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재
SADARI004 2015, 사진, 잉크젯 프린트, 180cm x 148cm
조경재
계단02 2015, 사진, 잉크젯 프린트, 170cm x 140cm
조경재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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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매체에서 출발한 조경재는 현재 그 프레임을 넘어 다양한 매체를 시도하고 있다. 처음에는 몸보다 머리로 내용을 생각하는 것에 머물다가 2012년부터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일상으로부터 버려진 바깥세상의 온갖 잡동사니들을 들여다보고 ‘무의미한 것’에 관한 설치를 콜라주 형식의 사진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는 역으로 사진에서 설치로 확장하면서, 각각의 장르 안에서 인식되는 시지각적 요소들을 조작하거나 연결하고, 조합하거나 해체하여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서로 다른 표현방식으로 공간 안에 중첩된 상황을 연출해왔다.
<부서진 모서리>는 이것의 연장선에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1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에서 국내의 도시환경구조와 맞닥뜨린다. 그 순간 그는 낯설면서도 생생한 충격으로 새로운 공간 구조를 정면으로 대면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시각화하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계획적이고 규칙적이며 평평한 구조를 지닌 독일의 도시와 달리, 한국은 유동적이며 빠르게 변화하는 동시에 계획 없이 세워진 건축물이나 불규칙하게 꺾인 골목길, 무수히 겹쳐진 도시의 구조를 지녔다. 그 안에서 작가는 서로 간의 대비를 인식하게 된다.
작가는 이렇게 불안하고 긴장된 상황을 무겁고 강하지만, 가변적이고 즉흥적인 감각과 어조로 표현하려고 했고, 이를 위해 벽돌과 나무, 쇠파이프를 활용하여 표면과 공간을 교차하면서 직사각형의 사루비아 공간을 비정형의 형태로 새롭게 변환시킨다. 점, 선, 면의 순수한 조형요소들의 결합에 기초하여 제작된 결과물은 장소 속에 공간으로서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시점을 공유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보는 이는 실재와 가상, 물질과 환영, 추상과 구상, 사진과 설치의 경계 안에 존재한다. 이러한 가상공간은 보는 시점에 따라 사물 풍경, 벽 풍경, 사람 풍경, 공간 풍경으로 내비쳐지며 멈칫 서 있으면 기념사진, 움직이면 동영상으로 착각할 만큼 그 연출에 따라 관객의 인식을 박제한다.
조경재는 무모하리만큼 이 공간에 도전장을 던지고 결과적으로 전체를 하나의 환영체로 만들어냈다. 아무것도 없던 하얀 백지와 같은 공백을 상상하면, 작가는 지극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노동의 대가를 치르고, 순간의 재치를 발휘하면서 주체적인 자각과 반동으로 추상적이고 메타적인 현상을 구현해낸 것이다. 한국의 도시 공간을 거닐며 매순간 체험했던 작가 내면의 불안과 긴장감은 독일에서의 치열했고 드라마틱한 삶을 관통하듯 우리의 시선을 확장한다. 이것은 내밀한 세계로 향하는 작가적인 본성과 조형을 향한 초월적인 힘으로 욕망의 보편성을 획득하기에 가능해진다.
이관훈|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1979년 경남 진해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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