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al Playing
심성운의 작업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는 유년기부터 즐겨보던 만화에 등장하는 로봇들과 프라모델을 조립하며 로봇을 실체화시키는 놀이에서 시작된다. 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작가는 어린 시절 주변 환경에서 보았던 다양한 기계들을 접하게 되었으며, 만화를 통해서 보게 되었던 다양한 로봇은 화려한 색채로 치장되어있고 다양한 능력을 지녔으며 인간이 탑승하여 거대한 로봇을 자기 몸처럼 능수능란하게 조작하는 모습들은 어린 시절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의 작업은 어린 시절에 한번쯤은 이런 로봇을 갖고 싶어 했었던 그리고 프라모델을 만들면서 실체화 시키고자 했던 욕망들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심성운의 작업은 두 가지의 방식으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생명체나 기계들이 계속해서 진화하고 진보하는 흐름에 대한 것이다. 작가는 로봇이 인간이 만들고 연구하고 있는 것들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또한 디자인적인 외형을 가지고 있는 기술과 예술의 집합체로 파악한다. 그러나 이것은 과학자나 공학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디자인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소비자들을 고려하여 디자인을 추구하는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학적이나 기계적인 성능에 맞춰진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 아무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의 로봇을 제작해내며 이는 철저히 작가 자신을 위한 로봇으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작가가 만들어내는 로봇의 이미지들은 매우 유기체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작가는 'Orchanic process'라고 말한다. 이는 Organic과 Mechanic의 합성어로 기계와 유기체의 결합을 의미한다.
작가는 만화나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이 시간이 흘러갈수록 각지고 둔탁한 딱딱한 모습에서 점점 인간과 비슷한 유기체적인 형태로 변해가는 것을 발견하였다. 실제로 실체화 되지 않는 만화나 영화 속에서도 로봇들은 3D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점점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진보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뿐만 아니라 만화나 영화 속에서 상상하던 것들이 실제로 현실세계에서도 개발 되고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이는 결국 인간이 상상하는 것들이 그것이 비현실적이거나 비상식적인 공상이더라도 계속 인간들이 다양한 상상과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상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인 이미지화를 통해서 새로운 이미지들을 반복적으로 생산해내고 이는 수용자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다양한 시각적인 경험을 유발시키며 이를 통해 이미지들이 축적되어지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진보하고 진화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음을 파악한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이러한 비현실적이고 비과학적이고 자신만을 위한 작업을 통해서 인간이 만들고자 하는 로봇을 제시하고 이러한 것들이 만들어 짐으로 인해서 사람들의 상상을 더욱 유발하고 촉진시켜 이로 인해 그들을 진화시키고 진보시키고자 한다.
다른 하나는 작업을 대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위한 작업이 아닌 순수한 의도로서의 놀이와 같은 접근이다. 놀이란 인간이 즐거움을 얻기 위해 하는, 일을 제외한 모든 활동을 말한다. 또한 놀이라는 활동 자체는 즐거움과 만족을 주고 강제성이 없이 자발적으로 행위이므로 목적이나 목표와 독립된다.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즐거운 행위이다. 심성운의 로봇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로봇을 만들기 위한 부품을 설계하는 데에서 작업이 시작된다. 설계도면은 단순한 평면도가 아니라 부품하나까지도 자세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이렇게 형태를 만들어가는 설계도의 제작과정을 통해 유기체적인 로봇의 모습은 정리되고 변모해간다. 이러한 설계과정은 작업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렇게 설계도가 완성되면 이것을 실제로 하나하나 부품으로 만들어내는 작업과정을 통해 실체화 과정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부품들을 조립하고 도색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로봇이 완성된다. 이러한 과정은 도면을 만들고 그것을 실체화하는 과정 모두 작가의 작업의 일환으로서 어린 시절의 프라모델을 만드는 놀이와 별반 다른 것이 없다. 이렇게 놀이를 하듯이 미술에 접근함으로써 작가는 미술이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아니며 상상하는 것들을 실체화 시키고자 하는 어린 시절의 놀이와 다를 바 없는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심성운은 유기체적인 로봇을 통해 어느 조건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상상과 시각적인 실체화의 과정을 Orchanic process로 파악하고 이를 특정한 목적성을 갖고 있지 않은 순수한 놀이라는 방식으로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는 작가가 생각하는 기계를 포함한 인간인 우리들의 진화하고 진보해나가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심성운이 앞으로 만들어내는 로봇은 현재로서는 실현 불가능한 형태이자 비과학적인 로봇이지만 이러한 실현 불가능한 것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행위와 결과들이 데이터로써 축적되고 이를 보는 시각적 수용자들이 늘어나게 되면 그들에 의해서 결국은 지금은 불가능하게 여겼던 것들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작가가 만들어내는 놀이에 참여하게 되고 진화의 흐름과 과정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신승오(덕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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