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영: SO.S(Sarubia Outreach & Support)

2017.02.16 ▶ 2017.02.28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 종로구 창성동 158-2 지하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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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영

    그 상자에 손을 넣을 수는 없다 혼합매체, 가변크기 설치,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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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영

    그 상자에 손을 넣을 수는 없다 혼합매체, 가변크기 설치, 2017

  • Press Release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가끔씩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고 나서 깨닫는 일을 그것이 일어나는 순간에 감지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미 매듭지어진 그 일에 마침내 관심을 기울일 때, 그의 감각은 오히려 다른 곳을 향한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작가인 박재영의 예술 활동에도 드러나지 않는 일들에 대한 직감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2017년을 시작하는 지금,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매트릭스에서 벗어난 듯 자신들이 몸담았던 사회 시스템의 허구성에 놀라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각은 인터넷과 TV를 통해 폭로되는 인물과 사건에 국한되어 있어,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미시적인 일상에 얼마만큼 깊이 스며들어 있었는지 여전히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심층적인 자각 없이도 사람들은 허구적인 사회 시스템의 틀에서 이미 벗어났거나 곧 벗어나게 될 것이다.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그러한 시스템은 효력을 다한 독소처럼 기괴하고 흉물스런 모습으로 ‘보이는 곳’에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더이상 보이지 않는 곳에 잠복해서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는 무엇이 아니다. 그것은 이제 대항해서 싸울 수 있는 무엇이 되었다.

    박재영은 2008년에 개최되었던 첫 개인전에서 허구적인 사회 시스템의 틀을 드러내는 것을 자기 예술의 핵심적인 과제로 삼았다. 그는 ‘우리 삶은 알고 보면 모두 픽션’이라는 자신의 속내를 전시장에서 밝혔다. 그것은 그가 감지한 삶의 ‘사실’을 미술 작품의 형식으로 표출한 것이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것을 흥미로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오해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박재영은 허구적인 사회 시스템이 지배하는 삶 속에서 허구가 사실로 조작되는 ‘사실’을 나타냈다. 만약 그것이 관객들에게 ‘사실’로 받아들여졌다면, 그의 예술 활동도 순조롭지 못했을 것이다. 관객들은 그의 작품을 감상할 때 허구가 사실로 조작되는 과정을 즐기면서도 그것을 ‘사실’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박재영은 잘 구성된 거짓말을 현대 미술의 형식 속에 솜씨 있게 풀어내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였다.

    박재영은 수년 동안 관객들의 오해를 현명하게 활용하면서 자신이 지향하는 예술 활동을 펼쳤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 스토리텔링에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는 허구적인 사회 시스템이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것을 자신의 삶 속에서 문득 감지했다.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그것의 헤게모니가 붕괴되는 역사적인 분기점이 생겨났고, 허구가 사실로 조작되는 ‘사실’을 표출하게 만들었던 억압적인 환경이 이완된 것이다.

    그렇다면 허구적인 사회 시스템을 대신하여 사람들의 일상에 자리 잡게 될 삶의 양식은 무엇일까? 여기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다. 이 시점에 할 수 있는 일이란 실제 삶 속에 나타나는 희미한 징후를 수집하는 것뿐이다. 몇 해 전부터 박재영의 예술 활동은 이미 있는 조건에 대한 반복이나 재구성에서 벗어나, 앞으로 있을 조건에 대한 퍼즐 맞추기로 전환되었다. 의식이 행하는 인식이 강조되었던 예전 작품과 달리, 몸을 일깨우는 지각이 강조되었다. 전시의 구성에 있어서도 한정된 경우의 수를 설정하고 관객의 반응을 관찰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오히려 관객과 함께 새로운 경우의 수를 만들어나가는 방법론을 취하게 되었다. 이러한 전환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2017년 2월, 박재영은 이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했던 허구적인 시스템에 고별을 고하는 군중의 함성이 들려오는 장소에서 층간 소음에 노출된 밀실을 연출한다. 천장에서 울려오는 소리와 진동은 아무런 일관성도 찾을 수 없는 파편화된 상황을 전달한다. 아무런 볼거리도 읽을거리도 없는 관객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천정 위의 상황을 상상하면서 빈 공간을 맴도는 것뿐이다. 그 공간은 분명 광장과 대비가 되는 밀실이지만, 폐쇄된 밀실은 아니다. 그곳은 유사시의 지하 벙커처럼 앞으로 도래할 사태의 징후를 숨죽여 느끼는 곳이다. 그곳에서 작가와 관객은 동등하게 불안하고 동등하게 무지하다. 박재영의 예술 활동에 나타나고 있는 현실 인식의 변화도 이처럼 독특하게 제공되는 밀실의 경험에서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강정호 | 미술비평

    전시제목박재영: SO.S(Sarubia Outreach & Support)

    전시기간2017.02.16(목) - 2017.02.28(화)

    참여작가 박재영

    관람시간10:00am~18:00pm

    휴관일월요일

    장르미디어와 공연예술

    관람료무료

    장소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Project Space Sarubia (서울 종로구 창성동 158-2 지하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연락처02-733-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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