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산 인간
2017.10.25 ▶ 2017.11.07
2017.10.25 ▶ 2017.11.07
전시 포스터
김승현
세뇌하는헬멧 의자, 헬멧, 벨트, 스마트폰_60×55×20cm_2015
강정윤
Sequence Structure Ⅲ 시멘트, 아크릴, LED_43.5x11x120cm_2014
강정윤
Facade Structure Ⅰ 포맥스, 거울, 우레탄, LED_78x43.1x78cm_2014
하태범
The Incident 단채널 영상_00:03:33_2016
김승현
발아세계 혼합재료_68×46×25cm_2016
안민정
우리집식물 digital print_77x54cm_2010
최성록
Operation Mole-Endgame 4K HD 디지털 2D 애니메이션, 사운드_00:08:46_2016
안민정
서로를 담다 mix media_460.8X110.8cm_2014
최성록
Operation Mole-Endgame
조경희
나는 먹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네온사인_10×86cm_2017
강정윤
Surveillance StructureⅡ 포맥스, 렌즈, 영상_31x12.5x21cm_2015
조경희
I EAT THEREFORE I AM 나무박스 안에 모형음식_각 15.5×20×20cm_2017
서울시립미술관에서 2017년 3기 시민큐레이터의 전시를 지원합니다.
인간은 자연산일까? 양식산일까?
만물의 영장이라 믿어왔던 인간은 어쩌면 문명사회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하고 세뇌와 통제를 통해 길들여진 양식산 생물종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출생됨과 동시에 접종되는 백신, 규격화된 대량생산, 결과물에 따라 매겨지는 등급, 노력 없이 일정한 시간마다 음식을 공급받는 시스템, 생존의 위협으로부터의 자유, 유독 양식산 생물종들에게만 빈번히 나타나는 자살과 정신병 등은 인간과 양식산 생물종의 유사성의 예라고 볼 수 있다. 두 생물 종 모두 태어남과 동시에 철저한 관리 아래 살아가고, 사회가 요구하는 결과물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 전시는 모두 7명의 작가가 함께하면서 인간은 자연산일까? 양식산일까? 라는 화두에 놓고 다채로운 담론들을 풀어내고 있다. 애니메이션 설치작업과 순백의 종이로 완벽하게 재연된 시가전, 네온사인에 관객 참여형 작품까지 관람 내내 지루할 틈이 없는 작품들을 만나면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화두에 대한 답을 찾고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새롭게 해석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세뇌는 자본 제국주의 이데올로기 최대의 발명품이자 인간을 지배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다. 김명아 작가는 스마트 폰에 중독되어 제한된 정보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세뇌하는 헬멧’이라는 작품을 통해 은유적으로 비판한다. 청각장애 학생들을 위해 미술치료를 겸하고 있는 그녀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이 치료에 도움이 됨을 착안해 ‘세뇌하는헬멧’을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작품으로 발전시키고 전시기간 중 직접 의자에 결박되어 세뇌 당해보고 그 내용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흥미로운 인터렉티브 아트의 형태로 선보이게 된다.
하태범은 작가는 전쟁과 내전, 테러에 관련된 작품들을 주로 다루어왔다. 순백색의 종이 위에 완벽하게 재연된 시가전 ‘The Incident’ 에서는 혈흔도 전쟁의 참상도 찾아 볼 수 없다. 종이 모형으로 만들어진 도시가 무너지는 모습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작가는 ‘The Incident’ 통해 전쟁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모습이 실제 매스미디어를 통해 세계 곳곳의 시가전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듯한 건축물이 종이보다 연약하고 처참하게 찢겨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전쟁의 참 모습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김승현 작가는 이주, 이동, 여행과 같은 개념을 동반한 유목적 시각이 반영된 설치나 퍼포먼스를 통해 사회적 문제와 불안한 미래에 물음을 던진다. 발아(發芽)란 씨에서 싹이 돋아나듯 저장양분으로 발아되어 종속적에서 독립적으로 생장 형태가 바뀌듯 사물이 환경에 따라 기존과 다른 가치로 변하는 것이다. 주거, 교육, 직장 등 여러 환경 속에서 불합리함과 충돌하지만 그러한 관계의 틈 안에서 도태되지 않고 꿋꿋이 생장하는 소극적 저항이야말로 최고의 반발이자 고차원적 행위라고 작가는 말한다.
애니메이션과 비디오 작업을 다루는 작가 최성록은 기계와 인간과의 관계 변화에 관해서 관심 있게 바라보고 뉴미디어란 도구를 통해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며 인식할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2016년 제작된 애니메이션 설치작업 Operation Mole-Endgame은 파노라마적 시선 안에서 다채로운 줄거리를 내포하고 있다. 땅굴 사건과 구제역 생매장, 북한 미사일 도발과 변종의 출연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이나 정치적인 사건이 얽히고설켜 한 화면 안에서 충돌하고 이는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사건들을 무의미하게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의 시선을 상징하기도 한다.
강정윤 작가는 아파트라는 주거환경과 공간의 본질에 관해 연구한다. 그녀에게 아파트는 삶의 터전임과 동시에
차가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건축에 사용되는 시멘트 벽돌만으로 아파트를 재연하거나 벽안에 숨어 보이지 않는 철근 구조물을 외벽으로 노출시키는 등, 주거공간을 이루는 보이지 않는 본질적 재료에 집중함으로써 보이는 공간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폐쇄적이고 규격화될 수밖에 없는 삶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부분까지 도면에 닮을 수 있을까? 안민정 작가는 기존에 시도된 적이 없던 인간의 감정이나
기억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가시화하고 기호화 함으로써 측정 가능한 세계와과 측정 불가능한 세계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2014년 제작된 ‘서로를 담다’ 는 데이트 후 아쉬운 헤어짐의 갈림길에서 남녀의 가방에 각기 다르기 담긴 사물을 통해 바라보는 남자는 현실성과 여자는 낭만성을 수식화된 공식과 기호들로 담아냈고
2010년 제작된 ‘우리집식물’ 은 새싹채소를 키우는 과정에서 ‘관심’과 ‘사랑’등 인간의 긍정적 감정이 식물의 성장에 미치는 화학반응에 대해 도식화했다. 느낄 수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안민정 작가의 도면 안에서는 측정이 가능하다.
조경희 작가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I think therefore I am.” 를 나는 “I eat therefore I am.”이라고 인용하면서 근대철학의 상징적인 문장을 ‘생각’ 중심에서 ‘식욕’ 중심의 현시대로 옮겨온다. 끊임없이 음식을 소비하고 욕망하는 요즈음의 음식문화는 방송에서 만들어 내는 무수히 많은 먹방 프로에 노출되고 세뇌당한 결과의 산물이라고 작가는 비판한다. “나는 먹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만이 아닌 현대인의 공허한 심리와 삶의 허기가 담겨있다.
1974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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