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송기창
걸어서 간다 oil on canvas. 61x73cm. 2016
송기창
이른 오후 oil on canvas. 130x90cm. 2016
송기창
웅크린 남자 oil on canvas. 97x130cm. 2016
송기창
포옹 oil on canvas. 162x112cm. 2016
송기창
메멘토 모리 oil on canvas. 130x90cm. 2016
송기창
희망의 나라로 oil on canvas. 80x70cm. 2016
송기창
뒷담화 oil on canvas. 97x130cm. 2015
송기창
청승 oil on canvas. 97x130cm. 2015
송기창
외둥이 oil on canvas. 130x89.5cm. 2015
작업 속 인물로부터 연장되고 있는 감각의 세계들
작가는 인간을 바라보는 가운데 작업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타자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그가 바라보는 사람들인 동시에 작가 자신일 수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포장마차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나 침대 위에 누워있거나 자연 속에 물끄러미 어딘가를 바라보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작가가 발견하게 된 어떤 사람의 모습이지만 자신과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이며 자신의 삶에서 늘 발견될 수 있는 삶의 한 모습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송기창 작가의 작업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있어 사이공간에 대한 해석이며, 순간과 순간이라는 물리적 시공간에 있어 그 사이공간에 대한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작업을 보면 형체는 견고한 상태가 아니라 물의 흐름이나 바람의 흐름처럼 유동적이고 흐릿하게 겹쳐져 있다. 이러한 작업은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인물과 인물의 경계면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그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위치마저 경계가 모호해지도록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결과적으로 작업을 감상하는 관객의 시선에도 그 경계를 느슨해지도록 만들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의 작업을 보는 순간은 마치 몽롱한 꿈과 같은 의식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환영적 세계를 마주하게 만드는 것 같다.
송기창 작가의 작업은 이렇게 주체와 타자라든가 나와 남과 같은 구분들을 모호하게 만든다. 또한 그의 회화세계는 타인에 대한 경계심만을 이완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적 위치가 나와 남뿐만 아니라 우주와 세계를 일원적 순환 속에 있음을 환기시킨다. 그의 작업은 나와 타인 그리고 나와 세계가 본디 서로 다르지 않다는 동양의 전통적 세계관과도 상당히 닮아 있어 보인다.
작가는 이러한 관점 가운데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듯 인간과 세계의 모습을 그려나간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인간의 모습은 분명하고 명확한 인물의 표정이나 형상은 생략되어 있고 모호한 익명적 인물상들로 채워져 있다. 뒤돌아 서 있거나 흐릿하게 지워진 듯한 얼굴 모습을 그려낸 것은 작가가 잘 모르는 익명의 사람이면서 동시에 나이거나 너일 수 있는 사람들을 그려내고자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작업에는 어떤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보편적 의미의 사람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서로 구분되어 있으나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자연이나 세계와도 일정하게 연장되어 있는 작가의 사유체계로 바라본 그러한 보편적 사람들이다. 그의 작업에는 그렇게 자연과 사람과 연결되고 연장된 그러한 사람이 그려져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은 구분되는 어떤 특정한 대상이나 사람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그가 바라보게 된 시선의 흐름만 남겨 두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의 작업은 마치 사람과 사람이 물결이나 바람 같은 흐름에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결국 송기창 작가는 대상으로서의 사람만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그가 바라본 인물과 함께 그것을 그려낸 작가 그리고 이 작업을 보고 있는 관객을 어떤 특정한 감각의 흐름 속에 연장시키고 연결시키고자 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한 연결은 그의 작업에서 두 가지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몽롱한 꿈결 속에서 본 듯한 흐릿한 화면 속에서는 연속하고 있는 감각의 흐름이 인물과 인물 사이 혹은 인물과 자연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작가가 그의 작업 속에서 그 연결방식으로 형태가 경계 밖으로 번져 나오듯이 표현한 것처럼 그의 작업을 보는 이들의 시각 안으로도 번져 들어오게 하는 것이 다른 하나일 수 있다.
작가는 이렇게 대상과 관객 사이에서 서로의 감각을 마치 영매처럼 연결시켜 주고 있는 듯하다. 이는 그의 작업을 보는 이들은 시각적 작업을 보고 있음에도 감각의 말초 부분이 유체와 같은 흐름 속에 연결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 연결의 느낌이란 사람에게서 나오는 여러 가지 소리 즉 낮은 목소리의 진동일 수도 있고 깊은 호흡이거나 심장의 두근거림 같은 진동의 파장일 수도 있다. 송기창 작가는 부드러운 빛이 쏟아지거나 어두움이 스며드는 듯한 캔버스 위에서 이 미묘한 느낌들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흡사 말초감각이 그림 속 사람에게 연장되어 그의 작업을 보는 이에게 연결된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섬세하게 말이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1971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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