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준
Cymbidium 린넨에 유채, 31×36cm, 2018
송광준
Absinthe ll 린넨에 유채, 80×120cm, 2018
송광준
Absinthe l 린넨에 유채, 80×120cm, 2018
송광준
Nikolausmantel 린넨에 유채, 42×35cm, 2018
송광준
Wald ll 린넨에 유채, 160×100cm, 2017
송광준
Wald l 린넨에 유채, 160×100cm, 2017
송광준
Haufen ll 린넨에 유채, 100×80cm, 2018
송광준
Haufen l 린넨에 유채, 100×80cm, 2018
송광준
바다조각 IV 린넨에 유채, 18×20cm, 2018
송광준
바다조각 III 린넨에 유채, 18×20cm, 2018
송광준
바다조각 II 린넨에 유채, 18×20cm, 2018
송광준
바다조각 I 린넨에 유채, 18×20cm, 2018
시간과 삶의 흔적으로서의 ‘더미’
송광준은 조금 늦은 나이에 택한 미술을 전공으로 하여 우리나라에서 졸업하고 난 뒤에 독일로 건너가 뉘른베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공부하였으며 특히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1921-1986)의 제자이자 독일 신표현주의 화풍을 대표하는 페터 앙거만(Peter Angermann, 1945- )교수 그리고 독일을 거점으로 하되 유럽 전역에서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펼치는 랄프 플렉(Ralph Fleck, 1951- )교수에게서 지도 받았다. 작가가 말하듯 그의 작품에는 주제를 대하는 태도나 기법에서 앙거만이나 플렉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앙거만은 자유로운 사고를 캔버스에 그대로 옮기는 작가요, 플렉은 배경을 생략하고 온전히 대상에만 집중하며 재료의 물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작가이다. 송광준은 2010년 이후 독일 뮌헨과 뉘른베르크, 영국 런던에서의 몇몇 전시회에 참여하였으며,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아직은 자신의 예술가적 여정에 갓 발을 들여놓은 젊은 작가이다. 최근작들을 중심으로 그의 작품이 자리하고 있는 현재를 살펴보며, 어떤 예술적 가능성을 지향하고 있는가를 살펴볼까 한다. 물론 진행 중인 현재를 토대로 평가하기엔 너무나 많은 잠재력을 잉태하고 있는 까닭에 필자로서는 다소간에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글로벌버거_2011>, <나무더미_2012>, <더미_2013>, <조개껍데기들_2013>, <모임I_2013>, <모임II & III_2014>, <꽈리_2015>, <풍선더미_2015>는 그의 작품세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가 사용한 재료는 모두 린넨 천 위에 유채로서, 색 자체의 음영은 비교적 뚜렷하나 그 경계는 모호하고 사실에 근접한 묘사적 회화성이 돋보인다. 그는 특히 단일한 사물이 아니라 사물의 더미를 묘사하고, 사물과 사물을 포개어 겹쳐 놓음으로써 서로 간에 시간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물과 사물이 맺는 관계에 주목한다. 아마도 그는 세상의 모든 사물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여 독특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글로벌버거>엔 ‘글로벌’이 가리키듯, 세상의 모든 음식이 차곡차곡 쌓여 먹음직스럽게 포개져 있다. 여러 종류의 야채, 치즈, 육류 등이 쌓여져 ‘버거’라는 이름의 보편적인 패스트푸드가 되어 세계 곳곳에서 널리 소비되고 있음을 알려 준다. <모임>시리즈에서 작가는 여러 종류의 동물들로 하여금 원을 이루어 원심력과 구심력을 적절히 구사하여 적절히 구사하여 흩어지게도 하고 모이게도 함으로써 사물들과의 관계를 주체적으로 설정하고, 그리하여 작가 자신의 관점을 그 중심에 둔다. <나무더미>, <풍선더미>, <꽈리>시리즈에서는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재들이 시간의 축적과 더불어 ‘더미’가 되어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작가 자신이 시간과 함께 살아온 삶의 궤적이요, 반영인 것으로 보인다.
거의 모든 작가에게 무엇을 그리느냐, 그리고 왜 그리며 어떻게 그리느냐는 중요한 물음이요, 작업의 출발점이자 종착지일 것이다. 앞서 아주 간략하게 살펴보았지만, 송광준에게서 핵심은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과 독특한 색을 통한 사물에의 접근으로 요약된다. ‘더미’나 ‘모임’이라는 작품 주제가 말해주듯, 단수로서의 사물이 아니라 복수로서의 사물이요, 이것의 시공간적 중첩이 눈에 띤다. 사물 각각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공존하는 관계적 존재이다. 다시 말하면, 관계적 존재는 관계망을 통해 시공간을 공유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독특한 색감과 형태미로써 드러낸다. 색은 서로 유사한듯하지만 결코 동일하지 않고, 형태의 경계를 표시하기도 하고 또한 공유하기도 하면서 각자의 생김새와 개성을 표현한다. 나아가 이는 사물세계 뿐 아니라 인간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물론 송광준에게서 인간세계에의 적용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좀 더 지켜보아야 할 미묘한 대목이기도 하다.
매우 주목할만한 의미있는 개인전이 2015년 봄(3.21.-4.25)에, 요하네스 그뤼츠케(Johannes Grützke), 크리스토프 하웁트(Christoph Haupt), 위르겐 두르너(Jürgen Durner)와 같은 독일의 저명한 현대미술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렸던 뉘른베르크의 아첸호퍼(Atzenhofer) 갤러리에서 ‘더미’라는 주제로 열렸다. 송광준에게서 ‘더미’는 세월의 흔적이요 수집이며, 현대사회가 지닌 구조적인 측면의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작가는 ‘더미’를 통해 “자신의 추억을 쌓아보는 것, 그 과정을 통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정진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군집덩어리들의 ‘더미’는 작가 나름의 조형적인 질서로 재구성한 것으로서 세상을 대하는 작가 자신의 시선이요, 모습이라 하겠다. 켜켜이 쌓인 더미는 작가자신이 살아온 역사의 기록에 다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앙거만이 그의 <바벨탑 쌓기>(Turmbau zu Babel)에서 색과 색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여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물 듯이, 송광준이 자신의 쌓기 작업에서 사용하는 기법 또한 이와 유사해 보인다.
평론가 케빈 코인은 앙거만의 회화에 대한 평에서 “그의 많은 풍경화에는 색채가 가득하다. 그것은 산만한 주위를 제거하고 사물을 더 완벽하게 함으로써 작품을 보다 더 직접적인 시각으로 만들어 준다. •••그의 방법은 세계를 표현하는 필요에 의해 그가 그것을 본 대로 형성된다”고 지적한다. 송광준의 작업에서도 색채는 가득하나 우리로 하여금 어떤 매개없이 사물을 직접적으로 지각하고 형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케빈 코인의 지적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하겠다. 색과 색의 경계는 희미하고, 사물과 사물은 층층이 쌓여 있는 상황을 보며, 우리는 여기서 색이 입혀진 사물에 대해 어떤 미의식을 갖고서 접근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제기할 수 있다. 사물과 사물의 서로 다른 층엔 시간체험이 개입되어 있다. 그것은 물리적인 시간이 아닌, 사물과 작가정신이 나눈 대화의 시간인 것이며, 이러한 대화를 통해 작가가 삶을 체험하는 시간에 우리도 또한 유비적으로 관여하고 개입하게 된다.
■ 김광명 (미학전공 /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 철학 박사, 숭실대 철학과 교수)
1979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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