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site Project #1
2010.04.23 ▶ 2010.05.02
초대일시ㅣ 2010-04-23 18pm
2010.04.23 ▶ 2010.05.02
초대일시ㅣ 2010-04-23 18pm
김덕영
Parasite Project(wall) 가벽설치_종이테이프, 244x410cm, 2010
김덕영
Parasite Project(wall)_(부분) 가벽설치_종이테이프, 244×410cm, 2010
김덕영
Parasite Project(wall) 영상, 35초, 2010
김덕영
Parasite Project(mp3) 종이테이프_혼합재료, 10.5×6.5×1.5cm, 2010
김덕영
Parasite Project(step on) 디지털 인화, 50×76cm, 2010
김덕영
Parasite Project(chop) 디지털 인화, 76×50cm, 2010
기생 프로젝트(Parasite Project)_김덕영
박정연
메마르고 서글픈 감정 속에서 문득 혼자임을 느낄 때 오히려 자신의 처지는 선명해지고, 세상의 크기는 분명해진다. ‘관계’라는 도구 없이 스스로를 인식한다는 것은 심중에 견고히 자리 잡았던 삶의 당위성을 흔적없이 지우고, 그 자리에서 세계와 분리된 채 세계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자신을 확인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살아있음’의 무게는 그 어떠한 것보다 강렬하고 묵직하게 자리 잡는다.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고뇌를 말린 종이테이프에 투영함으로써, 세상과의 분리로부터 ‘관계’라는 본질적이고 본능적인 사회적 형태로 다시 돌아가 ‘살아남기’위해 투쟁한다. 자아와 분리된 세계가 주는 위협과 고독으로 인해 그 어떠한 것보다 살아있다는 것이 우선한다는 것이 깊숙이 침투되었고,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자아의 가치와 그에 따른 철학적인 질문들이 오로지 ‘생(生)’의 연장선에서만 논의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었기 때문이다. 그의 질문은 관계의 당위성. 즉, 스스로 형성할 수 없기 때문에 기생할 수 밖에 없는 말린 종이테이프의 생존 방식에서부터 시작한다. 가전제품, 의자, 시계, 진공 청소기 등 그가 작품 제작에 사용하고 있는 매체들은 사회적으로 어떠한 기능을 부여받은 바 있었던 것으로써 말린 종이테이프의 침식으로 인하여 그 본연의 기능은 상실되었을지라도, 말린 종이테이프의 근거지로써 혹은 전혀 새로운 것으로써 기능하게 된다. 그러나 말린 종이테이프는 형태를 지님으로써 이제야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출구를 찾은 듯 보이지만, 정작 오브제에 갇힌 채 스스로가 지녔던 독립적인 주체성은 상실하였다. 말린 종이테이프는 더 이상 말린 종이테이프 그 자체가 아니라 의자를 앉을 수 없게 만든 종이테이프 혹은 운동화 밑에 붙어 거리를 활보하는 종이테이프가 되었다. 또한 벽 속에 숨어있던 말린 종이테이프들은 벽이 부서지면서 그 형태를 잃게 되자 아무런 방어기제 없이 그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반면, 한 켠에 쌓여있는 집을 갖지 못한 말린 종이테이프들은 끝내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을 지킬 수 있게 되었으나,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버려진 존재가 되었다. 수북히 쌓여있거나 혹은 흩어진 말린 종이테이프의 모습에서 소외된 세계에 대한 애처로움이 감지된다.
이로써 그가 처음 지녔던 생존에 대한 의지는 다시금 생의 가치에 관한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말린 종이테이프는 자신의 모습을 지켰어야 했을까 아니면 자신을 덜어내고 그 속에 세상을 담았어야 했을까. 말린 종이테이프의 살아남기 위한 여행 속에서의 생성과 소멸이 타협과 인식이라는 지독히 슬픈 반복으로 얼룩진 우리 세계의 삶과 닮아있기에, 크지 않은 움직임에도 그 간절한 감정이 가득히 느껴지는 모양이다.
남아있는 또 다른 말린 종이 테이프들은 자신만의 생존을 위하여 불확실성의 모험을 시작한다. 전시장에서의 관객은 민들레 홀씨가 된 종이 테이프들을 생존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줄 바람이 될 것이다. 말린 종이테이프들이 그 속에서는 또 어떠한 의미를 찾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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