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70주년 특별전 : 포스트 트라우마
2018.03.31 ▶ 2018.06.24
2018.03.31 ▶ 2018.06.24
전시 포스터
권오송(权伍松)
일식 日蝕 Eclipse 화선지에 수묵_혼합재료_215×550cm_2018_부분
홍성담
02 - 횃불행진 1983, 종이에 목판, 52×64㎝, 5·18기념재단 소장
김승(金胜)
인민이 일본 고아를 돌보다 方正人民收養日本遺孤 2017, 종이에 유인판화, 120×180㎝
딘큐레(Dinh Q Lê)
농부와 헬리콥터 Farmers & The Helicopters 2006, 3 채널 비디오, 15분
메이딘옌(梅丁衍)
228 1995, 캔버스에 아크릴, 120×120㎝ × 3 pcs
박경훈
토민 土民 2 1988, 종이에 목판, 107.5×110.5㎝
야마시로 치카코(山城知佳子)
흙의 사람 土の人 Mud man 3채널 영상_00:23:00_2016
우웨이산(吴为山)
난징대학살기념관 군상 The Shattered Family 가파인망 家破人亡 photo. ⓒ Su Jia & Su Sha
제인 진 카이센(Jane Jin Kaisen)
지울 수 없는 기억 Remains 2017, 싱글 채널 비디오, 34분
킨조 미노루(金城実)
한의 비 F.R.P, 200×260×39㎝, 경상북도 영양군 호국공원(복제)
펑홍즈(彭泓智)
200년 2008, 싱글 채널 비디오, 4분 4초
펑홍즈(彭泓智)
모두 난징대학살로 사망했다 皆因南京大屠殺而死 2009, 섬유 유리에 아크릴, 95×90×160㎝
강요배
불인 不仁 2017, 캔버스에 아크릴, 333×788㎝,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20세기 동아시아 제노사이드를 주제로 ‘4․3 70주년 특별전 : 포스트 트라우마’를 마련하였다. 제주 4․3, 광주 5․18, 하얼빈 731부대, 난징대학살, 오키나와 양민학살, 대만 2․28, 베트남 전쟁 등에서 국가폭력에 의해 발생한 희생자의 상처와 아픔을 기억하고, 동시대적인 인권회복과 상생의 가치로 승화시키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기획하였다.
제주는 아름다운 풍광 이면에 저항과 수난의 깊은 상처를 간직한 섬이다.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54년 9월 21일까지 정부와 미군정의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3만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제주는 일방적인 탄압의 대상이었으며, 고립된 작은 섬에서 분단과 냉전의 구도가 집약되어 엄청난 희생을 강요당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 안에 가려진 개인의 아픔과 상처를 따라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민중미술 1세대 작가로서 제주의 자연과 역사를 캔버스에 담아온 강요배의 ‘불인(不仁)’은 제주 4․3 역사화 연작의 마지막 작업으로, 당시 많은 희생자를 낸 제주도 조천 북촌의 상흔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풍경을 작품 전면에 채움으로써 잔인함과 가슴 아픈 역사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서 나온 ‘천지불인(天地不仁)’은 ‘하늘과 땅은 어질지 못하다’라는 뜻으로, 곧 천지는 만물의 끊임없는 변화에 있어 어진 마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행할 뿐이란 의미이다. 한편 제주 4․3 항쟁과 미국의 제국주의적 본성에 주목하여 시대정신을 반영한 작품세계를 구현하는 박경훈은 역사적 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광기의 역사에 쓰러진 ‘토민(土民)’의 삶을 파격적인 판화 연작으로 표현한다. 박경훈은 제주를 ‘어머니’, ‘토민’ 등으로 상징화하여 제주 4․3을 미술표현의 영역으로 끌어 올리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6․25 전쟁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정치적 비극이었던 광주 5․18은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에 가장 큰 사건 중의 하나이다. 광주민주화운동에 시민군으로 직접 참전하였고, 광주를 대표하는 민중미술 작가인 홍성담은 농민, 노동자, 학생운동 조직과 결합해 현장에서 걸개그림, 판화, 벽보와 같은 활동을 하였다. 광주 5․18의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장면을 형상화한 홍성담의 ‘오월 연작판화’는 오윤, 이철수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중판화로 평가받는다.
전시의 시선은 제주와 광주에만 머무르지 않고, 주변 이웃 나라로 향한다. 중일전쟁 당시 치명적인 생체실험이 행해진 하얼빈 731부대의 잔인함을 고발하는 권오송(权伍松)의 수묵화와 김승(金胜)의 판화작품도 소개된다. 하얼빈 731부대에서는 전염병을 연구하고,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기 위해 무고한 양민과 가축을 생화학 실험하였다. 재중동포인 권오송은 동아시아 역사의 참상을 현대수묵화로 꾸준히 표현해 왔다. 하얼빈 안중근기념관의 대형 기록화 ‘안중근 이토를 격살하다’와 하얼빈 731부대의 참상을 그린 대형벽화로 국내외에 알려졌다. 권오송의 ‘일식(日蚀)’은 하얼빈 731부대의 생체실험 ‘마루타’의 잔인함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김승의 ‘인민이 일본 고아를 돌보다(方正人民收養日本遺孤)’는 20세기 초 일본이 중국 동북지역 식민통치를 위해 100만 명의 민간인을 파견했던 일본개척단과 관련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침략자 일본인이 버린 후세를 중국인이 돌봄으로써, 종족, 국가를 초월하고, 인간 본성 가운데 가장 위대한 모성애와 박애정신을 표현한다. 또한, 아시아 홀로코스트라 불리는 난징대학살(南京大虐殺)은 중일전쟁 때 중국의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저지른 대규모 학살사건을 가리키며, 중국에서는 ‘난징대도살(南京大屠殺)’, 일본에서는 ‘난징사건(南京事件)’이라고 한다. 정확한 피해자 숫자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약 6주 동안 일본군에게 30만 명의 중국인이 잔인하게 학살되었으며, 강간 피해를 본 여성의 수도 8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징대학살 희생자의 삶을 자신의 예술세계를 통해 표현한 우웨이산(吴为山)의 조소 작품은 사진으로 전시된다. 우웨이산은 중국 성인(聖人)과 가족, 여인, 어린이 등 대상의 정신과 본질을 파악하고 작가의 개성을 불어넣어 그 특징이 드러나도록 표현하는 대표적인 인물 조각가이다. 난징대학살기념관 앞에 있는 우웨이산의 군상은 예술적 영혼이 가장 짙게 들어간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중 높이 11.5m의 ‘가파인망(家破人亡)’은 ‘가정은 파괴되고 사람은 죽어간다.’라는 뜻으로 죽은 자식을 안고 통곡하는 어머니의 형상을 묘사한 작품이다.
일본 오키나와 양민학살의 아픔을 기록한 작품들도 소개된다. 오키나와 전쟁과 전후 오키나와 민중들의 투쟁의 삶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온 킨조 미노루(金城実)의 ‘한의 비(恨の碑)’는 오키나와 전쟁 당시 강제 연행된 조선인 군부와 종군위안부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두 눈을 가린 채 일본 순사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는 아들을 보며, 슬퍼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한의 비’는 오키나와 전쟁 당시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일본의 시민단체가 ‘한의 비 건립을 위한 모임’을 발족하여 자발적 모금을 통해 제작되었으며, 경북 영양군에 설치돼있다. 한편 야마시로 치카코(山城知佳子)는 식민지 억압을 경험한 오키나와에 머물며 과거 주민들에게 가해진 폭력의 진상을 고발해왔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흙의 사람(土の人)’은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고 있는 ‘땅’의 의미를 기억의 전달과 연결해 표현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오키나와 전투의 참상을 오키나와 주민의 눈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제주 4․3도 함께 담아내고 있다.
대만 2·28 사건은 1947년 2월 28일 중화민국 정부 관료의 폭압에 맞서 대만의 다수 주민인 본성인(本省人)들이 주도한 항쟁으로, 국민당 정부의 잔혹한 진압과 대규모 살상으로 1만 8천 명에서 2만 8천 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만 작가 메이딘옌(梅丁衍)의 ‘2’, ‘2’, ‘8’은 세 개의 아라비아 숫자로써 색맹 검사표를 표현한 작품이다. 대만 2·28 사건은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타이완의 정치적 이슈이자 비극적 트라우마가 되었으며, 메이딘옌은 타이완의 국가 정체성 문제를 본인의 작품으로 표현한다. 그는 팝아트의 형식을 통해 이 심각한 문제를 즐겁게 풀어낸다. 펑홍즈(彭泓智)의 ‘200년’은 강요된 민족주의와 일방적인 제국주의의 단면을 폭로하는 영상작품이다. 또 다른 작품 ‘모두 난징대학살로 사망했다(皆因南京大屠殺而死)’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된 두 개의 대립적인 극단을 결합한 작품이다. 등의자에 누워있는 비정상적인 모습의 인물은 일본 제2차 세계대전의 1급 전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작품의 몸은 인터넷에서 발견된 역사 사진에서 직접 따온 중국 여성 피해자의 몸이다. 머리와 몸은 모두 난징대학살이 보여주는 단면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뉴욕에서 사진을 배운 베트남 작가 딘큐레(Dinh Q Lê)는 전쟁과 이민 문제에 관한 작품들을 계속해서 제작해 오고 있다. 특히 그는 국가와 사회의 역사와 그 역사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한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통한 역사, 이 두 가지 층위를 엮어 역사의 이면과 모순을 드러내고 있으며, 어느 한 사건이 인식되고 기억되는 방식을 새롭게 조명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다큐멘터리 ‘농부와 헬리콥터(Farmers and Helicopters)’에는 헬리콥터를 두려워하는 노인들과 젊은 헬리콥터 개발자를 취재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역사라는 틀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베트남 전쟁과 그 역사 속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베트남인에게는 커다란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며 그들의 토지에 거센 바람을 날리는 헬리콥터야말로 전투기 이상의 공격과 침략의 상징이다.
제인 진 카이센(Jane Jin Kaisen)은 1980년 제주도에서 태어난 한국계 덴마크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영화 제작자이다. 덴마크에서 자란 그녀는 현재 제주도에 살고 있다. 카이센은 실험 다큐멘터리, 멀티채널 비디오 설치, 공연 비디오 아트, 사진 및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다. 그녀의 작품은 다양한 사회와 문화, 정치 현실의 교차점에서 만들어진다. 그녀는 개인과 집단의 역사와 이해의 교차점에서 기억과 이주, 번역, 변위에 관한 주제를 다룬다. 작가의 각 작품은 자체의 미적, 담론적 탐구로 추진되는 동시에 다국적 역사에 대한 다각적인 조사를 병행한다. 제인 진 카이센의 ‘지울 수 없는 기억(Remains)’은 하얼빈 731부대, 오키나와 양민학살, 6·25 전쟁, 제주 4·3 사건 등 네 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젠더적 관점에서 동아시아에 얽힌 전쟁의 기억을 다루고 있으며, 이 기억을 이해할 필요성은 4명의 나레이터 - 왕쉬엔(Wang Xuan), 스즈요 타카자토(Suzuyo Takazato), 코즈에 아키바야시(Kozue Akibayashi), 고춘자(Koh Chunja) 등에 의해 강조된다.
이번에 제주도립미술관에서 기획한 ‘4.3 70주년 특별전 : 포스트 트라우마’는 4․3의 상처를 평화라는 인류사적인 보편 가치로 재해석하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20세기 동아시아 제노사이드의 역사를 마주하고, 대량학살의 아픔을 평화와 상생의 메시지로 승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제주도립미술관
1952년 제주출생
1955년 전라남도 신안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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