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연, 김은주 2인展: eye-opening
2017.11.16 ▶ 2017.12.28
2017.11.16 ▶ 2017.12.28
구성연
sugar_2-1 2017, lightjet c-print, 120x150cm
김은주
바람 2017, 종이에 연필, 190x140cm
구성연
sugar_2-2 2017, lightjet c-print, 120x130cm
김은주
가만히 꽃을 그려보다 2017, 종이에 연필, 103.5x83.5cm
구성연
sugar_2-4 2017, lightjet c-print, 60x150cm
김은주
가만히 꽃을 그려보다 2017, 종이에 연필, 78.5x58cm
구성연
sugar_2-5 2017, lightjet c-print, 60x150cm
김은주
가만히 꽃을 그려보다 2017, 종이에 연필, 36.5x22cm
«EYE-OPENING»은 "세계에서 미술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라는 고민으로 시작되었다. 누군가의 텍스트를 읽거나 누군가의 설명으로서 이해되는 오늘의 미술에서 우리는 여전히 감동 받는다고 할 수 있을까? 혹은 오늘의 미술에서는 더 이상 경이로운 시각 경험이 무의미한걸까?
언젠가 빙산(iceberg)의 진짜 색을 담았다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대개 일상에 접하는 얼음(ice-cube)은 공기와 함께 얼려져 무색에 가까울 만큼 투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압력이 가득한 상태에서 얼려지는 빙산은 아주 영롱한 파란 빛깔들로 보여진다. Blue, Cobalt, Lapis, Azure, Admiral, Sky, Carolina Blue, Baby Blue, Oxford Blue, Prussian Blue, Navy, Midnight Blue, Berry, Denim, Cornflower, Royal Blue, Cerulean, Sapphire, Teal, Ocean, Aegean, Spruce. 파란색 계열의 수많은 색채명(color name)으로 그 빛깔들을 완전히 묘사할 수 없을 것이다. 투명하고 맑은 바다빛에서 심해 깊은 어두운 바다빛에 이르는 스펙트럼을 상상해야만 한다.
한편으로 단단하면서 연약한 빙산은 예측 할 수 없는 시간(성)을 은유한다. 빙산의 시작은 너무나 먼 과거에 위치한다. 그것의 형성 과정은 역사적인 시간에서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빙산은 지나온 시간 만큼이나 다가올 미래의 시간도 간직하고 있다. 영원할 것 같지만, 빙산도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바닷물로 되돌아갈 것이다.
오늘의 세계는 빛과 어둠, 아름다움과 이상함,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 등과 같이 이분법에 '정박'하지 않는다. 빛은 어둠을 향해가고, 어둠은 빛을 잠식해간다. 아름다움에 이상함이 잠재되어 있고, 이상함 안에 아름다움이 은폐되어 있다. 아폴론의 디오니소스화, 디오니소스의 아폴론화와 같은 전복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발견해 왔다. 이것은 새벽처럼 중간에 놓인 시간을 뜻하지 않는다.
구성연은 검은 화면에 설탕을 녹여 만든 황금빛 장신구를, 김은주는 흰 화면에 검은 연필로 바람과 꽃의 형상들을 새겨 넣는다. 구성연의 화려한 장신구들는 어둠 속에서 빛으로 점멸한다. 한편 김은주의 반짝이는 꽃잎들은 빛 속에서 어둠으로 점멸한다. 이렇게 '점멸하는 것(들)'은 어느 것보다 컴컴하면서 밝다. 단단하고 연약한 대상은 "어둠은 어둠만이 아닌 색깔들"(<모르는 사람 모르게>, 이제니)이 된다.
«EYE-OPENING»은 글자 그대로 우리의 눈을 뜨게 하는 전시이며, 사전적 의미처럼 괄목할 만한 것들을 살펴본다. 환상처럼 쉽게 사라지고 마는 놀라움을 넘어서서 우리 삶에서 경이의 순간들을 지속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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