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우
Decorative Acquirement (장식적 기능) 설치, 가변크기, 2010
작가노트
인간은 소비를 위해 생산하며, 한편으로 생산을 위해 소비한다. 무엇인가를 사용하고 버리는 과정은 이러한 생산과 소비의 관계에서 파생하는 하나의 속성이다. 이와 같은 성질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분야에서 적용되어 왔다. 본인이 인식하기에 오늘날의 예술 활동은 다양하고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됨에도 불구하고, 실상 생산과 소비의 일부 행위와 다름없다. 한 시대에 통용되는 미(美)란,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하나의 가치일 뿐인 것이다.
이러한 미에 대한 문제제기는 작업에서 또 다른 순환적 과정으로 나타난다. 일상에서 쉽게 버려진 대상을 수집하고, 수리함으로써 원래의 기능을 회복시킴과 동시에, 과장된 장식을 덧붙여 새로운 사회적 /예술적 가치를 파생시킨다. 이러한 순환은 본인이 인식한 예술의 소비적 속성과 대치된다. 이에 더하여, 대상을 다시 버려졌던 원래의 장소로 되돌려줌으로써 위와 같은 창작(생산)/소비의 순환에 대한 반전, 모순을 꾀한다. 세부적으로는, 선택된 대상(버려진 물건)의 주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물건이 버려지게 된 이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예술적인 것에 대한 관점 등을 설문하고, 그러한 견해를 작품의 형태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따라서 부가적으로 타자와의 관계 맺기가 형성된다.
이번 전시에서 보일 주된 작업은 버려진 의상과 소품으로 한정된다. 사회 곳곳에서 사용되는 '작업복' 혹은 '제복'을 수선하여 각종 연회복으로 변화시키는데, 이것들은 시대가 뒤섞인 미적 양식과 화려한 재료들로 장식된다. 연회복들은 전시를 통해 소위 예술의 범주에 속함과 동시에, 그 이미지가 전사된 티셔츠들이 미술관의 기념품처럼 함께 진열된다. 이 작품들은 전시 후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간다. 전시장은 의상샵의 쇼윈도처럼 꾸며지는데, 하나의 공간에 새로운 가치로 전환된 의상들과, 그 이미지가 전사된 복제품을 대비적으로 연출한다.
버려진 물건을 수리, 치장하고 돌려주는 일련의 과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시대에 따라 상대적으로 판단되는 예술적 가치와 미의 기준에 대해 의문을 가지도록 유도할 것이다.
1976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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