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중
존재내세계(存在內世界,Natural Being)16-18 162x130cm, Oil on Canvas, 2016
김근중
꽃,이전(花,以前. Before-Flower)16-20 50x100cm, Oil on Canvas, 2016
김근중
Natural Being(꽃세상,原本自然圖)9-14 162x130cm(100호), Acrylic on Canvas, 2009
김근중
Natural Being(꽃세상.原本自然圖)8-31 161.7x130.4cm, Acrylic on Canvas, 2008
김근중
Natural Being(꽃세상.原本自然圖)8-1 120x40cm(약 50호), Acrylic on Canvas, 2008
김근중
Natural Being(꽃세상,原本自然圖)12-4 94x63cm, 장지위에 수묵채색, 2012
김근중
Natural Being(꽃세상,原本自然圖) 30x97cm, Acrylic on Canvas, .2005
김근중
Natural Being(꽃세상,原本自然圖)11-23 116.5x91cm(50호), Acrylic o n Canvas, 2011
김근중
Natural Being(꽃세상,原本自然圖)9-22 162x130cm, Acrylic on Canvas, 2009
김근중
꽃,이전(Before-Flower 162x130cm, Acrylic, Oil on canvas, 2017
김근중
Being(꽃세상,原本自然圖)11-24 116.5x91cm(50호), Acrylic on Canvas, 2011
궁극의 생명력 너머
창작의 주체가 지니고 있는 미(美)에 대한 관념과 창작물의 향수자가 느끼는 아름다움에 대한 관념은 자못 다르다. 외부세계를 이차적으로 잘 가공해내는 것을 예술가의 가장 큰 덕목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간과하는 부분, 즉 창작은 그 주체의 삶이며 창작이라는 지난한 과정에서 주어지는 사유와 무수한 인식의 결과들이 일종의 표현 행위와 방식을 통해서 집약되어 드러남을 대부분은 인지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예술가는 진심을 담아 위의 과정을 오롯이 작품 안에 드러냄으로써 살아감의 아름다움을 찾고,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대와 더불어 내적 교감을 불러일으킴으로 진정한 예술의 역할과 의미를 구축해나가는 게 아닐까 싶다.
롯데갤러리는 생명이 다시 움트는 새봄을 맞아, 여전히 그러한 과정 중에 있는 한 작가를 초대한다. ‘모란 작가’로 알려진 김근중 화백이 주인공으로 본 초대전은 그 화업의 여정을 짤막하게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근중의 화업은 1990년대, 고구려 벽화와 둔황벽화를 모티브로 한 벽화작업으로 시작되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벽화의 형상을 배제한 미니멀 작업에 집중하며 보다 물질성에 천착하는데, 이후 2005년부터 전통 화조화와 민화에 영향을 받은 재현작업으로 재 변화를 도모하며 다시 형상을 찾게 된다. 이 시기부터 볼 수 있는 작품이 모란 그림이다. 작가는 2012년부터 다시 탈 형상을 지향하며 현재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본 전시에서는 작업 주제를 심화시켜나갔던 모란 시리즈부터 근작의 비구상 작업까지를 소개한다.
소위 작품에는 내용과 형식이 있다. 창작자는 각기 그 내용에 걸맞은 형식을 찾아가게 되는데, 김근중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다시 구상에서 추상을 반복하며 물고 물리는 내용적 흐름을 유지해 왔다. 그가 주요 화제로 삼고 있는 ‘Natural Being(原本自然圖)’에서도 알 수 있듯 김근중의 작가적 태도는 존재 자체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이다. 이 문제제기는 동양정신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구체화된다. 화폭 속 형형색색의 모란은 단순히 전통회화에서 모란이 뜻하는 부귀의 의미도, 꽃의 화려함을 찬미하기 위한 장식적 성향의 결과물도 아니다. 꽃이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한 생성과 소멸의 이치,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현존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김근중은 “꽃이란 피고 지는 과정상의 형상들을 통칭해서 꽃이라고 부를 뿐이다. 원래 공(空)한 것이 인연작용에 따라 시각적인 착시를 유발해 각양각색(色)의 꽃으로 보이는 것일 뿐이다.(…) 아름다움이란 대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분별이 사라진 그 자체인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본 전시의 부제 화원(花園)은 작가가 언급하는 ‘꽃세상’처럼 희로애락, 욕망, 번뇌, 희망 등이 공존하는 세상을 의미하며, ‘피고 지다’는 그 안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는 존재들, 혹은 그 자체를 뜻한다. 자유분방한 민화의 정신처럼 김근중의 화면 속 가득 찬 꽃은 점차 모란이라는 구체성을 벗어나지만 이미 우리의 의식 속 꽃이 함축한 생명력에 대한 관념, 또한 외려 형용할만한 생의 에너지를 전달한다. 그가 규정하는 ‘꽃세상’에서 ‘꽃, 이후’로의 이러한 의식의 향연은 마치 선연한 꽃무릇을 보며 느끼는 시각적, 심리적 충만함과 유사하다. 달리 보면, 이는 꽃이라는 형상성이 안고 가는 장점이자 궁극의 난점이다. 근작의 ‘꽃, 이전’ 연작은 그 난점을 풀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혀진다. 꽃세상에서 볼 수 있는 현존성, 그러한 현존성이 보다 의식적으로 정형화되고 극대화 된 것이 ‘꽃, 이후’라면 ‘꽃, 이전’은 우리가 채 가시화시킬 수 없는 내재적 세계, 혹은 근원성에 대한 천착이다. 종전의 구체성은 허물어졌지만 그 구체화된 형상의 세포 깊숙이 자리한 듯한 원시적인 기운의 색면과 원색의 흐드러진 운율에서 생동하는 생명력을 엿볼 수 있다. 설명적인 요소를 걷어냈지만 도리어 체감의 영역은 확대된 것이다.
아름다움에 관한, 더불어 삶에 관한 전형적인 정답은 없다 한다. 그러나 흔히 그 답을 찾았다 생각하며 인식의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그 틀을 깨는 작업은 여실히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일 테다. 우리의 생로병사를 포함한 모든 자연계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것처럼 고정적인 나란 존재하지 않는다. 화업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고자 하는 김근중의 작업세계에서 우리가 살아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새봄 본연의 생명력 또한 가득 담아가기를 권유해본다.
1955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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