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명
바람의 숲 그리고 시간의 기억 포장용 골판지, 2015
김도명
전시 전경 2016
김도명
전시 전경 2016
김도명
전시 전경 2016
창조는 노동으로부터 온다는 작가 관을 가지고 문명과 자연, 소통, 생명 등을 주제로 작업을 해오고 있는 김도명은 대강해서는 절대로 얻어낼 수 없는 작업이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산하여 제도하고, 자르고 다시 쌓기를 수없이 반복해야만 얻어낼 수 있는 설치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업과정은 수 천 장의 골판지나 신문지, 책, 종이 등의 두께를 정교하게 계산해서 같은 중심점을 기준으로 각기 다른 크기의 원들을 제도해서 오려내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그렇게 잘라낸 종이들은 이미 계산된 작가의 의도에 따라 하나, 둘씩 쌓여 항아리가 되고 화분이 되기도 하며 다른 오브제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보통 그의 작품을 보면 겉보기에는 단순한 형상을 하고 있지만 제작 과정은 인내와 집념 그리고 철저한 노동의 시간이 있어야만 얻어낼 수 있는, 결코 아무나 소화해낼 수 없는 작업들이다.
"칼을 잡은 지 한 시간이 지나간다. 작가의 길 위에서 길고긴 적막과 마주한 시간이 그렇게 많았음에도 또 다시 작업을 하고 있는 새벽의 정적은 참기 힘든 형벌과도 같다. 제도하여 쌓아놓은 종이덩어리들을 역으로 잘라 한쪽 편에 다시 쌓아가고 있다. 참으로 더디고 숨이 막히는 작업이다. 이 종이덩어리들을 몇 번이나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기를 반복해야 할까? 그 수를 헤아리기에는 갈 길이 참 멀다. 시간이 한참 지나면 부쩍 커버린 작품의 크기와 마주하게 되겠지? 다시 칼을 잡는다."(2015 작가 노트中)
김도명의 초기 작업은 신문이나 각양각색의 서적 등 인간들이 쌓아 온 지식의 산물들을 제도하고 칼로 자르기를 반복하여 흙을 담을 수 있는 항아리나 화분 또는 도자기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들인데, 그는 그 속에 흙을 깔고 씨앗을 심어 사물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건을 비유적으로 뜻하는 ‘생명’을 키워낸다. 따라서 그 안에는 시간과 노력과 애정이 함께하는 노동의 반복이 있으며 그렇게 반복되는 행위 안에서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다.’ 특히 2008년 공주금강자연비엔날레와 안성에 위치한 대안공간 소나무에 영구설치 되어있는 그의 종이재료로 만든 항아리작업들은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어 비와 바람과 공기에 의해 형태가 변화되고 흙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프로세스를 겪고 있다. 이는 나무가 종이가 되고 종이가 다시 흙이 되어 그 안에 씨앗을 품고 새 생명을 탄생 시키는 생명 순환의 상징적 요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1960년 이후 영국. 독일 그리고 미국에서 성행했던 대지미술을, 당시 미술의 상업화에 대한 반대와 환경운동에 대한 지지인 “땅으로 돌아가자” (back to the lande)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대지미술은 프로세스 아트라고도 불리는데 종이라는 자연친화적인 재료와 그 재료를 이용해서 만들어 낸 그의 항아리들이 자연에 놓이고 작가의 손을 벗어난 상태에서도 끝없이 그 형태를 달리하는 과정을 보면 그야말로 김도명의 작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프로세스 아트가 아닐까 생각된다.(2016 김도명 작가 노트中)
숲에는 초어(草漁)가 산다.
햇살이 파도처럼 부서지는 목초사이…….
빈 낚싯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그 곳, 어딘가로부터…….
이번 전시는 대담미술관 갤러리 내 설치작업과 실외 설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갤러리에 설치된 종이 항아리들은 수많은 포장용 골판지로 만들어져 커다란 음각의 항아리 형상과 그 안에서 얻어지는 크기를 달리하는 양각의 항아리들이다. 갤러리 입구에서 나무계단을 통해 내려올 땐 마치 땅에서 솟아오르는 나무 항아리처럼, 그리고 항아리들 곁에서면 마치 커다란 나무와 같은 중압감을 주며 그 크기와 섬세함이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게 된다. 그리고 미술관 외부에 설치될 산에서 헤엄치며 노니는 초록색 물고기의 영상작업은 문명의 이기심으로 인해 그 모습을 잃어가는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며, 자유에 대한 갈망이자, 예술가로서 자연을 대하는 작가의 겸허함이기도 하다. 또한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게 될 많은 사람들에게 주는 묵언의 메시지이자 예술작품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의 생각을 나누려는 소통의 시작이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나무가 종이가 되고 그 종이는 썩어 다시 나무에 양분을 공급하는 흙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면, 대지예술가 손피스트 Alan Sonfist 가 도시의 현장을 조경하고 그 장소를 예전의 자연적 상태나 선사시대의 상태로 되돌려 놓으려 시도했던 것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 흙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그의 작품들 하나 하나가 오늘날 우리의 현대문명에 대한 소리없는 경고의 메시지이자 자연에 대한 작가의 깊은 성찰이 아닐까 싶다.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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