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혜
Sequence No.05, No.06, No.07 (Left to Right) Digital Collage, 90×70cm each, 2017
노기훈
온수–오류동 폴라로이드 Pigment Print, 100×125cm, 2013
이채영
오후 2시 한지에 먹, 97×130cm, 2012
전병구
Drive–in Theater oil on canvas, 53×72.7cm, 2016
우리는 매일 감각을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인지한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을지라도 여러 감각의 과정은 수없이 반복되어 행해지고 나의 기억을 통해 쌓여간다. 감각의 통로를 통해 얻어지는 기억은 시간이라는 흐름을 지나 뚜렷하게 혹은 흐릿하게 축적된다. 동일한 하나의 대상과 장면을 마주하더라도 이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우린 저마다 다른 기억을 지니게 된다.
이렇게 그 당시의 순간은 개인의 머릿속 한편에 자리 잡고, 이후 수많은 재생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남는다. 우리는 그 시간과 느낌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애쓰며, 반복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본인만의 기억을 생성하고 저장하는 방식을 터득한다. 작가들은 과거의 감각을 다시금 되짚어보며 기억을 시각화하는 방법을 매번 연구하여 이러한 새로운 기억을 관람객과 공유한다.
본 전시는 작가들이 과거에 마주한 경험의 기억을 현재의 새로운 과정을 통해 감각의 대상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여러 감각을 지속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대상에 집중하고, 당시의 시공간과의 거리를 좁히는 시도를 계속한다. 때로는 뚜렷하게 떠올리기 힘든 장면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한다. 작가마다 대상을 마주하는 방식에서의 차이를 보이며 이를 직간접적인 표현의 간극에서 움직이며 고민한다. 계속적으로 머릿속에 축적되어가는 다양한 기억들 가운데 새로운 하나의 기억의 장면으로 남을 작품은, 관람객에게 또 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
강은혜는 여러 감각을 통해 공간에 대해 인지하고 집중하며, 이를 창조적으로 표현한다. 공간으로부터 받은 느낌을 단순화 시키고 이를 공간과 가장 밀접하다고 할 수 있는 선으로 나타낸다. 하나의 공간에 대한 여러 감각들을 기하학적 요소인 선을 통해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표현하고 설치, 드로잉, 콜라주 등 다양한 형식으로 연구한다. 작가에게 선을 그리는 과정은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이자 그 기억을 기록하는 일종의 수행과도 같은 명상의 시간이다.
노기훈은 장소 특정성을 지니고 있는 인천을 시작으로 『1호선』 프로젝트를 통해 경인선을 다니며 직접 몸으로 부딪혀 사진으로 기록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그 장소와 관계를 맺으며 만난 사람들과 사물 등 일상의 순간에 집중하고 이를 포착한다. 작품의 제목은 특정 장소를 지칭하고 있지만 작품 안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우며, 작가만의 주관적인 관계맺음을 통해 얻은 그 장소의 단편적 기억으로 보여진다.
이채영 너무나도 평범하고 익숙한 일상의 장소는 우리의 기억 속에 새로운 감각의 대상으로 자리 잡기보다는 스쳐지나가는 무의미한 대상으로 인지되기 쉽다. 이러한 장소들은 기억에서 잊혀져버린 혹은 처음부터 우리의 감각으로부터 소외되어 인식되지 않은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 풍경은 시간이 멈춘 듯 언제나 그 자리에 존재해왔고, 작가는 명명할 수 없는 이 장소를 마주하며 이 과정에서 감각의 순간을 발견한다. 그 풍경을 감각하는 태도는 작품을 통해 찰나의 순간으로 보여진다.
전병구는 본인이 직접 찍거나 관심 있는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작품으로 표현한다. 직접적으로 마주한 순간이기도 하며 타인 혹은 TV, SNS 등 다른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수많은 이미지 안에서 감각적으로 선별한다.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생성된 경험은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보여지기보다는 다소 거리감 있는 방식으로 표현되며 상상의 여지를 남겨둔다. 작은 화면 속에 담긴 대상은 작가의 감각을 시각화한 동시에 작가 본인을 투영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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