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태
서 있는 사람 석고와 시멘트, 115.5x23.5x25.5cm, 1968
최종태
서 있는 사람 석고와 시멘트, 121x25x26cm, 1960년대
국립현대미술관은 2015년 9월 1일부터 2015년 11월 29일까지 한국현대미술사를 정립하고자 추진한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의 일환으로, 조각 부문 대가인 최종태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작가 최종태는 한국 현대조각계의 원로로, 교회조각의 현대화와 토착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그의 작업세계 전반을 총망라해 보여줌으로써, 최종태의 삶과 예술을 조망하고자 한다. 이는 작가 개인의 예술적 성취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일 뿐 아니라, 한국 현대조각 내 또 하나의 지류인 현대 성상 조각을 우리 관객들에게 새롭게 환기시키는 계기가 된다.
1932년 대전에서 태어난 최종태는 일제강점기와 해방기에 유년시절을 보냈다. 암울하고 혼란스러웠지만 최종태에게 그 시절은 영감의 원천과도 같은 시기이다. 그의 조각 중에 <회향(懷鄕)>이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이 있다. 이는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을 기억하며 잠시나마 불안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이 깃들어 있다. 저 먼 곳에 시선을 둔 채 두 손을 모으고 서있는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최종태의 삶과 예술이 뿌리내리고 있는 근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시절을 늘 그리워한 작가는 이후 예술을 통해 근원, 근본으로의 회귀를 지향한다.
삶, 종교 그리고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평생의 과제로 삼은 최종태는 대학시절 불교 사상에 심취했고, 민화, 장승 등을 포함, 한국 전통미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졌다. 1958년 대학졸업 후,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된 1960-1970년대 그는 줄곧 인간의 형상을 조각했고, 절제된 표현방식을 취했다. 사실 이 시기는 한국 미술계에 추상이 주류적 흐름으로 자리하던 때였다. 추상의 영향력은 당시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거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했다. 그 한가운데서 최종태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행보를 보였다. 구상의 또 다른 변주가 아니라 오히려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무는 조형작업을 펼쳤다. 지속적인 형식 탐구와 형태 실험은 1980년대에 이르러 그만의 확고한 조형어휘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
영원과 본질에 대한 그의 예술적 고뇌는 현실 속 스승이 해결해 줄 수 없었다. 여러 가르침과 만남을 통해 자신의 물음에 해답을 구하고자 한 최종태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세례를 받고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이후 종교는 그에게 삶의 지향이자 예술의 또 다른 표상이었다. 1970년대에 이어 1980년대 본격적으로 성상 조각을 전개한 최종태는 한국 가톨릭 교회조각의 토착화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게 된다. 이를 가능하게 한 데에는 타 종교, 특히 불교 교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 그리고 반가사유상이나 석굴암 불상과 같은 불교 예술의 조형미에 대한 경외가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최종태가 이 토착화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특정 종교, 교회의 관습적 영역에 갇히기를 거부한 바로 그 지점에 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지금에 이르기까지도 최종태는 변함없이 군더더기 없고 간결하며 단순한 선, 정면성을 갖는 입체 조형,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초월한 형태 등을 핵심적인 조형어법으로 삼고 있다. 조각뿐 아니라 파스텔화, 소묘, 판화, 먹그림 그리고 수채 등 다양한 평면작업에서도 탁월한 예술성을 보여주는 그는 여지없이 관습적이고 타성에 젖은 구분의 논리, 배제의 논리를 경계한다. 최종태의 예술세계는 흔히 구도(求道)의 여정으로 비유된다. 끊임없이 회자되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우울, 강박과 절망, 그 정신적 황폐함과 극단적 광신, 이 시대 예술이 봉착해 있는 존재론적 위기, 그 개념적 허상 등 우리에게 답을 구하도록 요구하는 여러 현상들을 떠올려보며, 최종태의 작품세계 속에 묵직하게 내려앉은 영성적 가치와 깊이를 통해 삶의 이면을 마주하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1932년 대전광역시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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