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과 허상'2018년 상반기 기획공모전_젠박 ‘LEGOSCAPE’展
2018.01.03 ▶ 2018.01.09
2018.01.03 ▶ 2018.01.09
젠박
legoscape (-ing) 162 x 390cm, oil on canvas, 2017
젠박
legoscape acrylic on canvas, 45x45cm, 2017
젠박
legoscape acrylic on canvas, 45x45cm, 2017
젠박
legoscape acrylic on canvas, 45x45cm, 2017
젠박
legoscape acrylic on canvas, 45x45cm, 2017
젠박
legoscape acrylic on canvas, 194x130cm, 2017
젠박
legoscape acrylic on canvas, 194x130cm, 2017
젠박
legoscape acrylic on canvas, 162x227cm, 2017
주어진 공간 너머의 새로운 공간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는 순간부터 시공간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모든 일은 관점의 차이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무엇인가에 한정된다는 것은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 내게 주어진 시간 등 매순간 우리는 한정된 무언가에 지배당한 채 살아감으로 인해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물리적인 제약에서 벗어나고자 예술은 늘 이상세계를 갈망하는 지도 모른다. 젠박은 주어진 공간을 넘어서 새로운 공간을 꿈꾸는 우리의 바람을 충족시켜주는 소재로써 어떤 형태로든지 끊임없이 쌓아 올릴 수 있는 레고라는 조립식 완구를 선택한다. 이를 통해 한정된 화면에 작가의 시각으로 주변을 탐구하고 모두가 꿈꾸는 현실보다 더 나은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축해나간다.
작가는 불안정한 우리의 삶과는 대조적으로 보편적인 규칙을 가지고 질서정연하게 쌓여있는 레고에 무의식적으로 이끌리게 된다. 캔버스라는 한정된 화면은 그 자체로 우리의 현실을 고스란히 대변해주는데, 작가는 그 안에 각양각색의 레고를 수직적으로 쌓아 올린 반복적인 형태를 표현함으로써 현실에서 벗어난 새로운 공간을 구축해나간다. 특히 의도적으로 기존의 레고가 가진 규격과 규칙을 무시하고 불안정하게 쌓아올린 형태를 표현하는데 이는 결국 어떠한 세계도 완벽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기인한다. 작가가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구축하고 표현해낸 캔버스 안에 가시화된 세계 역시 완벽한 공간으로써 우리 곁에 존재할 수 없기에 지금의 현실을 대변하듯 불안정하게 쌓여있는 레고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이상적인 균형을 찾고자 노력한다.
레고가 쌓여진 일부분의 모습이 확대된 화면은 한 눈에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화면을 분할하고 구성한 평면작업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높은 빌딩과도 같은 구조와 무한한 공간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는 보는 이에게 공간의 특성을 보다 복합적이고 예민하게 경험하게 해준다. 화면 저 너머에 있는 공간을 상상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일시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 넓은 세계를 갈망할 것임을 작가는 알고 있으며 이는 작업의 근간이 된다. 또한 단순한 면으로 추상화된 화면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강조되는 색채는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는 중요한 조형요소로 작용한다. 화면에 사용된 다양한 색들은 우리가 상호작용하면서 현실을 살아가듯이 그 안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어 나가기도 하고 상충되기도 하며 시각적인 흥미를 더한다. 이처럼 레고가 가진 화려한 색상과 작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불안정한 쌓기는 화면을 복잡한 구조로 보이게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찾을 수 있다.
젠박에게 레고는 한정된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 도달하고픈 욕망을 표출하게 해주는 소재이다. 작가만의 방식으로 결합된 레고의 형태들은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꿈꾸는 작가가 남긴 사유의 흔적이다. 이처럼 무언가를 쌓는다는 반복적인 행위는 자신 앞에 놓인 시공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해소함과 동시에 무한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보는 이의 주관적인 해석에 따라 눈앞에 불규칙적으로 배열된 레고가 보여주는 예술적 상상의 세계는 얼마든지 변화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의 욕망이 투영된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는 것과 더불어 자신이 평소에 꿈꾸던 일탈의 세계를 캔버스 화면 너머로 쌓아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정윤
우리 모두에게 시간과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장소, 내가 채워 나가야할 캔버스 그리고 정해진 공간들 안에서의 삶, 한정된 시간. 이 모든 것 안에서 나는 안정을 찾고 싶다. 그래서 나는 질서가 정립되어있는 레고에게 끌렸다. 내 작품은 레고로 출발하지만 레고의 모습을 띄고 있지는 않다. 형태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질서가 생기는 레고 속에서 나는 한정된 공간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욕망을 투영해본다. Legoscape (-ing)는 이러한 나의 욕망을 잘 표현하는 단어다. 새로운 빌딩들이 올라가는 것처럼, 그리고 헌 빌딩을 무너트리는 것처럼 나는 나만의 도시를 캔버스 안에서 적립한다. 캔버스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색들이 상호작용하는 것이 우리의 세상과 같다.
내 작품 속에서 어느 색들은 조화롭고 어느 색들은 어우러지지 못한다. 완벽한 선이나 완벽한 색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것을 완성되지 못한 유토피아라고도 부르고 싶다. 이 유토피아에 나는 균형을 찾아내기 위해서 레고를 불안정하게 쌓아올리는 작업을 한다. 누구나 일상 속 탈출을 꿈꾼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레고를 통해서 현실도피를 하고 싶다는 시도를 해본다. 매일 보는 도시와는 또 다른 세상을 나는 기대한다. ■ 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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