출들이 두 번째 개인전(2007년)에서 가방과 상표라는 집약된 사회적 표상들로 다듬어지고, 특히 주제의식을 집약하는 명품로고들을 차용하면서 사회적 풍자를 강하게 표현했다. 이후 양문기 작가는 본격적으로 ‘LUXURY STONE’ 시리즈를 발표하고 있으며 해외전시, 아트페어에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돌가방에 사회적 표상을 새기며 현대사회를 얘기하는 작업은 3번째 개인전(2009) ‘LUXURY STONE’으로 이어져 현대사회의 ‘물질욕망’을 구체화하여 발표하였고 이 때《아트 포럼》과 같은 유명 미술잡지에서 그의 리뷰를 다루었다.
로고와 심볼로 상징되는 명품들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무게감 못지않게 존재의 본래 고유 가치를 주목하는 작가의 관심사가 돌을 다룬 흔적들에서 쉽게 읽어 낼 수 있다.
초기의 조각가 양문기에게 돌은 물질이 무겁고, 단단하며, 모난 돌의 까칠함에서부터 나오는 속성자체가 정복의 대상, 싸워야하는 대상이었다. 그것을 자르고 구멍을 뚫고 광을 내는 행위로 작가 자신의 욕망과 에너지를 표현하려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오석과 같은 자연석이 가진 축적된 시간성에서 새로운 조형언어를 발견한 이후 그는 건조하고 인위적인 느낌이 나는 화강암이 아닌 골짜기나, 계곡, 강가, 주변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그저 그런 자연석을 소재로 끌고 와 작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즉, 각각의 가방들로 사용된 돌들의 태생적 배경과 고향, 그 돌의 내력과 역사, 특성을 인위적인 조형작업으로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가려버리기보다는 작가 그 스스로가 표현한 ‘최소한의 조작’을 돌에 가함으로써 영겁의 세월이 축적한 짙은 결과 층들과 같은 과거 흔적들을 남겨놓고 드러내주는 것이다.
이후 돌이 다듬어진 면에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명품 로고가 새겨지면서 아무 가치도 없는 돌덩이가 명품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인위적인 욕망과 자연의 순수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다시 한 번 공존하게 만드는 역설적이고 전복적인 독특한 조형성을 획득한다. 중요한 것은 이 지점에서 돌이 갖고 있는 본연의 성질에 욕망의 현대적 변용이랄 수 있는 명품을 상징적 이미지로 덧씌움으로써 현재의 작업이 태어났다는 점이다.
작가는 명품 브랜드 로고를 떼어와 작품에 넣음으로써 현대인의 욕망에 대한 비틀어버리기와 새로운 작가적인 의미를 파생시킨다. 양문기의 명품가방은 명품에 대한 패러디 혹은 이미테이션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브랜드이기에 실제 사용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관자들은 그 고유의 로고 (너무 잘 알려져 있어 단어를 읽는다는 것이 하나의 이미지로 드러나는)를 본 순간 사회적으로 학습된 명품에 대한 소유욕이 발동된다. 소위 ‘말린다’는 느낌을 가진 그 시점에 우린 작가가 돌의 물성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인간 내면의 욕망에 대한 성찰의 깊이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Story of LUXURY STONE」展에서 하나하나의 돌가방은 기본적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체로서 우리의 모습을 암시하고 있으며, 여기에 명품로고가 새겨진 그 돌가방은 더불어 ‘동경의 대상’ ‘성공의 상징’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 명품(名品), LUXURY는 사회적 인식이 더해져 전의된 풍자적 개념을 포함, ‘진정한 가치의 것’이라는 원래의 개념을 우선시한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보다는 몸에 걸치고 있는, 새겨진 기호가 우선적으로 소통되는 사회에서 ‘이미 그 자체로 명품’임을 얘기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작가 양문기의 ‘돌가방’에 새겨진 무늬 - 로고 ․ 기호는 단순히 장식적인 것, 유명브랜드를 나타내는 것이라기보다 이 시대 욕망을 대변하는 상징기호, 이미지의 미니멀함이 갖는 단순함과 강렬함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사회의 소비는 문화적 맥락 아래서 하나의 기호로 이해해야 한다는 보를리야르의 주장대로 우리는 규정된 사회와 문화의 맥락에 영입되기 위해 자신에게 어떤 기호를 새겨야 하는 것일까? 아무것도 새겨 넣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일까? 그 자체로는 너무 밋밋한 것인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작가는 커다란 여행가방 형태의 작품에 물음표를 새겼다. 그리고는 가방의 정확한 무게를 측정하기 위해 커다란 저울위에 올려뒀다. 규격화, 합리화, 제도화를 나타내는 측정도구로써 저울은 사회의 잣대를 의미한다. 저울 앞으로는 아직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돌가방들이 줄서 있다.
자기정체성 확립 또는 확인을 얘기하면서 오렌지색으로 화장한 작품을 보여준다. 복잡한 구조 속 익명의 도시에서 현대의 우리들은 그때그때의 상황과 상대에 맞추어 자신을 ‘연기’한다. 연기에 필요한 것이 분장과 소도구이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 반드시 소도구와 치장이 필요한 수단이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양문기의 돌가방은 화장을 하고 서있다.
전시장에 자리한 돌가방은 현대사회를 형상화한 수직적 구조를 이루고 있는 철구조물, 나무 위에 놓여있다. 그리고 이미 형성되어 있는 프레임화된 인식 자체를 상징하는 나무 프레임 에 둘러싸여있다. 그런가하면 철구조물들이 더 높게 솟아 무리를 형성하고 있으며, 검은 색을 하고 우람하게 우뚝 서 있는 한 개의 구조물과 그 위의 돌가방. 이것은 사회에서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고 그를 둘러싼 문화적 기제들, 동경, 과시, 신분상승, 구분짓기, 유일함 등을 표현한 것이다.
「Story of LUXURY STONE」은 개인이 갖는 욕망의 기저는 사회의 보편적 인식, 문화적 분위기 조장 등 사회적 차원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얘기한다. ‘욕망’이 개인에게 있다할지라도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욕망의 사회적 조건화라는 맥락에서 재해석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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