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e Meets Nature, Art Meets Art - 숲의 사색 The Musing Forest
2017.12.22 ▶ 2018.01.28
2017.12.22 ▶ 2018.01.28
채림
숲 La Foret, 2014, 목판에 자개, 실버 925, 천연 옻칠, 180x60cm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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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Pine Tree 2015, 자개, 실버 925, 천연 옻칠 Mother-of-pearl, silver 925, natural lacquer, 122x150x3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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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을 거닐며 Walking in the forest 2014-2017, 목판에 자개, 실버 925, 천연 옻칠 Mother-of-pearl, silver 925, natural lacquer on 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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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Peach Flower Apricot Flower and Baby Azalea, 2015-2017, 목판에 자개, 실버 925, 천연 옻칠, 40x60cmx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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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에 At Sunrise 2017, 목판에 자개, 22K 금도금 실버, 천연 옻칠, Mother-of-pearl, 22K gold-plated silver, natural lacquer on wood, 65x280cmx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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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바람의 노래 Song of the Wind in the Forest 2016, 목판에 자개, 22K 금도금 실버, 실버 925, 천연 옻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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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버드나무 Dancing willows 2017, 목판에 자개, 22K 금도금 실버, 천연 옻칠, 122x16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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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바람 소리 Whispers of Bamboo 2017, 목판에 자개, 실버 925, 천연 옻칠 Mother-of-pearl, silver 925, natural lacquer on wood, 122x16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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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속삭임 Whispers of Trees 2017, 목판에 자개, 실버 925, 천연 옻칠 Mother-of-pearl, silver 925, natural lacquer on wood, 122x16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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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고요한 Calm and Serene 2017, 목판에 천연 옻칠 Natural lacquer on wood, 45×90c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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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고요한 Calm and Serene 2017, 목판에 천연 옻칠 Natural lacquer on wood, 45×90c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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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속에서 In the Fragrance of the Forest 2017, 목판에 천연 옻칠 Natural lacquer on wood, 45x90c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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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향기 속에서 In the Fragrance of the Forest 2017, 목판에 천연 옻칠 Natural lacquer on wood, 45x90c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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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울림 Resonance of Silence 2017, 목판에 천연 옻칠 Natural lacquer on wood, 45x9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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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바다 그리고 시 Sky, Sea and Poems 2017, 목판에 젬스톤, 실버 925, 천연 옻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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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안개 Blue Fog 2017, 목판에 젬스톤, 실버 925, 천연 옻칠, 122x16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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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Awaiting 2017, 목판에 자개, 실버925, 천연 옻칠 Mother-of-pearl, silver 925, natural lacquer on wood, 60x40cm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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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Awaiting 2017, 목판에 자개, 실버925, 천연 옻칠 Mother-of-pearl, silver 925, natural lacquer on wood, 60x40cm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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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Awaiting 2017, 목판에 자개, 실버925, 천연 옻칠 Mother-of-pearl, silver 925, natural lacquer on wood, 60x40cm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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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Awaiting 2017, 목판에 자개, 실버925, 천연 옻칠 Mother-of-pearl, silver 925, natural lacquer on wood, 60x40cm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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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When Winter Ends, When Spring Comes 2017, 목판에 진주, 자개, 실버 925, 천연 옻칠, 170x24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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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When Winter Ends, When Spring Comes 2017, 목판에 진주, 자개, 실버 925, 천연 옻칠, 170x24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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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나 Prana 2017, 목판에 자개, 실버 925, 24k 금박, 천연 옻칠, 32x59cm, 72x48cm, 90x45cm, 60x4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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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 Spring In My Hometown
채림
고향의 봄 Spring In My Home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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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 Spring In My Hometown
채림
고향의 봄 Spring In My Hometown
채림, 숲의 사색
채림은 자연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다. 작품에는 짙은 녹음의 숲과 조용한 연못이 있고, 어스름한 저녁 풍경이 등장한다. 수줍은 듯 살짝 고개를 내민 야생화들도 볼 수 있다. 들꽃과의 눈인사, 입맞춤에 이어 숲과의 속살거림이 화면을 채운다. 작가는 초목과 짐승들을 감동시킨 오르페우스(Orpheus)처럼 자연의 노래를 연주하며 그의 벗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작가가 작품의 주된 모티브로 삼고 있는 것은 숲과 나무와 같은 자연이다. 붓과 물감 대신에 옻칠과 자개, 순은을 사용하여 이색적인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평소 숲과 나무를 좋아하는 작가는 모네(Claude Monet)의 지베르니 정원을 방문하면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모네가 설계하고 가꾼 이 정원은 불후의 명작 <수련>의 장소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을 보면 꽃과 열매를 비롯하여 호젓한 숲 속의 분위기를 차분히 실어내고 있다. 자연을 주제로 한 서양의 회화가 ‘대상지시적’이거나 ‘자아투사적’이라면, 그의 작품은 ‘자연의 관조’에서 오는 ‘맑은 기운’을 오롯이 살려냈다는 점에서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숲 속을 거닐며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진 부분은 식물성 이미지이다. 화면 곳곳에 덩굴인지 나뭇잎인지, 또는 나뭇가지인지 뚜렷하지 않은 선들이 서로 교차하고 엉키고 겹치며 미끄러지는 등 여러 표정을 짓는다. 화면을 부유하는 생태 이미지들은 화면을 장식하며 덩굴처럼 주위로 퍼져가는 확장성을 띤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것에서 출발하였지만 점차 반경을 넓혀가며 급기야 거대한 흐름으로 바뀐다.
신비로운 숲의 모습을 담은 <숲 속을 거닐며>(Walking in the Forest, 2014-2017)는 이런 확장성을 잘 보여주는데 처음 7개 피스로 시작하였던 것이 9개 피스로, 13개 피스로 늘어나, 이번 학고재 갤러리에서 갖는 개인전에는 17개 피스로 대폭 늘어났다. 이것들을 모두 펼쳐놓으면 인적이 끊긴, 깊은 숲 속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결, 짙은 숲의 향기, 쓸쓸하고 고적한 기운, 청량한 공기가 보는 사람을 다독거린다.
그런데 우리는 그의 작품이 물감 튜브에 의한 것이 아닌, 전통 공예기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작가는 수 십 번의 거듭된 옻칠로 정지작업을 한 다음 순은으로 나무껍질의 텍스추어를 만들어 운치 있는 숲의 이미지를 형상화하였다.
굳이 유채라는 재료를 피하고 옻칠을 사용한 데에는 그가 보석디자인을 전공하였다는 배경도 작용했지만 유채에서 느낄 수 없는 특성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고집이 반영된 탓이 크다. 실제로 옻칠화의 작업과정은 40여 회의 반복적인 과정을 거치는 등 고난도의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작가는 기존의 어느 매체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고유의 색감과 광택, 질감까지 갖춘 효과를 얻어낸다. 이 작업은 끈적끈적한 점성과 온도의 예민함과 같은 재료의 속성상 이것을 다룰 때는 고도의 테크닉이 요구된다. 이런 까다로운 특성이 오히려 작가의 열정을 살려내고 있지 않나 싶다. 수고로운 과정을 거쳐 나온 표면은 특유의 광택과 우아한 빛깔로 자연이 부여하는 아름다움을 발휘하게 된다. 게다가 작가는 옻칠과 자개라는 전통적인 소재에 수묵화에서나 볼 수 있는 여백, 절제미를 가미해 품격을 더해주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우리는 자연의 관조와 사색을 느끼게 된다. 우울한 소식이 그칠 날이 없는 이 세상에 들려줄 노래가 있으며, 이를 통해 세상을 달리 볼 수 있게 해주는 것만큼 뜻깊은 일이 어디 있으랴.
고요함의 자리
그의 작품들은 감상자에게 사색의 자리에 초대하고 있다. 식물 이외에 특별한 이미지들을 기용하지 않으며 모티브가 강조되도록 하고 있다. 즉 표현이 억제되어 있는 것 같으나 이로써 ‘고요함’을 통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학고재 갤러리의 개인전에 전시되는 <숲 속 바람의 노래>(Song of the Wind in the Forest, 2016-2017), <고향의 봄>(Spring in My Hometown, 2017), <복숭아, 살구꽃, 아기 진달래>(Peach Flower, Apricot Flower and Baby Azalea, 2015-2017), <소나무>(Pine Tree, 2015), <춤추는 버드나무>(Dancing Willows, 2017) 등이 대부분 그런 특성을 지닌다. 『채근담』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바람과 꽃의 산뜻함과 아름다움은 오직 조용함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그 주인이 된다고 했듯이, 채림의 작품이 정한(靜閑)의 특성을 갖는 것은 바람이 자고 숲의 물결이 잔잔한 가운데서 인생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이 간직한 한가롭고 명상적인 세계는 우리를 고즈넉한 세계로 안내해준다.
확실히 ‘고요함’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현대문명의 편리함을 이용하는 대가로 끊임없는 소리와 소음을 받아들인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인간 내부에 침묵의 자리가 없다면 언어는 진실과 미에서 분리된 불완전한 것이 되리라’(Max Picard)는 사실에 동의하게 된다.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은 침묵의 회복력은 개인에게만 영향을 주는 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소통의 부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소음이 들끓고 속도가 종횡무진 폭주하는 시대에 채림 작가가 그런 문제를 주제화한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근래 작가는 국내에서의 전시뿐만 아니라 뉴저지 프린스턴 갤러리, 파리 BDMC 갤러리, 뉴욕 에이블 파인아트 갤러리 개인전을 소화해냈는가 하면 뉴욕 아트 엑스포에서 ‘솔로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활동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에는 사치갤러리가 주관하는 ‘스타트 아트페어’에 선정되어 발표의 기회를 갖기도 했다. 이처럼 작가가 여러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우리나라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공예기법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훌륭한 미술작품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의 식물성 이미지를 보고 있자면 일상의 찌듦과 분주함의 자리에 어느새 서정의 자락이 내려앉은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의 작품은 나무숲 사이를 걷다가 한적한 곳에 핀 꽃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처럼 자연과의 조우, 생명과의 조우를 수반하고 있다. 이런 만남은 보는 사람에게 예기치 못했던 ‘한 다발의 설렘과 기쁨’을 선사해주리라 생각된다.
서성록(안동대 교수, 미술평론가)
1963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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