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king Drawing
2017.09.11 ▶ 2017.09.25
2017.09.11 ▶ 2017.09.25
고석원
Docking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0×215cm_2017
방만한 회화적 감성과 상상세계
화면 안에 각양각색의 이미지를 시메트리(Symmetry)형식으로 혹은 이를 이탈하는 디시메트리(Dissymmetry)형식으로 만나게 하고 교접시키는 고석원의 회화적 테크닉은 실상 표피적인 제스처일 따름이다. 그의 작업에서 가장 주요한 것은 효과적 화면에 대한 구축이기 이전에 양가적 이미지를 하나의 화면 안에 마구 쏟아낼 수 있는 괄목할만한 상상력의 에너지라 할 것이다. 고석원의 상상력이란 다분히 이지적인 차원의 것이기 보다는 감성적 측면이 강한 상상력이라 할 것이다. 달리 말해 우주와 문명을 대면하는 그의 태도가 인식의 차원으르 지향하기 보다는 상상에 기반한 감성의 차원을 지향함으로써 그의 예술세계를 매우 자유롭고 방만하게 풀어헤쳐놓고 있다 할 것이다. 동물의 이미지 역시 구체적인 실존 동물의 이미지를 닮아있으면서도 현실계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라든가, 기계 이미지 역시 가능성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공상적 이미지들만이 반복 나열됨으로써 그의 회화를 풍요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그의 상상의 체계를 말해야 한다면, P.자네(Pierre-Marie-Felix-Janer)가 칭한 '토끼의 행위'가 예술적 결과에 대한 상상하는 '목적적 상상'을 지칭하듯이, 예술창작 행위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목적성 상상'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상상이 유용성을 강조하는 공예나 디자인과 같은 합목적성을 애초에 방기할 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회화에서 주요한 화면구성의 전략을 폐기처분함으로써 창작 주체인 자신을 단지 예술 창작의 일부로 환원시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좀 다른 차원의 상상을 정의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P.자네의 예시를 흉내내어 '꽃가루(Pollen)행위'라 불러본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단지 수정(受精)의 목적만을 달성하고자 하는 꽃가루의 흩날림과 같은 유동적 운동은 고석원의 창작행위와 유사하다. 구체적인 화면구성의 전략을 통해 메시지의 효과적인 구현을 지향하기 보다는 단지 주제를 드러내는 창작의 목적만을 달성하고자 하는 에너지의 분출과 같은 행위가 고석원의 창작행위라 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와 관련된 그의 상상을 '탈지시적 목적적 상상'이라 불러봄직하다. 근원적인 주제의식과 창작행위는 지향하되 특정적 지향성을 방기하려는 상상인 것이다.
이러한 '탈지시적 목적적 상상'은 그의 '방만한 회화적 감성'과 만나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거대화면을 지향하는 작업방식에서는 기본적인 틀이 애초에 구상되지만 크기의 특성상 세부의 화면까지 미리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세부의 화면을 방만하게 풀어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처음부터 지닌다고 할 것이다. 대칭과 비대칭, 기하학과 유기적 이미지, 에어브러쉬의 큰 흔적과 자잘한 붓질의 미세한 자위가 특정한 화면경영의 의지 없이 뒤섞인 그의 작품들은 이러한 방만한 회화적 상상력이 운위한 결과이다. 작가는 단지 이러한 다종의 양상들이 방만하게 쏟아져 나왔음에도 그것들이 애초에 가지는 질서의 체계를 통해 우주와 문명에 대해서 생각해 주길 바랄 뿐이다. 이해하길 강요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제9회 개인전평론 중 일부발췌 - ■ 김성호(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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