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웅필
한사람으로서의자화상(큰)74 캔버스에 유채, 150x180cm, 2009
정재호
Aren’t 캔버스에 유채, 120x170cm, 2010
이상선
兒孩(개구쟁이)-날으는 들꽃 캔버스에 아크릴릭, 117x80cm, 2010
윤종석
꽃속에 숨다 캔버스에 아크릴릭, 100x200cm, 2009
이상선
兒孩(왼손잡이)-날으는 들꽃 캔버스에 아크릴릭, 117x80cm, 2010
이길우
동문서답-流,遊 장지에인두_담채_배접_코팅, 170x132cm, 2009
인터알리아는 미술작품를 활자로, 문학작품을 이미지로 표현하여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소개한다.
그림에도 불구하고 전은 다섯 명의 화가 변웅필, 이길우, 이상선, 윤종석, 정재호와 다섯 명의 문인 김민정, 김태용, 신용목, 이원, 백가흠이 만나 서로의 예술을, 서로의 기억에 다가서서 작품을 재해석하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그림에도 불구하고>전을 통해 모든 미술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쓰여지고, 모든 글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려져 장르의 경계를 벗어나 표면의 그림은 이면의 글이고, 표면의 글은 내면의 그림으로 재해석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변웅필, 이길우, 이상선, 윤종석, 정재호 등 5명의 40여 점의 작품과 이들과 짝을 이룬 문인들의 글이 담긴 도서도 함께 선보인다.
문학과 미술의 조우, 서로의 예술을 재해석
그림에도 불구하고 전은 화가 변웅필, 이길우, 이상선, 윤종석, 정재호와 문인 김민정, 김태용, 신용목, 이원, 백가흠이 만나 서로의 예술을 재해석 해보고자 한다. 서로의 시집과 소설을 그리고 화집을 돌려보면서, 서로가 쓰고 그려야 할 대상을 결정하면서, 그리고 서로의 작품들을 확인하고 만나는 과정을 통해 ‘미술작품을 언어화하고 문학을 이미지화’ 하고자 하였다.
이번 전시는 5명의 화가와 5명의 문인들을 각각 짝을 지어 두 장르의 상호교류를 통해 서로의 창의력을 고취하는 등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다양하게 조망하고자 기획되었다.
텍스트의 이미지화, 이미지의 텍스트화
우리의 삶은 활자의 언어인 문학과 이미지의 언어인 미술 사이의 어디쯤에 있다. 이 두 언어는 사뭇 다르면서 같은 하나이다. 즉, 그린다는 것은 쓰는 것이며, 반대로 쓴다는 것은 그린다는 것이다. 모든 미술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쓰여 있고, 모든 글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려진다.
문인과 화가들은 우선 각자의 작업 방식을 고수하면서 미술작품을 언어화 하고, 각 문인들의 작품 가운데 한 점을 이미지화 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부터 시작하여 서로의 예술을, 서로의 기억에 다가설 수 있는 황홀한 경험과 장르의 경계를 벗어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특히, 우리는 회화 작품에 드러나는 다양한 서사구조에 대한 문인들의 고찰에 중점을 두고, 그림 이미지 속에 담겨있는 문학적 서사, 네러티브한 속성 등을 찾는데 주력하였다.
그림에도 불구하고 전은 위의 개념을 바탕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출판을 통해 현대미술에 대한대중적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변은 찬찬히, 가로로, 가로로만 붓질을 이어나간다. 가로로, 가로로만 붓질을 한다는 건 물을 그리는 일이다. 물은 희다. 물은 반짝이며 물은 그 빛으로 차다. 물은 형태가 없으나 그 덕에 모든 사물 속으로 스며든다. 변이 차갑지만 희고 반짝여 보인다면 이는 변의 아우라 때문이 아니라 다 물의 힘일 게다. 변이 가로 붓질을 고집하는 건 세로 붓질을 병행했을 때 그 가로와 세로가 만나 교차되는 지점의 아주 미세한 균열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변은 제 얼굴에 튼 살 같은 얼룩조차 남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얼룩져 보이는 얼굴은, 뭉개짐을 간직한 얼굴은, 슬픔이니까.
뒤끝변이 야구선수보다 야구공을 더 좋아하는 이유, 입 없으니까.
변이 와인보다 와인따개를 더 좋아하는 이유, 입 없으니까.
변이 애인보다 인형을 더 좋아하는 이유, 입 없으니까.
변이 풍선보다 풍선껌을 더 좋아하는 이유, 입 없으니까. ■ 시인 김민정
몇 해 전, 아버지 무덤에서 돌아와 보니, 옷에 도둑가시풀이 묻어 있었다. 아버지가 생전에 입던 재킷과 도둑가시풀을 나란히 놓고 모노톤으로 점을 찍은 그림 한 점(<아버지와 나>)을 완성했다. 사라진 시간을 사라지지 않게 하고 싶었다.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존재하게 하고 싶었다. 그곳에서 그의 ‘옷’ 작업은 시작됐다.
옷 시리즈 작품 제목에 등장하는 단어들. 총, 별, 꽃, 꿈, 힘, 집:서로가 서로를 포함한 말. 가슴, 심장, 행운, 목적, 사랑, 수단, 현실:서로가 서로를 포함한 말. 라이벌, 불사조, 포식자, 보호색:서로가 서로를 포함한 말. She, He, Me: 서로가 서로를 포함한 말. ■ 시인 이원
언어에 구멍을 뚫을 수 없을까. 첫 문장을. 나는. 첫사랑처럼. 지금. 오로지. 누구에게. 당신의 몫으로. 언어를. 다만. 뚫어달라고. 부디. 말하고. 그렇게. 있는가. 그러다보면. 있지 않은가. 언젠가는. 언어에 구멍을 뚫을 수 없을까. 그렇다면. 뚫린다면. 언어의 구멍은 부정에 가까운가, 긍정에 가까운가.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첫 문장이 써지는 순간 시간이 어떻게 겹쳐지고, 주름지고, 찢겨나가는가를. 서로 다른 색채의 언어로. 상상에서 동사로 다시 명사로. 겹침. 주름. 찢김. 다가가다 물러서고. 물러서다 물러서는. 활자들을 모두 적실 수 없다면. 활자들을 모두 태울 수 없다면. 첫 문장은 모든 언어의 끄나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성어보다는 의태어의 포즈로. 춤을 추듯 자연 속으로. 날아가는 새를 엽총으로 쏘듯이. 언어에 구멍을 뚫을 수 있을까. 또 어떤 문제가 있다. 내기를 하면 언제나 나는 져주는 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소용없는 문장들로만 이뤄진 글을 언제쯤 완성할 수 있을까. (중략)뚫을 수 없다면 지워야 하는 것이다. ■ 소설가 김태용
이상선에게 ‘아해’는 의식에 의해 구성되고 의도에 의해 구축된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삶의 현장에서 부려지고 살아가는 모습의 표현이며 그래서 다만 지각되는 대상이다. 그의 작품에서 ‘아해’의 등장은 세계라는 거대한 텍스트 위에 메타텍스트로 존재하기보다 세계 속에 발현되는 다만 현상으로서의 추구이다. 그 위에 ‘들꽃’으로 흩뿌려진 시간은 선과 색에 의해 출현된 ‘충실한 현재’이자 ‘영원한 현재’이며 따라서 본질적인 시간의 ‘육체’이자 ‘육체화된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육체화’가 ‘고착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아해’들은 결코 화폭의 시간 속에 못 박히지 않는다. 끝없이 부유하는 것은 그들에게 축복이자 저주이다. 이상선의 그림에서 ‘아해―날으는 들꽃’은 이 세계가 만들어낸 거대한 실체 중 하나의 절실한 외곽이며, 무수한 세계의 얼굴들 중 한순간 화폭 속으로 날아와 박힌 절대의 표정인 것이다. 이즈음에서 우리는 ‘아해’들의 표정 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일말의 권태와 일말의 분노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세계라는 총체에 대해, 그리고 그들 하나하나가 역사가 되는 삶의 질곡에 대해, 그들의 무언은 더 큰 무언으로 세계를 울린다. ■ 시인 신용목
도시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인격체이자 진실한 물질이 되었다. 도시는 인간이 롤 모델로 삼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개인들의 고독과 실패, 좌절로 얼룩진 개인의 암울한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때론 도시에 맞선 단독자의 형상을 가진 인간의 삶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모든 것을 도시가 주관한다. 세상의 주체는 인간이 아니라 도시이다. 이 거대한 괴물이야말로 진정 모든 이들의 삶을 주관하는 사라진 신의 모습이다.
도시의 생리와 혈류를 알지 못하는 자, 기생하는 못하는 자에게 위대한 삶은 허락되지 않는다. 부패와 소멸, 생성과 생명이 뒤섞여 발현되는 역동적인 삶의 표본으로 우리는 도시를 숭배해야만 한다. 도시는 곧 우리의 현실이자 신이다. ■ 소설가 백가흠
1970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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