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형 회화 – 배꼽에 어루쇠를 붙이다.
2018.05.16 ▶ 2018.05.30
2018.05.16 ▶ 2018.05.30
이열
거울형 회화-배꼽에 어루쇠를 붙이다 2017, Mixed Media, 87 x 145 cm
이열
거울형 회화-배꼽에 어루쇠를 붙이다 2017, Mixed Media, 35 x 30 cm
이열
거울형 회화-배꼽에 어루쇠를 붙이다 2017, Mixed Media, 81 x 180 cm
이열
거울형 회화-배꼽에 어루쇠를 붙이다 2017, Mixed Media, 129.5 x 160 cm
이열
거울형 회화-배꼽에 어루쇠를 붙이다 2017, Mixed Media, 97 x 70 cm
이열
거울형 회화-배꼽에 어루쇠를 붙이다 2017, Mixed Media, 62.5 x 72.5 cm
추상화가 이열의 근작: 회화적 흔적, 시간의 흔적
이열은 그동안의 작업과 달리, 2018년 개인전에서는 오브제 작업으로 새로운 실험을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그가 보여주었던 회화라는 장르를 조금 더 확장시켜 거울이라는 새로운 속성에서 추상회화에서 시도했던 회화적 흔적과 시간의 흔적(vestige)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일차적으로 그가 이러한 거울을 사용하게 된 동기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 같지만, 결정적으로는 파리에서 레지던시로 그가 일 년 동안 체류하면서 회화의 확장을 꾀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파리의 벼룩시장, 앤틱 마켓 등에서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거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거울은 자기반영적 효과, 즉 사람을 비추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또한 거울의 프레임은 마치 회화의 프레임처럼 동시대성이 잘 반영되어 시대적 트렌드와 함께 가기도 한다.
2018년 노화랑에서의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거울 작품'들은 몬드리안의 그리드 추상회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들도 있으나, 거울 아래에서 빨강과 노랑 등은 점차 예기치 않은 다른 색채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거울 작품은 제작 과정 자체에서 우연적 효과를 낳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생성공간-변수」에서 보았던, 절제되어 있지만 거대한 자연과 우주 속에서 그 자체로 '생성'하고 자연스러운 질서와 무질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연상시킨다. 다만, 이번 거울 작업은 회화작업에서와 달리, 여러 겹의 회화적 붓 터치와 이미지의 거울효과, 혹은 반추효과 등의 실험을 통해 이열 작가는 회화적 특징을 거울의 표면, 겹겹이 쌓인 시간성의 흔적, 회화적 흔적으로 변형시킨다. 이열의 추상화는 회화적 실험성을 레디메이드였던 거울 속에서 과거 수세기 전에 제작된 시간성을 현재의 관점으로 소환해 점, 선, 면, 스프레이 효과 등으로 우리의 시각성을 혼란시키며,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각의 장으로 우리의 경험을 폭넓게 한다.
이열의 거울 작업은 관람자의 시선을 계속에서 몰입하게 하면서도 또한 회화적 붓 터치와 이미지의 잔상효과 (거울 아래에 축적된)를 통해 관람자의 시선을 막아버리는 이중적이고 양가성을 띠기도 한다. 거울 속으로 들어가려는 관람자의 시선과 이를 묘하게 충돌시키는 회화적 이미지는 이번 거울 작업에서 관람자의 시선(gaze)을 통해 작품의 표면 속에서 충돌하는 시각성을 구축하고 있다. 그것은 재현의 충돌이자, 회화와 거울의 속성의 충돌, 거울 밖의 시간과 거울 안의 시간의 중첩 등 여러 겹의 비가시적인 속성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으로 이 모든 것들이 거울작업의 표면 위에서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다.
■ 정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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