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부
In the garden Straw, ObjectM, Installation view, 2010
정찬부
Antibarometer Straw, Mixed media , 2010
성기란
DSC_002.jpg oil on canvas, 116.8x91cm, 2009
object의 사전적 의미는 객관 주관에 대응되는, 인식 ·지식에서 자아의 대상이며, 이는 의식의 지향적인 대상, 즉 표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것은 의식의 내재적인 것, 즉 오늘날 말하는 주관적인 것에 가까운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object는 작가의 시 지각 및 경험에 관계하는 일상적인 대상으로서 작가들의 작업주제로 직접 연결된다. 이번 [object - object]전시는 작가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비추어진 대상을 좀 더 다채롭고 위트 있는 감작으로 비추어 봄으로써 새로운 의미의 재해석된 사물들을 흥미롭게 조명하고자 한다.
정찬부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살아있는 산세베리아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음료수를 음용할 때 사용하는 스트로우 조각들을 중첩시켜 만든 조형물에 지나지 않는다. 산세배리아는 현실에 분명 존재하는 식물이지만, 스트로우로 만든 산세배리아는 일반 산세배리아 보다 훨씬 커 산세배리아 자체가 가상의 식물이라는 느낌을 준다. 공간 을 가득 매운 커다란 산세배리아를 보고 있으면 꼭 정글에 온 느낌을 준다. 더 나아가 산세배리아 조형물을 통해 자연을 느끼고, 산세배리아 보다 훨씬 큰 조형물을 보고 실제의 식물을 가상의 존재로 느끼는 묘한 혼동현상을 느낀다.
우리는 실물과 이미테이션이 그저 공존하는 정도를 넘어, 실재의 기준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기묘한 세상에 살고 있다. 천연동굴을 흉내 낸 지하철 역사나, 실제보다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이미테이션 냉면, 그리고 호스를 통해 공급되는 산소방울 탓에 더 실물처럼 보이는 플라스틱 수초가 감각의 생리를 변질시키며, 인식의 생태를 왜곡시켜놓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 [정원에서]를 보면 정원은 자연정원이 아닌 가상정원이나 인공정원인 것이다. 작가는 현대인이 사실상 정원(자연)을 상실했으며, 실물과 이미테이션을 혼동하고 있고, 나아가 그렇지 않을 때조차 이미테이션을 통해 상실한 실재를 보상받으려는 모습을 스트로우로 만든 산세배리아를 통해 아이러니하면서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금방 사라질 생명력을 가진 이들. 사라지고 나면 다시 비슷한 것들로 대체될 수 있는 존재들... 성 기란 의 작품 속 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하고 있다. 작품 속 아름다운 꽃을 보고 있으면 감성은 작품 속 에 머물러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작품 속의 꽃은 사실적인 묘사에서부터 추상적인 모습까지 표현되었다. 그러나 그 모습이 모두 자연의 꽃을 닮아 있어 생소하거나 난해하지 않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동화 속 풍경 같기도 하고, 몽환적인 느낌에 사색이 담겨져 있는 듯 하다. 그러다 작품 밖으로 나아가 식물 그 자체로의 꽃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 라는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의 말도 있듯, 꽃의 생명력은 그리 길지 않다. 만개한 꽃들은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아름다움의 정점을 찍고 난 후의 꽃의 다음 단계는 시들어 버리는 일 뿐이다. 이는 길지 않은 현재를 치열하게, 어쩌면 허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도 닮아있다. 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작품 속에서의 꽃은 죽음, 허무함으로부터 이들을 순간이 아닌 끝없는 생명력을 가진 존재들로 재탄생시킨다. 작가는 이들이 가진 본연의 모습만이 아니라, 어딘가에 또 다른 우리가 존재 할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고 다르게 존재할 수 있는 어떠한 그들까지도 함께 묶어 화면 안에 가득 풀어 놓는다.
검은 배경과 안정적인 구도, 세밀한 표현, 모든 것 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세트를 연상시킨다. 배경은 무시되며 오직 가운데 자리 잡은 꽃다발에만 시선이 집중된다. 엄 해조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고전주의 시대의 정물화를 보는 듯 하다. 고전주의 작품들은 안정된 구도 속에서 이미 정해진 질서의 편안함, 아늑함을 표현한다. 마치 종교에서 말하는 신의 품 안처럼. 모든 것은 조화롭고 행복해 보인다. 작품 안에는 과분해 보일 정도로 커다란 꽃다발이 있다. 화려한 꽃다발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색감과 질감이 섞인 바다 생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꽃다발 시리즈]는 실제생물체와 조형물을 한 화분 안에 넣은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꽃다발로 표현된 생생한 생물들은 시간이 지나면 썩어 없어지고, 조형물만 남게 된다. 곧 썩어 없어져 빈 공간을 남기는 생물들을 통해 ‘인생무상’을 느끼게 된다. 생물들은 사라지고 남아 있는 건 조형물 뿐 이다. 조형물은 실제와 닮았지만 실제로는 살아있지 않았다. 살아 있는 것들이 없어지고 난 후 가상(조형물)의 것들만 남게 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현대 사회 속의 'Memento mory'(죽음의 상징-죽음을 상기시키는 · 경고하는 사물이나 상징)개념을 제시한다.
삼청갤러리 큐레이터 이예슬
1976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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