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내면
2018.06.08 ▶ 2018.06.30
2018.06.08 ▶ 2018.06.30
전시 포스터
조현수
Polaroid Camera resin, 15(h)×12.2×14.8cm, 2018
윤종석
That days (20150519) 91x73cm, acrylic on canvas, 2015
조현수
Flashlight resin, 12(h)×10.7×18cm, 2018
윤종석
That days (20140817) 112x130cm, acrylic on canvas, 2014
윤종석
That days (20140713) 91x73cm, acrylic on canvas, 2014
윤종석
art book Artist resin, 2(h)×165.1×169cm, 2017
‘사물의 내면’은 물리적 대상 - 의자, 카메라, 화분, 책, 망원경 등 작가들에 의해 선별된 감각적인 사물들이 전시장을 메운다. 두 작가는 평면과 입체라는 차이를 뛰어넘어 저마다 고유의 물성을 추구해 형식미를 더한다. 이 전시의 시작은 카메라에서부터다. 총구를 겨냥하듯, 피사체를 겨냥해 한 순간 사물의 존재를 포착한다.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분리된 이 사물들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걸어 올 것이다.
윤종석 작가는 아크릴 물감을 넣은 주사기를 도구 삼아 캔버스에 선을 그어 작품을 완성한다. 초기의 점 작업에서 수행과도 같은 노동의 진실함을 배우고, 이후 내-외적 변화를 겪으며 선 작업으로의 전환을 이뤄내 free 라인에서 현재는 horizontal 라인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는 일상에서 감정을 건드리거나 해석의 여지가 있는 이미지를 채집해 단독 사물로서 순간적인 장면을 기록한다. 작가에게 포착된 사물은 작가의 삶과 연관되어 있으며 은유적,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지하에 전시된 작가의 작업 중 최신작은 세계와 작가가 맞닿아 있는 지점, 동일한 날짜에 행해졌던 장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것은 작가를 중심으로 과거의 토대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보는 일일 것이다.
조현수 작가의 작품은 둔탁한 조형이 아닌, 표면에 강화 플라스틱 액체를 드로잉 하듯 뿌리기 방식을 적용해 속이 텅 빈 가벼운 형태를 추구한다. 작가는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익숙한 주변 사물에서 차용한 입체 조형물을 제작해왔다.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작품이 일상의 사물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기억을 테마로 한 레트로풍의 오브제로 복고적 취향을 전한다. 채택된 오브제는 작가가 오랜 기간 버려진 물건을 수집한 것으로 지나간 시절, 누군가의 기억을 담고 있는 것들이다. 이는 8-90년대 문화소비자였던 젊은이의 미의식을 대변하는 역할과 작품제작방식을 탐구하는 동시에 대중과 소통하기 위함이다.
두 작가는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에 의해 다른 차원에 놓이게 한다. 작가가 이해한 방식에 따른 경험의 재현, 사라짐의 연기(延期)를 향한 욕구의 대상화는 생각의 범주를 확장시킨다. 두 작가의 작품은 유동하는 선들이 교차적으로 반복되어 형상을 드러낸다. 선을 그려나가는 능동적인 행위에서 대상과 가까워지며 그 대상과의 관계가 새로이 구축된다. 사물은 모호한 내부가 아닌 확실한 표면으로 말해진다. 작가들이 추구하는 표면의 ‘texture’는 개인의 정신성을 대변한다. 사물이 지나온 시간과 경험이 응축된 표면, 리드미컬한 선들이 축적된 가상의 공간이 ‘깊은 표면’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얼마나 사물을 경험하고 인식할까? 사물을 깊이 경험하는 사람만이 자기 자신을 깊이 알 수 있다. 전시는 그저 ‘바라봄’의 행위에서 타인(작가)의 시선과 맞닿게 하고, 기존 사물이 갖는 도구적 의미를 뛰어넘어 사물과 나의 관계를 재 탐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쌓아 올려진 물질의 겹 너머 삶이 품은 깊은 내면에 접근하고자 한다.
■ 세움 아트스페이스 황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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