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리
그날들1 세라믹_65×39×30cm_2017
김나리
불두1 세라믹_52×34×38cm_2017
김나리
길찾기 세라믹_74×29×35cm_2016
김나리
너에 대한 생각3 세라믹_58×42×36cm_2017
가만히 누군가의 얼굴을 바라본다. 낯선 사람의 얼굴이지만, 그 얼굴 속에서 나의 모습도 그리고 내 마음속의 누군가의 얼굴 또한 겹쳐 보인다. 찬찬히 그리고 조용히 얼굴을 바라본다. 거친 느낌이 드는 흙으로 빚어진 흉상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평온한 위안을 얻게 된다면 이상한 걸까?
김나리 작가의 작품은 조용하다. 하지만 조용함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사람을 천천히 압도한다. 이번 전시에서 불두라는 작품의 에너지가 특히 압도적이다. 작가는 부처를 만들기가 무서웠다고 한다. 어떻게 내가 감히...라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흙을 빚으며 형태를 만들며 흙을 말리고 굽는 과정에서 작가가 경험한 평온함과 고요함은 여태껏 작품을 만들며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부처의 모습은 평온하고 편안하다. 그리고 따뜻하다.
얼굴이 손상된 부처의 모습을 보아도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다. 세월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낸 모습을 연상시켜 그런지 부서진 모습이 삶에 의해 깨지고 닳아 없어진 우리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어 정감이 간다.
사실 무표정한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을 기회가 우리에겐 없다. 사람들 앞에서의 우리들의 얼굴은 표정이라는 가면을 쓰기 때문이다. 오롯이 홀로 되지 않은 이상 혹은 찰나의 방심의 순간을 포착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우리의 얼굴을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상황과 사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의 표정 밑에서 우리의 얼굴들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김나리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의 맥락 또한 이런 얼굴들의 모습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그녀의 무표정함에는 얼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얼굴들과 함께 다른 형상들을 조합시켜놓았다. 머리카락이 부엉이가 되며, 얼굴 주위로는 꽃들이 만개해있고 또한 얼굴의 뒷면에는 도깨비가 있을 때도 있다. 이 또한 우리의 표면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의 내면의 모습을 작품 속에 투영한 것이라고 본다.
당신의 얼굴은 어떤 모습인가? 거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보다 작품과 대면하고 있는 나를 통하여 내면의 얼굴을 작품 속에 투영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아무 표정도 입지 않은 나는 어떤 모습일지 작품을 통하여 보는 것 또한 재미이며 깨달음일 것이다. 누구의 얼굴도 아니며 누구의 얼굴이기도 한 김나리 작가의 작품들은 우리들의 내면을 잠시라도 투영할 수 있도록 인도해준다. 이런 뜻밖의 즐거움이야 말로 우리가 수세기 동안 예술을 즐기며 이어온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다. ■ 심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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