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ER AND MASS _ ART FURNITURE
2017.07.21 ▶ 2017.08.15
2017.07.21 ▶ 2017.08.15
최병훈
Afterimage of Beginning 017-481 2017, 현무암, 180×65×70cm, 140×65×70cm
최병훈
Afterimage of Beginning 017-482 2017, 현무암, 220x80x75cm, 160x80x75cm
정명택
Arcaded Seat 17S01 2017, 라탄, 스테인리스 스틸, 벨트 클램프, 285x65x75cm
최병훈
Afterimage of Beginning 017-477 2017,현무암, 242×85×65cm
김진우
Bench with Screen 1 2008, 호두나무, 흰 참나무, MDF, 아크릴 패널, Base 240x38x40cm, Left screen 1 240x166cm,Right screen 2 140x170cm
임광순
흔적-연결형 벤치 2010, 소나무, 380x24x42cm
김군선
자연의 조화 - 장식장1050 2010, 멀바우,애쉬, 125x35x105cm
홍민정
예테보리 컨테이너-수납함 설치 2013, 아크릴, 금속장식, 빈티지 트렁크, 오브제, 가변크기
김건수
Another Stone and Stone_Silver Table Another Stone and Stone_Silver Table, 2016, 자연석, PLA, 레진, 은박, 154x110x40cm, 54x47.7x40cm,51.8x48x43cm
이미혜
FROM 일월도 A-WS1 2016, 스틸, 목재, 160x130x28cm,130x130x28cm
서명원
Paperniture STOOL 400 R1 2016, 두루마리 종이, 스틸, 알루미늄, 80x40x40cm
이현정
색의 변주곡 Variation of color V3 2016, 단품나무, 아크릴, 노방, 160x47x168cm
박은민
Between 100 2017, M.D.F. 위 애쉬 무늬목마감, 193x96x139cm
정재나
Kapoor Cooper light 2017, 황산구리, 레진 , LED 조명, 120x120x15cm
강현대
Frost Chair Frost Chair, 2016, 성에, 적동관, 70x70x180cm
강형구
Ready Made 0814-Hanger 2008, FRP에 도장, 목재, 9x10x35cm(each)
가나아트는 국내 아트 퍼니처 분야의 선구자인 최병훈 작가와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아트 퍼니처 디자이너 13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최병훈은 한국현대공예 발전의 중심에서 새로운 경향을 이끌어 온 제3세대 퍼니처 아티스트이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채취한 현무암을 깎아 마치 글씨나 그림을 단숨에 그려내듯이 한 획의 오브제를 완성시키는데, 자연석에 구조를 도입하여 재료의 물성이 살아있는 기능성 있는 디자인을 구현한다. 작가는 2톤이 넘는 무거운 돌을 부드럽게 조각하기 위하여 물 또는 토치(blowtorch)를 사용하는데, 수작업을 통하여 우아한 균형감을 유지하도록 활 모양으로 돌을 조각하고, 거친 부분을 다듬어 나감으로써 현무암의 마티에르 안에 내재되어 있는 블랙 스킨 자체의 광택을 발현하도록 한다. 형태의 단순화와 자연적 재료로부터 인위적인 미 보다는 자연의 미를 느낄 수 있고, 억겁 동안 풍화를 겪은 자연석을 바라보는 듯한 거대한 평온함과 고요함 마저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김진우는 변하지 않는 고유하고 차별화된 가치 중 하나가 ‘한국성’ 이라는 생각을 가구디자인과 접목한 사례를 보여준다.
강형구의
임광순의 <흔적-연결형 벤치>는 나무의 변재 목리와 심재 목리를 상하로 붙이는 결구방법으로 인위적인 조형을 최소한 줄이고 자연의 나뭇결을 최대한 살린 목리의 시각적 효과를 작품에 유도하였다. 재료 표면은 목재가 갖는 질감을 의도적으로 다듬지 않은 투박한 표현처리를 함으로써 인위적 가공의 미보다는 자연미를 찾아 있는 그대로의 형태를 작품에 전달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전통건축의 입면에서 나타나는 우미량에서 영감을 받아 마치 건축의 입면크기를 나타내는 량을 한 칸 한 칸 늘릴 때마다 건축의 규모가 달라지듯이 자연스럽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벤치를 연결하는 기능으로 차용하였다. 간결한 선과 동적인 면 분할, 그 쓰임새와 재료의 물성이 자연스러운 감수성을 통하여 다가온다.
김군선의 <자연의 조화-장식장1050>은 자연의 유기적 조형 요소인 산과 들과 물의 완만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흐름과, 한국 전통 목가구의 약장에 나타난 직선의 비례와 절제미의 조형적 특성을 감안하여 구조와 균형의 자연미로 작품화하였다. 현대 공간에 어울리는 유기적 조형을 가미한 목가구 작품이다.
홍민정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대한 개인적 기억의 이야기를 가구라는 특수한 구조 안에 표현함으로써, 가구가 어떻게 개인적 삶의 이야기와 감정의 상징적 매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가구의 창작이 어떻게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대한 감정을 회복시킬 수 있는지를 연구하며, 자신의 내면에 추상적 상태로 보관되어있던 과거의 기억을 가구의 창작을 통해 현재의 삶 속에 구체화한다. <예테보리 컨테이너> 작품은 작가가 삼 년여의 시간 동안 예테보리에서 지내면서 얻은 경험과 특별한 기억을 담아낸 작품이다. 기억의 물건들을 보관하는 아크릴 수납함은 저장고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떠나야 하는 현실과 정착하고 싶은 기대 사이의 갈등을 트렁크라는 소재를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정명택의
김건수의
이미혜의
서명원의
이현정은 한옥의 창에 나타나는 추상성을 담아낸다. 미닫이 창을 열면 중첩된 공간이 열리면서 창은 중첩된다. 중첩된 창은 새로운 추상화를 만들어내고 그림자와 색채도 변한다. 빛을 담은 창호지의 색채는 더욱 깊이가 생기며 새로운 면을 만들고, 교차하는 창살의 선과 면도 새로운 조형을 만든다. 열린 창을 통해 새로운 공간은 확장 되고 시각적 소통과 공간적인 소통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미닫이 창의 구조와 의미를 담아 디자인한
박은민의
정재나의
강현대의
포스트 아트 퍼니처(Post-Art Furniture)
임미선(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장)
1. 전시를 바라보며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매터 앤 매스(Matter and Mass) - Art Furniture>는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 최병훈 교수가 지난 31년간 수행해온 교육자로서의 무거운 역할을 마무리하는 시점을 앞두고 국내 가구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는 개성 넘치는 13명의 작가들과 함께 마련한 전시이다. 특히,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것은 1993년 개최된 <최병훈 아트 퍼니처> 전시를 기점으로 당시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용어이자 개념이었던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의 작품에서뿐만 아니라 교육의 철학이자 주요이념으로 표방한 이후의 전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다. 보다 자유로운 모습의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아트퍼이처 작가 최병훈 교수의 신작(Afterimage of Beginning)과 함께 이 분야의 중견 및 신인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 전시는 동시대 가구디자인에 대한 이해 및 ‘아트 퍼니처’에 대한 이해라는 맥락에서도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 전시에 참여하는 13명의 작가들 모두 2009년 이후, 최병훈 교수의 지도아래 홍익대 대학원에서 목조형가구학 전공으로 이미 박사학위를 받았거나 현재 박사학위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참여 작가 대부분이 작가이자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들이거나 산업현장에서 활약하는 가구디자이너로 현재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는 점에서 전시의 의미는 더해질 수 있다. 물론 최병훈 교수가 그동안 배출한 수많은 제자들 가운데 일부의 작가들이기는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전문적인 연구자들이라는 점에서 특히, ‘포스트 아트 퍼니처(Post-Art Furniture)’의 풍경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2. 아트 퍼니처 - 조각도 아니고 건축도 아닌
(…)
모더니즘 미술사의 전개상황 안에서 기술과 예술 혹은 기능과 아름다움이라는 이분법적인 프레임으로 읽기를 시도했던 아트 퍼니처를 이제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에 모더니즘 조각이론으로는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 다양한 현대조각의 양상과 확장된 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해낸 로잘린 크라우스(Rosalind E. Krauss, 1941~ )의 「확장된 장에서의 조각(Sculpture in the Expanded Field)(1979)」이라는 텍스트를 살펴보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1970년을 전후한 시기 ‘현대조각’의 상황은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가구’의 문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기능성과 장식성이라는 모더니즘 디자인(공예)이론(?)으로는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현대가구의 새로운 장(場) 즉, 확장된 장으로 읽어야만 하는 복잡한 상황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크라우스는 당시 존재론적으로 부재했던 조각의 개념을 ‘그레마스의 기호학적인 사각형(1966년)’이라는 논리적인 프레임을 바탕으로 ‘풍경이 아닌 것 하지만 건축도 아닌 것’ 다시 말해 ‘제외의 조합(neither/nor)’으로 설명한바 있다. 물론 역으로 조각을 ‘풍경이자 건축이기도 한 복합체(complex)’로 설명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그녀는 지적했다. 크라우스는 1970년을 전후한 시기 특히, 미니멀리즘과 프로세스아트, 대지미술, 개념미술 등으로 이제는 설명되는 개별 작가들의 다양한 행위 및 작품들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역을 특징짓는 ‘확장된 장(場)’으로 설명해냄으로서 포스트모더니즘 비평에 있어서 매체 및 공간의 논리나 인식에 무한한 자유를 부여하였다. 이러한 크라우스의 논의에 힘입어 주로 ‘예술과 디자인의 결합’ 혹은 그 ‘연결(bridge)’ 정도로 설명되어온 아트 퍼니처를 모더니즘 가구이론(만일 그러한 것이 있다면?)의 틀에서 벗어나 ‘조각도 아니고 건축도 아닌’ 그리고 ‘조각이면서 건축이기도 한’ 것으로, 다시 말해서 ‘확장된 장에서의 가구(Furniture in the Expanded Field)’로 설명해도 커다란 무리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장소(공간), 기능, 매체 그리고 관례화된 의식(고정관념)을 넘어서 공간적인 실체 위에 쌓인 건축적인 경험의 특징들을 도식화하며 개인 작가들의 탐구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표현의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동시대 ‘아트 퍼니처’를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가구의 새로운 미적가치를 추구하며 가구로서의 기능과 독립적인 조형물로서 ‘아트 퍼니처’는 ‘조각도 아니고 건축도 아닌’ 그리고 ‘조각이면서 건축이기도 한’ 새로운 그 무엇 ‘되기’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이는 물론 물리적인 상태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부단한 자기운동의 반복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는 운동을 수반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3. 포스트 아트 퍼니처
최병훈의 작품을 설명함에 있어서 키워드는 ‘아트 퍼니처’와 ‘한국성(한국의 문화정체성, 그는 ‘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최병훈의 포스트 즉, 그의 제자들에게 미친 그간의 영향관계에 있어서 내용적으로도 주요한 측면으로 작용되고 있음을 국내 가구디자인 분야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 할 수 있다. 가구의 예술적 가치추구 그리고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탐색은 그와 아트 퍼니처 그룹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특히, 2000년대 이후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를 거쳐 간 세대의 작품을 통해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다수의 젊은 작가들이 네덜란드, 영국, 핀란드, 미국 등 해외유학을 통해 글로벌 맥락에서의 가구디자인의 흐름을 학습, 실천한 것도 요소로 작용했음은 분명하다. 이미 필자가 크라우스의 포스트 모더니즘 비평을 앞서 언급했듯이 전시 작품들이 가구이냐 아니냐 하는 논의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들이 선택한 표현매체로서 아트 퍼니처 그리고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이 분야의 현재와 미래 즉, 포스트 아트 퍼니처를 들여다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3명 작가의 전시 작품들은 한마디로 미술 전 분야를 횡단하는 것 같은 양상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가구라는 형식적 틀을 사용하고 있지만 작품의 내용 및 표현 방법론은 각기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 따라서 이들의 작업태도 및 작품의 주제 그리고 표현 형식 등을 바탕으로 전시 작품을 크게 세 그룹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첫 번째 그룹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라고 하는 한국의 고건축과 고가구에 담긴 정신과 철학을 바탕으로 주어진 장소 혹은 공간을 비우고 채우는 ‘공간(space)’의 문제에 대한 이해와 전통 목가구의 쓰임새에 대한 연구 및 재해석을 해나가는 작가 군이다. 김군선, 임광순, 강형구, 김진우, 이현정, 박은민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목공예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나무라는 재료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가구의 기능적인 측면에 보다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작가들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작가들이 목공예(목조형)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 다변화된 소재(material)의 빈번한 사용에도 불구하고 나무(wood)를 자신들의 작업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한국 목가구의 계통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후 및 환경적인 변화에 따라 그 성질이 바뀌는 나무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할 때, 재료에 대한 폭넓은 경험의 시간과 이해 없이는 자유로운 표현에 있어 많은 제약을 받는다는 점에서 더 나아가 여전히 나무가 가구디자인의 중심소재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들은 한국적 정체성(자연미, 문화정체성 등) 및 가구의 기능성 그리고 나무라는 재료 같은 근원(뿌리)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정신을 근간으로 작업을 해 나가고 있다. 대체로 기능성과 장식성의 범주 안에서 이해되는 모더니즘 맥락의 비평언어로 설명되는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구’라고 하는 것이 물질과 시간과 기억의 사물이라는 점에서 창작의 출발이자 회귀해야 하는 물리적인 대상으로 이들이 던지는 보편적이면서도 근원적인 물음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된다.
두 번째 그룹은 새로운 소재와 기술, 기능 및 형태 등 형식적인 실험을 통해 아트 퍼니처의 외연을 넓히는 작가 군으로 정명택, 김건수, 이미혜, 서명원, 정재나 작가 등이 포함 된다. 이들은 각기 다른 표현을 통해 아트 퍼니처의 다양한 양상들을 보여주는 개성 넘치는 작가와 작품들로 구성된다. 특히, 고정된 가구의 기능, 소재, 장식의 의미나 해석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거나 이를 해체함으로써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정명택 작가는 커다란 철판과 등나무를 이용한 벤치를 통해 은폐된 재료의 물질성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서 작가가 해석하는 자연친화적이며 내재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그리고 종이를 모티브로 나무라는 재료의 다시보기를 시도하는 서명원 작가 역시 자연에서 온 소재에 대한 가치존중의 의미를 표현하는 상징적인 테이블을 선보인다. 한편, 김건수 작가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표현수단으로 3D 스캐너와 프린터를 이용한 디지털 프로세스를 작업에 활용하지만 반대로 가장 오래된 자연소재인 고인돌을 형태적 모티브로 기능이 배제된 아트 퍼니처를 전시한다. 정재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유리와 LED를 활용한 조명을 소개한다. 이미혜 작가는 조선시대 어좌 뒤편에 배치되었던 ‘일월오봉도’라는 병풍을 모티브로 이를 기하학적으로 변형시킨 벽면구조물을 선보이는데 오방간색으로 수납공간의 각각의 면을 구분한 장식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전시한다.
세 번째 그룹은 아름다움과 쓰임이라는 가구의 전통적인 개념을 넘어 자율적인 조형물로서 예술적인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들로 강현대, 홍민정 작가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가구를 신체적인 편리함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제한하지 않으며 심리적 그리고 정신적 휴식을 제안하는 대상으로 자신만의 경험과 기억을 담은 오브제를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강현대 작가는 물을 주제로 액체-고체-기체로 변화되는 물의 순환과정을 가시화한 작품인 ‘프로스트 체어(Frost Chair)’를 선보인다. 그는 “육체를 쉬게 하는 의자는 단 한명이 앉아서 쉴 수 있지만, 정신을 쉬게 하는 의자는 의자 하나로 수 만 명을 쉬게 할 수도 있다.”라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며, 물리적인 기능을 중심으로 설명되는 가구를 심리적, 정서적 안락과 휴식을 제공하는 시각적인 장치로 전환시킨다. 한편, 오랜 기간 사물의 정서적 가치를 탐구해온 홍민정 작가는 자신만의 사적인 기억을 담은 대상인 여행 가방을 통해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시간과 기억의 매개물로 ‘예테보리 컨테이너(Göteborg Container)’를 선보인다. 두 작가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조형언어이자 표현의 매개로서 의자와 가방이라는 오브제를 이용해 사물에 내포된 다양한 경험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물과 관련된 오랜 경험의 시간을 거쳐 사람들은 그 사물에 관한 인식의 변화과정을 겪는다. 이들에게 있어 가구는 그러한 인식이 변화된 상태의 상징적인 오브제로서 이제 다른 이들의 고정된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4. 나가며
(…)
“예술은 시대의 가치를 반영해야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자기만의 정체성’ 연구”를 늘 강조했던 스승이자 선배인 최병훈 교수의 뒤를 이어 이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어법과 방식으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분명히 좀 더 복잡해진 동시대 상황 아래 시대성과 정체성에 대한 인식과 함께 개별적인 고민들을 해 나가가고 있음을 본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포스트 아트 퍼니처 세대의 과제는 더 난해해졌지만 그 사태는 한층 더 다양하고 풍요로워진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최병훈의 아트 퍼니처: 한국적 버내큘러 미학을 구축하는 디자인
정연심(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 교수)
20세기 미술은 예술과 일상의 간극을 없애려는 포스터모더니즘의 전개로 예술가들은 그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공예와 디자인을 시도하였다. 적어도 모더니즘의 역사에서, 공예의 특징으로 간주되었던 장식성과 핸드메이드의 고유성은 "형식은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모더니즘의 기치 하에서 많은 부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자신의 예술을 안락의자처럼 편안하게 대하기를 원했던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도 추상적 경향의 자신의 작품이 너무 '장식적'이어서 관람자들이 이를 장식미술이나 벽지와 같은 디자인으로 대하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다. 20세기 미술에서 회화와 조각의 변화만큼 공예와 디자인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전환기를 경험했으며, 한국의 공예나 가구 디자인 등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로운 것을 시도 한다는 것은 기존의 영역과 관념, 전통에 대항하는 것으로 항상 모험이 뒤따른다.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어려운 길이다. 최병훈은 근 40년 동안 기능성, 장식성에 머물러있던 한국가구에 새로운 혁신을 불어넣었으며, 가구라는 기물이 가지고 있는 기능성과 공예성에 한국적인 버내큘러(vernacular) 미학성을 부여해 새로운 ‘아트 퍼니처’ 영역을 개척해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최병훈의 '아트 퍼니처'를 어떤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까. 한 흐름은 한국의 디자인 맥락에서 이해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방식은 국제적 흐름 내에서 그의 디자인과 프로젝트를 이해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한국의 디자인사, 디자인 담론에서 그의 작업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 글은 가나아트센터에서 전시하는 최병훈의 작업과 연관된 '아트 퍼니처'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향성과 맥락을 다루고 있으며, 전시 작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I. 최병훈의 아트 퍼니처와 콘텍스트 아트
최근 대두되는 하이브리드한 영역은 기존에 있던 미적 영역을 재구성하는 전용(détournement)을 취하면서도 새로운 미적 감성을 발견함으로써 익숙하면서도 낯선 미적 체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는 동시대 미술에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공예(craft)'나 '장식미술(decorative arts)'을 대체하는 경향에서도 엿보인다. 또한 서구미술의 역사에서 '장식(ornament)'은 '잉여'나 '과잉', 혹은 바로크적 상상력에 부합하는 미적 범주를 영역화 하면서 산업시대에 어울리는 미니멀리즘의 흐름에 그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이러한 동시대 미술의 문법과 함께, 2002년 미국 공예미술관(American Craft Museum)은 '예술과 디자인 미술관(Museum of Arts and Design/MAD)'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였다. 이는 서구에서 '공예'와 '장식미술'이 함축하고 있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극복하기 위한 미술사적인 배경도 있지만, 특정 장르를 넘어서 '디자인'이나 '물질문화'라는 용어로 동시대 삶을 미술관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변화를 시도했다. 이러한 변화의 동인에는 미학성을 강조했던 아트의 영역과 기능성, 쓰임새를 강조했던 공예 및 디자인의 흐름이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동인을 가지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해 나가고 있으며, 자유롭게 양 영역을 오가는 미술가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
최병훈의 아트 퍼니처는 변화가 없는 일상성에 새로운 공간에 대한 콘텍스트, 즉 새로운 상황을 구축하고 만들어주는 작업의 존재 방식을 제안한다. 최병훈의 아트 퍼니처가 예술작품을 주변 상황과 연동시킨다는 점에서 페테 바이벨(Peter Weibel)이 창안한 ‘콘텍스트 아트(Kontext Kunst)’와 유사한 지점이 상당히 많다. 최근 ‘디자인 아트(design art)’라는 용어는 최병훈이 2015년 개인전을 개최한 디자인 바젤(DESIGN MIAMI/BASEL)이나 물질문화 영역에까지 계속 사용되고 있다. 최병훈의 아트 퍼니처와 바이벨의 '콘텍스트 아트'에서는 디자인과 같은 실제로 사용가능한 오브제를 환경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존재한다. 이것은 관람자들을 새롭게 유도하고 매개하는 예술이며, 새로운 관계성과 행위성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반영한다. 또한 이것은 화이트 큐브 안에서, 오브제로 감상만 할 수 있던 문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황과 환경을 조성하여 사회적 공간(social space)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반영한다. 최병훈의 아트 퍼니처는 예술작품, 즉 예술 오브제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특정 공간에서 사용가능한 사물(thing)이기도 한 양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예술적 조건과 사물의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
II. 최병훈의 '아트 퍼니처'와 한국적 미니멀리즘
최병훈이 아트 퍼니처를 형성하기 시작한 시절에는 세계적으로 디지털 매체가 대두되기 시작하고 월드와이드웹 등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플랫폼이 형성되기 시작했던 시점이었다. 국내에서도 1980년대 컬러텔레비젼의 대두 등으로 인해 대중문화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가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바로 동시대미술 현장에서 상실되기 시작한 바로 ‘자연’이었다. 1980년대 후반, 한국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아파트단지 등으로 인한 새로운 도시주의가 형성되고 있었다. 한국작가들이 산업시대의 폐기물, 시멘트 등 파운드 오브제(found object)를 사용하고 있을 때, 최병훈은 앞서 제기한 예술성과 기능성에 더한 '인간성의 회복'을 위해 '자연'에서 주된 모티프를 찾기 시작했다 그것은 글로벌 맥락에서 한국적인 것에 대한 최병훈 식의 정체성을 구현하는데 있었다.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1993년 최병훈 개인전에 대한 글에서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목공예, 목가구에 비해 현대 목공예의 수준은 전통과의 단절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다양한 영역에서 전통이 단절되었는데 이는 미술, 건축 등 한국의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나타났던 한국사회의 양상이었다. 일본의 경우, 공예와 디자인에서 전통은 존중 받았던 반면 우리의 경우는 뿌리와 토대를 상실한 상태에서 다시 한국적인 아이덴터티를 구축해야할 과제에 직면했다. 초창기 작업을 살펴보면, 최병훈은 한국 목가구가 가진 "단순성"과 "간결함"을 한국성의 특징으로 간파하고 있음을 할 수 있다.
최병훈은 198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작업을 하였지만 대체적으로 작품 제목은 상당히 심플하다. 그의 작업들은 1988년도 이전에 제작된 <채집된 곤충> 시리즈, 그리고 그 이후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태초의 잔상>, <잔상(Afterimage)> 시리즈를 중요하게 평가할 수 있다. 이것은 최병훈의 미학적 관심사를 가장 밀도 있게 보여주는 특징들을 구성하고 있다. 그는 목재와 돌 등을 다양한 아트 디자인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의 나무와 돌 등은 자연이라는 우리의 환경과 마주하게 된다. '태초'라는 제목 자체도 지금이 아닌, 과거부터 시작한 '시간성'을 더하게 되는데, 최병훈은 이러한 '태초'와 '잔상'을 통해 한국의 동시대 문화, 예술, 사회에서 상실한 한국성, 미학성을 '아트 퍼니처'를 통해 우리에게 소환하고 또 매개하고 있다. 그는 강원도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에는 산의 능선을 바라보며 성장했고, 자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갈, 돌 등을 통해 자연과 유기적 관계를 맺고 사는 우리의 삶을 중요한 요소로 끌어들이고 있다. 최병훈의 작품 속에 오랫동안 등장해온 '잔상(afterimage)'은 말 그대로 실제의 이미지가 사라진 이후에도 우리의 감각 경험이 계속되어 마음과 뇌리 속에 계속해서 나타나는 이미지를 의미한다. (…)
최병훈의 작품이 지닌 범자연주의 취향, 자연에로의 회귀, 태초로의 회귀 등은 결국 인간의 근원을 구성했던 바람, 돌, 흙, 곤충 등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이것은 기원(origin)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한국성이나 아시아성을 일종의 이국취미로 귀속시키지 않는다. 최병훈의 한국성은 오리엔탈리즘 형식으로 귀속시키는 것을 경계하고 동시대에 서서 과거를 계속 매개하는 방식으로 현재성과 교감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면, 이것은 과거의 전형이나 원형을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이 아니라, 그 구조를 작가 스스로의 개념 속에서 내재화되는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를 계속 오가는 쌍방향으로 구성되며, 과거나 전통 속으로 자신을 매몰시키는 방식을 경계하는 것이다. 한국성을 동시대 디자인으로 소환하는 것은 최병훈이 1980년대 후반부터 아트 퍼니처를 통해 계속해서 구축하고자 했던 미학적 정체성이다. 그는 40여년 작가로 활동하면서 국내외에서 수많은 전시회를 개최했고, 또 교육을 통해서 한국의 가구 디자인사에서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
최병훈의 ‘미니멀 형식’은 간결하면서도 단순한 형태의 구성이자 조합이다. 동양화로 전환해서 독해한다면, 여백의 공간에 하나의 필획(one stroke)으로 순식간에 공간을 장악하고 긴장감을 부여하는 형식을 의미한다. 모든 공간을 채워나가는 유화와 달리, 동양화에는 여백의 네거티브 공간이 적극적인 표현성을 차지한다. 공간을 채워나가려는 강박증과 달리, 최병훈은 오히려 비워냄으로써 채워지는 동양의 역설적 공간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한다. 이는 그가 보여주는 아트 디자인의 공간 구조나 네거티브 스페이스와 포지티브 스페이스가 차지하는 음양의 조화에서도 엿보이다. 그는 여기에 미술가이자 디자이너로서의 예술적 감각, 상상력과 위트를 부여한다.
우리가 미니멀 형식이라고 할 때 서구의 미니멀리즘을 생각한다면, 이는 최병훈의 작업에 대한 잘못된 독해이다. 왜냐하면 서구의 미니멀리즘은 기계적 산업시대에 맞는 표준화된 벽돌, 합판, 그리드 조직들을 강조하여 시각성을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서구의 미니멀리즘의 자연적인 것의 구현이라기 보다는 손의 맛을 없앤 기계적인 것(댄 플라빈의 경우처럼), 표준화되어 모듈화된 것, 인공적인 것을 더욱 강조하였다. 그들은 핸드메이드의 고유성을 보여주는 작가의 사인까지도 제거함으로써 가장 동시대적인 것, 가장 기계적인 것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최병훈의 미니멀 형식은 직선에 기대어 있는 한국적인 곡선, 모든 것을 가장 간결하게 구성했던 조선시대의 목가구처럼 선의 흐름을 가장 자연스럽게 그려내려는 시도를 반영한다. 그의 돌 작업이 표면의 거친 질감을 강조함으로써, 재료 자체에서 느껴지는 물질 본연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본질적으로 이것은 ‘퍼니처’로 기능하기 때문에, 오브제의 스킨(표피)은 촉지적인 감각으로 연결된다. 시각성과 축각성은 그가 사용하는 재료의 물성에서 가장 진솔하게 표현되며 이것은 현재 전시 중인 작품에서도 느껴진다. 최병훈의 아트 디자인은 한국적인 버내큘러한 미학을 정의하려는 이러한 실험을 재료의 선택, 주제의 선택, 공간의 표현 등에서 세부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
III. 2017년 최병훈의 근작전: 인간-사물-공간의 현상학적 만남
최병훈은 1990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목조형가구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미술현장과 교육에서 '아트 퍼니처'라는 새로운 경향을 근 40년 동안 구축해왔다. 그는 초기에는 나무 재료를 즐겨 사용하였으나 화강암, 대리석 등 다양한 재료를 실험하였다. 2001년 최병훈은 이탈리아의 대리석 산지인 카라라(Cararra)에서 직접 체류하면서 대리석 작업을 경험하였고 재료의 특징을 연구하였다. 이후 그는 점차 다양한 색채의 대리석을 사용하였고 각기 다른 재질을 가장 극적으로 대비시켜 시각적 아름다움과 음악적 운율감, 작품 자체의 연극성을 극대화 하였다. 최근의 작품들은, 아트 디자인을 새로운 차원의 조각성으로 전환시켜 점차 연극적인 공간으로, 공간을 걸어가는 사람들(관람자 혹은 사용자)을 포용하는 '사회적 공간'으로 전이되어 간다.
2014년과 2016년 뉴욕의 프리드만 벤다 갤러리(Friedman Benda Gallery)에서 진행된 전시와 파리의 다운타운 (Galerie Downtown) 전시에서는 돌을 이용한 작업을 다수 포함하면서, 아트 디자인의 영역에서 조각적 영역으로 그 장이 확장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가나아트센터에서 전시되는 작품들은 모두 기능적으로 벤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염두에 두고 보지 않는다면, 수평의 ‘라인(line)’으로 구성된 설치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관람자는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의 오브제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최병훈의 공간 개념은 서구적 원근법이나 자아중심의 시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이동 가능한 시점’에서 다양한 앵글을 경험할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한다. 이러한 관찰자의 시점은 한국의 전통 공간에서 나온 것으로 한옥의 마루에서 자신의 몸을 이동하면서 다양한 풍광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각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잔상>은 보는데서 그치지 않고 관람자가 이러한 작품 위에 앉아서 세상을 관조하고 명상하는 '선(禪)', 혹은 '무위(無爲)', '침묵'의 상태에서 인간의 욕망을 내려놓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러니까, 최병훈의 작품은 디자인, 조각, 설치 오브제의 범주를 넘어서 유저(user), 그리고 주변 환경과 상황까지 포괄하는 '콘텍스트 아트'의 새로운 성취를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2017년 작품은 2011년에 제작된 작품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준다. 2011년 작품인
이번 전시에 출품된 현무암 작업은 한국의 산 능선에서 볼 수 있는 불규칙적인 비정형성을 표현하는데, 이것은 최병훈의 작업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특징이다. 이것은 표준화된 모듈로 생산할 수 없는 비정형의 세계이며, 이우환의 모노화의 세계처럼 불확정성(indeterminacy)을 동반한 세계이다. 그것은 특정 공간에 놓일 때 그 공간에 맞는 아우라 효과를 만들기 때문에, 같은 작품이지만 같은 효과를 지니지 않는다. 최병훈의 아트 퍼니처는 작품이 놓이는 공간과 빛에 따라 달라진다. 나아가 사물은 사물의 모습대로 자연 속에, 우리 속에, 사회 속에 자연스레 교감함으로써 최병훈의 아트 디자인 프로젝트는 인간-사물-공간의 새로운 현상학적 만남을 유도한다.
최병훈의 아트 퍼니처는 인간과 인간의 사회적 관계, 주변 상황과의 유기적 교감, 그리고 디자인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유희적 즐거움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미장센(Mise-en-Scène)을 구현함으로써, 동시대 미술의 설치적 요소까지 아우른다.
특히 뉴욕의 프리드만 벤다 갤러리에서 개최된 최병훈의 작업들은 디자인의 시각성을 넘어 조각, 설치적 요소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장(field)을 생성해 나간다. 그것은 1980년대 후반 형성되기 시작한 ‘아트 퍼니처’의 새로운 변화와 전환을 의미한다. ‘콘텍스트 아트’와 ‘사회적 공간’을 포괄하는 최병훈의 디자인 프로젝트는 새로운 모멘텀과 또 다른 변화를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글로벌 미술계에서 동시대성을 획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시 서문에서 발췌
1952년 출생
1955년 충청북도 영동출생
1971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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