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 BYUNG-SO
2018.07.12 ▶ 2018.09.29
2018.07.12 ▶ 2018.09.29
전시 포스터
최병소
Untitled chair, paper tape, 240 x 180 x 75 cm
최병소
Untitled 0170528 2017, ballpoint pen and pencil on newspaper, 108 x 80 x 1 cm
최병소
Untitled 2010, ballpoint and pencil on newspaper, 54.5 x 40.5 x 1 cm
최병소
Untitled-0151116 2015, ballpoint pen and pencil on newspaper, 47 x 32 x 1 cm
최병소
Untitled 01209 2012, ballpoint pen on paper box, 4 x 5.5 x 1.5 cm
최병소
Untitled 01209 2012, ballpoint pen on paper box, 8 x 3.8 x 1.4 cm
우손갤러리에서는 2015년 첫 전시를 이어 오는 7월 12일 최병소의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최병소의 작업 방식은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졌듯이, 신문지 위에 연필과 볼펜으로 선을 긋고 또 그어 새까만 선들이 전면을 덮고 마찰에 의해 종이가 군데군데 찢어져서 물리적 한계에 이르러 더 이상 작업이 불가능 할 때까지 지속되는 작업이다. 그로서 더 이상 신문에 인쇄된 기사는 읽을 수도 심지어는 그것이 원래는 신문이라고 그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는 새로운 '것'으로 둔갑한다. 여기서 내가 '것'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의 원재료가 신문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조차 그'것'은 더 이상 신문지가 아닌 전혀 다른 가치를 지닌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가치도 없고 아름답지도 않은 대량 생산물을 특별하고 유일무이하게 만드는 것인가.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우리는 최병소가 신문지를 이용한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한 70년대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작업의 발단 계기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최병소가 신문이라는 아주 일상적인 재료를 선택한 데는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70년대 당시 안팎으로 격변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 예술은 기존의 보수적인 고정관념과 형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미적 관점과 표현 방식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전위적Avant-Garde예술이 세계 곳곳에서 활발히 전개되는 반면 사회 내부적으로는 산업 경제개발을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운 유신 체제하에 언론은 통제되고 표현과 소통은 더욱더 억압된 시절이었다. 그런 시대를 살고 있던 30대 초반의 청년 최병소에게 신문은 당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 매체였지만 제구실을 하지 못한 언론에 분노하여 신문 기사를 볼펜으로 지우기 시작한 것이 그가 신문지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최병소는 1910년대 근대식 교육을 받고 해외에서 유학한 이른바 ‘신여성’이라고 불린 모친 덕분에 당시 국내에서 출판되지 않았던 해외 문학 서적을 일찍이 접할 수 있었고, 그런 자유로운 주체성을 가진 모친은 보편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사고를 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신문지 면적만큼의 표현 가능한 영역에서 지우는 것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은 최병소가 당시 자신에게 처한 사회적 현실을 본인의 작업에 적극 반영시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로서 그가 추구해 온 것이 예술지상주의가 L'Art pour l’art가 아닌 실험성 강한 전위적 예술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의 발단은 그런 역사적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70년대부터 시작되어 40여 년을 지속해도 결코 간소화되거나 단축되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최병소의 작업이 더 이상 사회적 현실에 대한 분노나 소통의 갈망으로 해석되지 않아야 한다. 신문지 위에 까맣게 칠해진 표면은 언뜻 보기에 모두가 같아 보이지만, 매일 보도되는 일간지 기사가 어제와 결코 같을 수 없듯이 우리의 삶은 매 순간 변화하고 결코 되풀이 될 수 없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존재한다. 그리고 작가의 예술적 실천 역시 인간의 삶이 물리적인 한계에 다다르면 더 이상 행해질 수 없다.
그러나 작가의 창조적 의지에 의해 끝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노동과 시간은 예술적 실천으로써 작품 한 점 한 점 속에 축적되어 하찮은 일상적 대량 생산물에 유일한 가치를 부여하고 일시적인 것을 영원히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병소는 이러한 예술적 실천을 끝없이 반복되는 노동과 시간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빌어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재료인 신문지뿐 아니라, 70년대 공업 발달과 함께 대량 복제 생산되었던 하찮은 일상용품을 자신의 작업에 도입한 1975년 초기 설치작품과 함께 지금까지 제작된 적이 없었던 150호 크기의 신문지 작품이 무엇보다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병소는 1943년 대구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현재 대구에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국내 최초의 현대미술제인 대구 현대미술제의 창립 멤버로 활동했고, 1977년 도쿄 센트럴 미술관, 1979년 상파울로 비엔날레, 1981년 브룩클린 미술관 등 주요 그룹전과 2012년 대구 미술관 그리고 2016년 프랑스 쎙떼띠엔 근현대 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을 통해 국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2018년 7월 큐레이터 이은미
1943년 대구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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