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Installation view, 2017
김태호
Installation view, 2017
김태호
Installation view, 2017
파주의 이른 아침에는 간혹 지독한 안개가 낀다. 늪지 주변으로 세워진 도시의 풍경과 줄지어 서 있는 가로수는 안개 속에 파묻혀 시야에서 멀어질수록 형상이 사라져간다. 김태호의 작품은 마치 안개가 자욱한 파주의 풍경과 같다. 이미지 위에 다른 이미지를 쌓아 올리는 방식을 취하는 그의 풍경화는 사실을 그대로 옮기거나 기억 속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본래의 형태를 잃어가는 과정이다. 안개에 갇혀 사라져가는 사물을 바라볼 때처럼 김태호의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결국에는 사라지고 만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한다.
김태호는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 혹은 나무 입방체에 아크릴 물감을 수십 번 덧칠했다. 은은한 광택을 머금은 입체이자 평면인 작품은 제각기 다른 크기를 지니고 있으며, 방향이나 보는 시간의 빛에 따라 다른 색감으로 나타난다. 어떠한 형상도 담고 있지 않지만 풍경화다. 김태호는 덧칠을 하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사건, 인상으로 남은 이미지를 층층이 쌓아 올렸다. 오히려 수많은 형상을 겹쳐 결국에는 색면이 된 풍경은 기억 속의 대상이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는 점을 일러준다.
이미지는 기억을 되살릴 때마다 끊임없이 변화하기 마련이다. 시간의 흐름에 감정의 작용이 더해져 기억 속의 이미지는 처음 보았던 그 모습으로 남아 있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작가는 고정된 이미지의 존재를 부정한다. 김태호는 어떤 구체적인 모습을 담지 않은 풍경화에 우리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바에 따라 수만 가지로 변화하는 이미지를 담았다. 텅 비어 보이지만 색과 이미지로 가득 차 있는 화면 안에는 잊어버렸던 기억으로 이끄는 풍경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 김태호는 대규모 설치 작품을 선보이며 전시 공간을 드로잉 하듯이 채웠다. 넓은 공간은 그의 작품으로 조금씩 여백이 지워져갔다. 전시 공간 속의 작은 풍경화들은 여럿이 모여 다시 하나의 커다란 풍경을 이룬다. 그 안에는 안개가 자욱한 날의 아침도, 햇살이 반짝이는 날의 오후도 담겨있다. 김태호는 사라짐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라 말한다. 그가 그리는 풍경은 내가 바라보는 이미지와 같거나 다를 수도 있지만 모두 한순간의 상황으로 기억되며 이내 사라질 것이다.
■ 현민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큐레이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언젠가 결국 사라집니다. 사라지는 순간이나 존재하는 순간이 아름답다는 정도가 갖는 선호도의 차이일 뿐, 그 외엔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저는 관객이 눈 덮인 풍경을 바라보듯, 제 작품을 멍하니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_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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