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동해인 The East Sea People 한지에 먹, 유채, 128x166cm, 1998
이상원미술관은 2015년 하반기 기획전으로 <老病死 - 生 로병사 다시 생>전시를 기획하였다. 생로병사 生老病死-태어남 늙음 병듦 죽음-라는 법화경의 문구는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 간명하면서도 의미심장한 한자어이다. 불교에서는 ‘생生’을 포함한 로老병病사死라는 경험을 고통이라고 정의하였다. 보편적으로 늙음, 병듦, 죽음은 고통이자 삶의 그림자로 이해된다. 그러나 ‘생명’은 그와 반대로 삶의 빛이며 축복의 개념을 띤다. 전시제목인 ‘로병사 다시 생’에는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삶의 순차적인 진행의 끝을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상식을 뒤집고자 하는 뜻이 담겨있다.
죽음이라는 커튼 뒤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의 삶은 어디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눈에 보이는 생의 마지막에 이른 인간의 모습이 그저 고통과 나약함뿐이라는 선입견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늙음과 병마로 대변되는 고통의 경험, 그뿐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총천연색 빛깔을 띠고 있는 희로애락을 겪은 한 존재가 지닐 수 있는 가치를 모색해보려고 한다. 노인들의 얼굴엔 주름이 내려앉았고 얇아지고 희어진 머리칼은 물리적인 차원에서 힘이 빠져있음을 가리킨다. 그것은 그만큼 헛된 욕망과 덧없는 계산 또한 내려놓은 모습일 테다.
태어나서 병들고 늙어 죽음을 앞두었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의미의 삶이 시작되는 시간이 아닐까? 노년의 시간들. 지나온 생의 경험을 통해 지혜와 넉넉함으로 빛을 내기에 충분한 시간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들. 노년은 우리가 그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고 해석하는가에 따라 평화롭고 충만한 시간일 수 있다. 전시작품은 저마다의 삶을 살아온 작은 영웅의 얼굴이며 주인공인 그들이 겪은 삶에 대한 해석이다. 생의 마지막에 다다른 존재들을 통해 관람객이 자신의 삶에 대해 생로병사 또는 로병사-생의 의미를 음미해보도록 이끄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1935년 강원도 춘천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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