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경
Stars521 wide color and light panel, 180x90cm, 2009
채경
Red226 wide color and light panel, 90x90cm, 2009
채경
#1 inkjet print on paper, 150x150cm, 2009
채경
#3 inkjet print on paper, 150x150cm, 2009
작업노트
채 경
초등학교 때였을까. 동네 시장 골목에 있는 노점 음식점에서 소주 한잔과 함께 어른들이 병아리 얼굴로 보이는 무언가를 먹고 계셨다. 걸음을 못 옮기고 있는 나에게 주인집 아주머니가 무어라 소리치시는 듯 했지만,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던 기억이 있다. 마오딴(毛蛋)은 중국에서 먹는 식용병아리의 이름이다. 털이 난 달걀이라는 뜻의 이 마오딴은, 발육이 중지된 반 부화 달걀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마오딴, 필리핀에서는 발롯, 한국에서는 곤계란 이라 부른다. 영양이 풍부하여 몸에 좋다는 소위 ‘건강식’인 이 음식이 어린 나에게는 공포의 산물로 어린 시절 한 때를 밤낮으로 괴롭혔었다. 인간의 욕심은 어디 까지 일까? 몇 해 전에 ‘Taxidermie’라는 영화를 보았다. ‘박제사’라는 제목의 이 영화에서 어떤 한 중년 남성이 박제사인 마지막 주인공에게 인간의 태아를 박제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그는 소원을 이룬다. 이 끔찍한 장면들 속에서 나는 인간의 욕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옛 기억 속의 마오딴을 끌어내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보양을 위하여 이제 막 빛을 보려고 준비 중인, 세상을 향해서 날개를 펴보려고 하는, 태어나기 직전의 병아리를 통째로 삶아서 먹는 인간. 나 자신은 채식주의자가 아니고(사실, 육식주의자라고 표현해야 옳을 정도이다.) 동물보호단체 소속도 아니다. 단지 작은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시작된 이 작업은, X-ray를 통해 들여다보이는, 얇은 껍질 안에서의 혼돈 속에서도 점점 형태를 잡아가는 병아리에게서 오는 경이감과 작은 원형 안에 몸을 웅크리고 큰 심호흡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작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처음 작업은 30개 들이로 대변되는 계란 한판 안에서의 카오스를 표현하는 시리즈 (alpha state 시리즈)이다. 그리고 한 마리 한 마리의(한 마리라 해야 할 지 한 알이라 해야 할 지 아직도 못 정하고 있다.) 디테일한 흡사 드로인 듯 표현하여, 배 안의 태아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그 다음 작업은 원형에서 오는 다양한 아름다운 형상들을 그로테스크한 마오딴으로 채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리하여 나오게 된 시리즈가 metamorphosis (변형, 변이) 작업이다. 누구나 달을 보며 여러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때로는 그리운 님의 얼굴이 되기도 하고, 토끼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또한 정복해야 할 미지의 땅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에게 밤하늘이란, 창조와 소멸을 거듭하는 삶을 이야기 하는 숨 쉬는 생명체들의 집합이다. 여기에 죽음이 예견된 삶을 준비하는 곤계란이 있다. 작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원안에 앉아있는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 작업은 환상적-과학적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이 작품들을 들여다보며 그들이 말하는 소소한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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