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경력
2005년 30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국무총리상 수상
2004년 29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한국기능보존협회 이사장상
2003년 28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문화재청상 수상
2003년 2회 한국 옻칠공예대전, 대상수상
개인전
2009, 김선 옻칠회화전, 인사아트센타, 서울
2008, 김선 옻칠회화전, 인사아트센타, 서울
2007, 명인명품 전통가구전, 나은크라프트 초대전, 갤러리 H, 서울
2004, 김선갑 전통가구 명품전, 나은컬렉션, 서울
2003, 가나아트 공예관 초대전, 가나아트, 서울
2002, 귀감전, 나은컬렉션 초대전, 공화랑, 서울
단체전
2010, 아름다운 세상을 부탁해-초대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9, 한국 현대미술오늘의 얼굴-초대전, 그림손 갤러리, 서울
추가정보
김선갑의 전통과 조형의 만남을 넘어서
김종근 -미술평론가 숙명여대겸임교수
입체주의와 초현실주의를 잇는 20세기 천재화가 파울 클레(Paul Klee)"는 그림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화가들과 다르게 독창적인 조형의 회화 언어로 사물의 본질을 전달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대체로 상형문자와 기하학적인 선과 구성으로 화면 구성의 절정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회화를 탄생 시켰다. 김선갑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클레를 떠올리는 것은 그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 기하학적 형상과 상형문자 같은 요소로서, 절대적인 평면의 공간세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갑의 작품 속에는 어떻게 보면 추상과 상징의 세계로 사물의 본질을 아우르는 색채와 조형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렇다면 김선갑의 작품세계는 일상적으로 다른 작가들이 다루고 있는 추상작업의 경우와 무엇이 다른가? 이것을 말하기 위해 우리는 그가 장인으로 평가받던 옻칠가구에 대하여 조금 말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김선갑 회화의 특질을 정의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쌍의 사슴이 강가에 서서 노닐고 그 주변을 새들이 지저귀며 불로장생과 부귀영화의 염원이 가득히 담긴 모습, 그것을 조개껍질로 얇게 잘라내 여러 가지 모양으로 오린 후 기물의 겉면에 박아 넣어 장식하는 옻칠을 한 공예품. 이것이 나전칠기이다. 그는 나전칠기에서 장인의 경지에 오른 알려진 작가이다. 이미 제28회 전승공예대전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한 바 있고, 일찍이 한국적 미감을 지닌 나전칠기와 목칠가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의 신비로 알려져 있는 나전의 세계를 넘어 오랫동안 전통을 이어오고 있던 칠기에 안주하지 않고, 그가 현대적인 회화작품을 선보인 것은 분명히 혁명적인 자세임은 틀림없다. 그렇다고 그가 전통의 세계에서 추상으로 작업을 한다고 그가 전적으로 외형의 문양과 형식이라는 전통을 버린 것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천에다 수없이 옻칠을 통하여 서양의 물감이나 안료가 줄 수 없는 그윽한 스며들기의 자세로 회화의 깊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기위해 그는 십 수 년을 거쳐 수묵화는 물론 동양화를 수학했다. 뿐만 아니라 서양회화의 테크닉과 기법을 익히기 위해 또 공부를 했다. 그의 이런 태도와 집념 그리고 열정은 그가 그리고 있는 예술의 꿈이 어떤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이번 작품들은 그가 수없이 옻칠한 삼베 위에 형태를 단순화 하여 색면추상의 세계를 완성한 것이다. 그 그림 속에는 과감하게 캔버스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빗금과 선들, 간결한 누드와 극도로 추구된 공간의 여백 , 평면화 된 깊은 색조의 화면구성으로 절제미가 돋보인다. 특히 색채의 사용에 있어서는 동양 사상에서 유래한 오방색의 배치에까지 그는 벽화에서 보이는 동서남북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것은 전통적인 동양의 철학이나 문화의 이해 없이는 불가능한 김선갑만의 작업에 특성이다.
아마도 김선갑 회화에 색채나 구성이 단순하지 않고 절제 된 구성미로 그려낼 수 있는 것은 이러한 그의 동양적 공예미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색면회화는 인상주의 미술가들이 중심 초점 없이 전면회화의 방식으로 부분과 부분의 연관성을 중시하는 전통적 구성개념을 거부하고 전면회화의 경향에 근거한다. 김선갑의 옻칠을 통한 이 동양적인 오방색의 색면회화는 화면의 전면 구성을 통한 회화 본래의 평면성에 주목함으로서 극도로 단순한 미니멀 형식의 화풍을 보이고 있다. 또한 청색, 적색, 황색, 흑색, 백색의 색상으로 캔버스를 2차원 평면으로 바라보며 옻칠로 색깔을 내어 캔버스 전체를 색채로 뒤덮는다. 이때 캔버스는 옻칠은 칠해지는 바탕이 아니라 안료와 함께 일체화 되어 전통적 색채를 가지게 된다. 순수한 색과 면의 추상이 주는 그만의 삼베가 주는 마티에르와 새로운 효과, 이것은 궁극적으로 순수한 시각의 미술과 동양정신의 만남인 것이다. 물론 그에게 모든 이미지가 추상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누드처럼 아름다운 대상들도 이제는 모티브가 된다. 그의 회화가 좀 더 넓게 이미지를 확산 시킬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화한 화면 , 캔버스의 장방형 구성에 관련시킨 그의 색면회화는 그래서 동양의 미니멀 아트라고 불릴만하다. 어쩌면 그를 동양의 로스코적 계열에선 색면 화가로 부르는 것은 틀리지 않다. 많은 색면 화가들의 관심이 평면성과 안료와 캔버스의 단일화, 일체화에 있기 때문이다. 미술이 어떤 이념을 재현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미술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특성을 표명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현대 미술의 일면이 그에게도 내포되어 있다. 그러면서 그에게는 서양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동양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선갑의 작업은 “회화를 음악과 시가 지닌 통렬함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어 화가가 되었다.“는 마크 로스코의 철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스승에게서 배운 칠기의 색채나 조형이 이제는 극도로 절제된 형상과 우리나라 옻칠만이 갖는 미묘한 색감으로 다시 태어남으로 그 색채의 깊이도 정신도 가중된다. 무엇보다 그의 작업들이 옻칠만이 갖는 거대한 색면의 표현적 가능성에 바쳐 있다. 그는 특히 서양의 색깔보다는 동양의 오방색에 집중적으로 배치함으로서 화면의 동양 정서를 일깨우는 새로운 영역을 지키고 있다. 김선갑의 이러한 시도는 추상 이미지가 전통의 감성과 절제와 은근 그리고 자연스러움과 더불어 전통과 현대 회화가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의 재료와 조형성의 가치는 주목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