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심훈 사진전, 한국의 정자
2018.01.16 ▶ 2018.01.28
2018.01.16 ▶ 2018.01.28
김심훈
영주 금성정 20*24inch. 2016
김심훈
고성 천학정 20*24inch. 2015
김심훈
광주 풍암정 20*24inch. 2015
김심훈
상주 무주정 20*24inch. 2014
김심훈
안동 체화정 20*24inch. 2015
김심훈
천안 노은정 20*24inch. 2014
김심훈
광주 풍암정
김심훈
보길도 세연정
김심훈
상주 금란정
김심훈
안동 고산정
김심훈
안동 만휴정_1
김심훈
영월 빙허루
나에게 길을 묻다. 한국의 정자 2
나의 길, 그리고 새로운 길. 한국의 정자 2
김심훈 작가는 말 수가 적은 사람이다. 말하기 보다는 듣는 편이다. 말 수를 줄이고 목소리를 낮춰야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리는 이치를 아는 사람이다. 이런 모습은 인간관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진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다르지 않다. 무엇을 찍겠다고 말하기 보다는 찍어 와서 사진부터 보여주는 사람이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이번엔 누정(樓亭: 누각과 정자)을 소재로 두 번째 전시회를 갖는다. 첫 번째 전시는 풍경 속 신비한 분위기와 정취가 느껴지는 사진전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옛 님과의 만남을 표현하고 있다. 건축조형물로서의 누정이 아니라 오랜 시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옛 사람과의 대화가 느껴지는 사진이다. 김심훈 작가의 작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 볼 의미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작가의 내재적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사진 속에 나타난다. 유행에 쉽게 따르지 않는 고집이다. 편리한 디지털사진을 버리고 복잡하고 더딘 것 같은 아날로그 대형 흑백 필름의 작업을 선택했다. 작가는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한다.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하다. 작가는 내적 능력을 발휘하여 도전할 만한 가치를 찾아 나선 용기 있는 사람이다. 누각과 정자에 대한 작가의 흥(興)이 사진 안에 느껴진다.
두 번째는 대상에 맞서거나 반대하는 반항심이다. 누정은 권력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자연의 정취를 즐기거나 시를 짓고 잔치를 여는 공간이다. 누정을 짓는 장소 또한 더할 나위가 없다. 누정은 풍경을 만드는 시작이고 끝이다. 요즈음 사람들이 말하는 해안가의 좋은 자리는 군 경비 초소가 다 차지하고 산 속 명당자리는 절이 차지한다고 하는 것처럼 그야말로 감탄스러운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사진 속 정자의 풍경은 유유자작하고 고즈넉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들만의 공간에서 함께 할 수 없어 바라보고 있었을 시린 가슴을 가진 민초들의 도란도란한 삶의 노고도 잊지 않으려는 작가의 내적 반항심이 사진 곳 곳 에서 풍기고 느껴진다.
세 번째는 사진에 대한 작가의 인내심이다. 만족하지 못하면 될 때까지 찾고 찾아서 기어이 끝을 내는 끈기에 따른 인내심이다. 봄 날 찾아보았던 누정을 겨울에 다시 찾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를 바꿔가면서 다시 찾는다. 쇳덩이도 중단 없이 갈면 언젠가는 바늘이 되지 않겠냐는 이백의 고사를 거울삼아 마음의 칼을 갈고 있다. 암실 작업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의 인내심에 사진을 감상하는 우리는 더욱 행복해진다.
사진은 삼차원의 공간을 이차원의 평면으로 옮긴 대표적인 조형 매체 예술이다. 얇은 종이위에 새겨지지만 결코 얇지 않은 무한한 공간감을 표현할 수 있으며, 짧은 순간의 기록이지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담고 있다. “글을 쓸 줄 안다고 모두가 시인이 될 수 없듯이 사진을 찍는다고 모든 사진이 다 감동을 줄 수는 없다.
김심훈 작가의 “정자와 누각”은 “오래된 미래”이기에 옛 것에 대한 존재(存在)를 통하여 지속가능한 미래의 대안이 실은 오래전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하는 사진전이다. 이번 사진전을 통해서 작가 자신에게는 변하지 아니하는 본디의 참모습을 깨닫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작가의 사진을 대하는 관람객에게는 평범(平凡)속에 비범(非凡)이 있고, 비범(非凡) 속에 진리(眞理)가 있음을 생각해 볼 기회이다.
김심훈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 2017. 12. 09. 여주대학교 이태한
고된 일상 속에서도 나를 더 용기 있게 한 것은 누각이나 정자를 찾아 떠나는 촬영이다. 대형카메라와 암실 작업의 고단함도 모두 잊게 만든다. 이런 열정으로 10여 년간 전국의 정자와 누각을 찾아 다녔다. 사진이 하나 씩 모여질수록 더욱 용기가 백배했다. 그러나 용기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았다.
비슷한 풍경과 그 풍경을 닮은 반복된 사진에 대한 회의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 때 주변의 지인이 개인전으로 돌파구를 찾아보라고 했다. 역발상의 도전이었다. 당시 개인전을 연 이유는 사진에 대한 충만함보다는 오히려 결승점을 잃은 경주마처럼 똑같은 트랙을 반복하고 있는 내 사진 작업에 대한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한 힘든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 전과 다르다. 어느 야구 선수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벗어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야구를 잠깐 쉬는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욱 열심히 연습에 몰입하는 것이라는 말을 거울삼아서 더욱 촬영에 몰입했다.
정자와 누각에 대한 관련 자료와 서적 그리고 사진 찾아보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찍히는 것이 사진이라고 했던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금강산의 이름이 계절마다 다르게 불리는 이유가 있듯이 누정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알았다. 촬영 전에 반드시 세 가지는 지키려고 노력한다. 우선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의 공간에서 벗어나 당시의 시간과 공간으로 몸과 마음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면 그 당시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비로소 촬영의 준비가 된 것이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필름에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열쇠가 남겨진다. 난 늘 이 생각을 잊지 않고 촬영한다.
1959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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